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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Sep 12. 2020

당신 안에도 선한 가치가 있나요?

[단편에세이] 선한 가치 실현을 꿈꾸는 그대에게 2

선한 가치 실현을 꿈꾸는 그대에게 1

성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있다. 보통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 세 가지로 나뉜다.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성선설과 성악설 그 사이인 것 같다. 본래 마냥 선하다고만 할 수도 없고 악하다고만 할 수도 없는 중간이다.


자세히 말 악함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지만 그래도 선한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이 있는 존재? 그래서 악함으로 가득 차려할 때마다 선한 빛이 구멍을 통해 환하게 밝혀주어 악함으로만 찰 수는 없는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선한 빛이 들어오는 구멍을 넓혀가는 우리들. 나 또한 그러기 위해 아웃 오브 보트의 '선한 가치 클래스'를 신청했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선한 가치 클래스'  이전의 나


기존의 삶에선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의 반경이 바늘구멍만큼 작았었다. 더 넓혀가고 싶지만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싶었고 나태의 달콤함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그럴 수 없었다기 보단 사실 하기 싫었다. 어둠 속에만 있다 보면 빛이 들어와 내 모습이 비칠 때 창피하고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구멍을 넓혀가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대로 있다간 어둠에 묻혀버릴 것 같아 발버둥 치기도 했었다. 자기 계발, 힐링의 명목으로 노력해봤으나 실체 없는 노력을 정확한 동기 없이 지속하기는 에너지가 고갈되기 십상이었다. 공허함을 채우고 싶었다.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항상 고민만 하며 두통에 시달렸다.




ⓒOut of boat




그러던 중, 기존에 후원하고 있던 아웃 오브 보트에서 '선한 가치 클래스'를 오픈한다고 공지가 날아왔다. 처음에 아웃 오브 보트를 후원하기로 했을 땐, 최영환 대표님처럼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나는 사회에 너무 찌들어있었다.



과연 내가 선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혼자서 하려고 할 땐 어둠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지만 같은 뜻을 품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최영환 대표님의 코칭이 있다면 무언가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클래스를 신청했다.







'선한 가치 클래스'를 시작하다


클래스 첫날, 화상으로 클래스를 하기 위해 방 배치를 바꾸고 설레는 마음으로 ZOOM에 로그인해서 자리에 앉았다. 화상회의 시스템 자체를 처음 써보는 거라 신기했다. 접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에 한 사람 한 사람씩 입장했다. 최영환 대표님께서 반갑다고 인사하며 맞이해주셨다




ⓒOut of boat




다 모여서 초면이기에 살짝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대표님의 진행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패션 디자이너, 간호사, 초등학교 교사, 전도사, 헬스 트레이너, 직장인, 학생까지 정말 하나도 겹치지 않는 직업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대구, 전주, 포항, 여수, 부곡, 평택, 뉴욕! 지역마저도 제각기었다.


공통점이라곤 선한 가치를 꿈꾼다는 뜨거운 열정의 청년들이라는 것. 너무도 다른 우리는 그 열정 하나로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 알아가기 위해서 최 대표님은 재미있는 숙제를 주셨다. 매일마다 1장씩 일상에서 본인을 나타내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하루하루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서 첫 만남 때 자기소개에서 들었던 각자의 모습들을 눈으로 보게 되니 흥미로웠다. 나와 다른 삶을 사는 누군가의 일상을 공유받는다는 것이,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가까운 느낌이라 새롭게 느껴졌다.




일주일 동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됐다. 첫 만남에선 각자 길고 긴 소개와 참여 동기를 들었고, 두 번째 수업에선 선한 가치란 무엇인가 대표님의 강의가 있었다.



선한 가치란?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며, 기존의 세상에 도전하는 것.



대표님의 선한 가치 실천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사람을 살리는 '강연'을 하는 것.

둘째, 문화/예술 교육으로 저개발 국가의 자립을 도우면서 공동체를 세우는 것.

셋째, 이윤 창출 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임팩트를 내는 비즈니스로 기존의 세상에 도전하는 것.



ⓒOut of boat



이미 실천하고 계시는 걸 알면서도 들으며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리고 숙제는 선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나의 목표 3분 스피치였다. 그리고 그다음 수업에선 5분 스피치로 숙제를 내주셨다. 너무 추상적이라 어려웠지만 일주일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현재 내가 선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보니 차츰 윤곽이 잡혀갔다.







'선한 가치'를 나누다


각자 준비해 온 실현하고자 하는 선한 가지의 동기와 목표에 대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발표했다.


나의 발표 내용을 세줄로 요약하자면,

1. 마음이 다친 아이들을 살리는 치유의 활동을 하고 싶다.

2. 마음이 다친 아이들이 올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다.

3. 영리 추구보다 가치 있는 일로 기존의 세상에 도전하고 싶다.




심리학자들은 누구나 내면에 아이 한 명씩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영양분을 잘 섭취하며 자라야 하는데, 결핍된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게 내 안에 있는 내면 아이 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더 시선이 간다.

 
어릴 때 받았어야 할 충분한 사랑을 못 받았다면 내면의 아이가 못 자란 채로 몸만 커가고 계속 결핍이 생기게 된다. 이걸 채워주지 않으면 풍족히 채워져 있는 다른 사람과 같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일반적인 삶도 텅 빈 아이에게는 버겁기 때문이다. 받은 게 있어야 아는데, 받은 게 없기 때문에 몰라서 그렇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는 무너지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 있는데, 결핍된 아이는 자신을 깎아가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기에 그럴 수 없다. 넘어지고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데 내면의 힘이 딸리거나 일어서는 법도 모르는 사람은? 일어날 때마다 남들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사람은? 정말 사소한 것까지도 가시같이 느껴지는 사람은? 굳은살이 생길 때까지 견디라고, 이겨내라고들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의 내면에 관심 있지 않고, 귀찮아하고, 관심 가져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나 살기도 바쁘다. 결핍된 사람들의 결핍된 부분을 이해해주고 채워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과연 많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선한 가치, 선한 영향력을 실천한다면 그 얼마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다. 이런 아픔, 이런 마음을 공감하는 것만큼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결핍되어 왔던 사랑의 단계들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것.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환경이 아주 중요한 아동, 청소년기 친구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또한 그런 은인을 만나서 버틸 수 있었다.


도덕, 양심, 사랑이 중요하지 않아져 가는 어두운 세상에서 교육받고 자라 가는 아이들에게 여기까지가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알려주고 싶다. 울타리가 여기 있다 보여주고 싶다. 너를 위해 든든히 있어줄 어른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을 못 받은 아이들에겐 진심으로 공감하고 마음을 이해한다고 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매일이 지옥 같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을 주고,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에겐 엄마가,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에겐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배고픈데 먹을 게 없을 때, 심심한 데 갈 데가 없을 때, 공부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을 때 올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주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더 부단히 노력한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직장인, 아줌마의 삶이 아니라 인생의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실력을 기르고 싶다. 그래서 나 자신을 관리할 줄 알고, 배움을 갈망하며, 스스로 공부할 줄 알고, 나눠줄 양식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방향 없던 자기 계발에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최 대표님은 한 사람씩 발표가 끝나고 각자에게 코멘트를 달아주셨다. 나에게 해주신 뼈 때리는 코멘트는 약 3달의 시간 동안 깊은 생각과 행동의 구체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주위 사람이 되게 중요하겠다 싶었어요.

세상이 김선비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외롭게 한 것 같아요.

김선비 안에 선한 가치들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세상이 누르려고 하고 잣대를 들이밀었던 것 같네요.

김선비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이 클래스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선비를 응원해줄 수 있는
선한 가치에 대해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은 내가 책임감을 선택했다고 하셨다. 20살 나이 때 결혼을 선택한 건 한국 교육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렇기에 상황상 멀리 보기보다 앞에 일들을 치고 살아온 날들이 많았다는 걸 알고 계셨다. 클래스 인원 중 한 사람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감정을 표출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하세요?" 나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김선비는 서바이벌 모드로 살아왔기 때문에
나를 돌아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자기 몸을 사랑해야 해요.
정말 나의 몸을 사랑하는가.
정말 피곤한데 30분 뛸 수 있는가. 음식을 절제할 수 있는가.
자기 몸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도록 해요.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며
많은 응원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ㅇㅇ씨랑 연락해보세요.

    



나는 최영환 대표님의 코멘트에 3번 놀랐다.


1. 나는 대표님의 코멘트에 관련된 스피치를 하지 않았다.

2. 그런데 놀랍게도 나의 전부를 꿰뚫어 본 듯한 코멘트를 남기셨다.

3. 심지어 만난 적도 없다. ZOOM으로 4번 본 게 전부. 그런데 좋은 인연 소개까지?


강의가 끝나고 속이 쓰렸다. 뼈 맞은 곳이 얼얼했다. 나름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좋은 말로 포장된 지적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오묘했다. 그러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거지? 저분의 인사이트는 어디까지인가.' 놀라움도 느꼈다.







'선한 가치 클래스' 이후의 나


그로부터 3개월 간, 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나쁜 이상한 경험을 하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나한테 하신 코멘트를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나를 사랑하기로 하고 행동을 시작했다. 일명 '나 사랑하기 Project'. 한 번도 작정하고 나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데 나를 알기 위해 나를 사랑하라니까 그냥 해보자 하고 뛰어들었다.


첫 번째로 운동을 했다. 운동하며 2개월 동안 12kg를 감량했다. 그동안 삶에 지쳐 욕구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던 나기에 몸도 마음도 망가져 있었다. 체중은 결혼 전보다 심각하게 불어있었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데에 첫 번째로 운동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다이어트는 쉬웠다. 그냥 집중했다. 다른 잡생각 안 하고, 못하는 핑계 버리고, 그냥 했다. 자기 계발해야 하는데, 가사 해야 하는데, 야근해야 하는데 생각을 버렸다. 헬스장을 끊은 두 달 동안은 운동만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차단했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향하는 곳은 헬스장이었고, 운동한 게 아까워서 야식을 끊었고, 야식을 안 먹으니 너무 배고파서 자연스럽게 아침을 챙겨 먹게 됐다. 이런 습관이 잡히니 자연스럽게 두 번째 실행 명령이 떨어졌다.


두 번째는 생활 습관을 잡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복 운동을 하고, 배가 고프니 아침을 먹는다. 출근과 아이 등원 준비를 여유롭게 하고, 강해진 체력으로 회사에서 짱짱하게 버틴다. 퇴근 후에는 헬스장으로 달려가고, 운동한 게 아까워서 음식을 가려먹는다. 그러곤 피곤해서 쓰러져 바로 잔다. 이런 습관이 잡히다 보니 다른 욕심이 또 생겼다. 작년에 책을 읽고 계속 시도하다 실패했던 미라클 모닝을 다시 실천하는 것. 또한 글쓰기 연습을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서 체중 감량은 잠시 멈춰놓고 미라클 모닝과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마인드셋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생활을 움직이니 삶의 주도성이 나에게 주어졌다. 목표한 바를 성공하니 자기 효능감이 생겼다. 스스로에게 효능감이 생기니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찰하니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에게 임계점을 높여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선한 가치 클래스'의 사계절


선한 가치 클래스를 통해 받았던 코멘트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는 안다.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를 코칭받았던 것인지. 클래스 동안의 일을 모두 적진 못하지만 선한 가치 클래스는 농사와 같았다. 한 동안은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또 다른 작업으론 선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 몇 번은 대표님의 뼈 때리는 인사이트 코칭. 이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 내 속을 갈아엎어놓았다. 그리고 씨앗을 심어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헤매고 있었는데 이제 싹이 나기 시작했다. 자라다 보면 꽃이 될 거다.


밭을 갈아엎는 고통을 통해 꽃이 핀다니. 내 안의 선한 가치를 찾기 위해 참여했던 클래스는 아프지만 아름다웠다. 모든 순간이 결합되어 행동과 목표가 눈에 띄게 자라나게 했다. 이제 꽃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선한 가치 클래스는 대표님이 1:1로 대단하게, 장시간 코칭을 해주시지 않는다. 선한 가치 클래스는 참여자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해주고 성찰 한다. 대표님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신다. 그렇게 마음 속 빛의 통로를 점점 넓혀 악의 어둠보다 선한 빛이 가득차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선한 가치 클래스를 통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삶에서 스스로 선한 가치를 찾고, 3개월이나 고민했던 뼈 때리는 조언과 함께한 동행자들의 위로는 결국 나를 변화시켰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언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진 모르겠으나,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당신만의 꽃이 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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