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주차 여름 제철 이탈리안 음식
<자급자족 주간일기> 8월 1~2주차
8월 1~2주차 자급자족 주간일기. 이때는 강원도 양구군에서 2주간 합숙과정으로 진행된 퍼머컬쳐 디자인 코스(PDC)에 참여하고 있었다. 어찌나 시간이 빠른지, 역시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이 지나가버리고 만다. 평소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주간일기는 양구로 떠나기 전 요리와 양구군에서 만들었던 음식들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이번 주간요리에는 카포나타, 문어요리, 스파게티, 브루스게따 등 이탈리아 음식들이 많이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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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문어, 토마토, 오이, 파슬리, 레몬, 칠리플레이크, 다진마늘, 백후추, 소금, EVO oil
-> 문어가 무척 저렴했던 몰타에서 즐겨해먹었던 요리. 한국은 1kg에 5만원 정도로 비싸다. 대형마트에 가면 삶은 문어 조각을 8천원 정도에 파는데 별 수 없이 그걸 골랐다. 문어를 얼마나 맛있게 삶느냐가 관건인데 이미 삶은 문어를 쓰면 비릿하다. 레몬으로 비릿함을 잡았다. 샐러리나 오이, 토마토 등 여름채소를 많이 쓰면 상큼한 여름의 느낌을 낼 수 있다. 빵에 올려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
이탈리안 요리는 재료의 품질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한식과 마인드셋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재료로 심플하지만 맛스럽게. 내가 추구하고 싶은 방향이기도 하다.
재료
스파게티, 바지락, 다진마늘, 칠리플레이크, 파슬리, 소금, 후추, EVO oil
-> 바지락만 있으면 손쉽게 할 수 있다. 해감한 바지락을 한소끔 삶아내고 채에 거른다. 거른 물에 면을 삶는다. 일부만 남기고 바지락 살을 분리한다. 마늘과 고추 풍미를 내다가 바지락 조개를 넣어 기름에 향을 입힌다. 덜 삶은 면을 팬에 옮기고 면수를 넣어가며 약간 졸여준다. 바지락살과 파슬리를 넣고 휘리릭하면 끝. 입맛 없을 땐 괜찮겠다.
내가 생각하는 이탈리안 요리의 핵심은 마늘에 있다. 이들은 결코 마늘을 미리 까두거나 빻아두지 않는다. 요리 할때마다 껍질을 까서 껍질 채로 올리브오일에 달구거나 혹은 큼지막하게 다져서 쓴다. 미리 다져놓은 마늘은 그 풍미가 확실히 떨어진다. 껍질 안깐 마늘을 써보시라. 풍미가 확실히 다르다.
재료
두부김치: 두부, 김치, 깨, 참기름
꼬막볶음: 브로콜리, 피망, 꼬막, 간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참기름
느타리볶음: 느타리, 양파, 부추, 소금, 간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참기름
-> 반찬거리. 냉동 꼬막은 맛이 떨어져서 재구매할 생각이 없다. 냉동 식재료는 앞으로 다시는 안사야지. 김포 ‘이인농장’의 고급 느타리버섯으로 만든 볶음. 재료가 맛있으니 양념은 최소화하면 좋을 것 같다. 고춧가루랑 다진마늘은 생략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재료
수파오이지, 양파, 깨, 고춧가루, 참기름
-> 나는 어려서부터 오이지를 엄청 좋아했다. 어린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포근한 맛이 있다. 적당히 새콤하고, 적당히 달큰해서 담백하다. 오이지를 들기름과 들깨가루, 참깨를 뿌린 들기름 무침으로 해도 좋다. 이번에는 겉절이처럼 빨갛게 무쳐보았다. 여름철 달아난 입맛을 잡는 데에 이만한 재료도 없다.
재료
애호박, 찰옥수수, 양파, 청양고추, 밀가루 약간, 소금 약간
-> 양구에서 해먹었던 기가막힌 전. 애호박 전을 하고 남은 반죽에 삶은 옥수수와 양파, 고추, 밀가루를 조금 더해서 부쳤다. 옥수수 때문에 굉장히 쫄깃한 식감이 생겼다. 따로 전분가루를 넣지 않아도, 부침가루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밀가루만 있으면 된다. 옥수수, 양파, 애호박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뿜뿜 터져서 좋았다. 별달리 비싼 재료가 없는데도 근사하게 먹을 수 있다. 가공식품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보자.
재료
가지, 애호박, 조선호박, 토마토, 다진마늘, 레몬, 사과식초, 발사믹식초,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 부녀회에서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만들어주셨는데, 그러다가 남은 가지랑 애호박이 조금 아까운 것 같아서 카포나타를 하기로 했다. 카포나타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지역음식이다. 식초를 아주 풍성하게 넣어 본디 맛은 상당히 시큼하다. 조선호박은 씨앗이 있어서 안쓰는게 나을 뻔 했다. 꼭 써야한다면 주키니를 쓰고 파프리카를 넣는 게 좋겠다. 생소한 음식임에도 맛있게 드셔주시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재료
환삼덩굴, 바질, 캐슈넛, 소금, 후추, 스파게티, EVO oil
-> 이번 과정에서 ‘환삼덩굴’ 이라 불리는 잡초를 알게 되었다. 영어로는 wild hop이라고 하는데 홉처럼 씁쓸한 맛이 있다. 그러나 이 풀은 국가에서 유해식물로 지정되어있다. 다른 작물을 해치는 잡초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산좋고 물좋은 양구에서 자란 환삼덩굴의 맛은 부드러운 삼의 맛이 난다. 이걸로 페스토를 만드는 레시피를 배울 수 있었다. 여기에 바질을 약간만 섞어 풍미를 더해봤는데 맛이 아주 조화롭고 좋다. 추후 도심의 밭에서 채취해 만들어봤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제초제와 농약으로 인해 풀이 억세고 큼지막하게 자라서였다.
재료
양구시래기, 호랑이콩, 양파, 다진마늘, 칠리플레이크, 올리브오일, 소금
-> 이태리 남부 음식. 양구는 시래기로 유명한데, 이 시래기를 활용해보았다. 본토에서는 생무청을 사용한다. 식감을 제외하고는 맛에 큰 차이 없었다. 베이스에는 Fave bean이라는 널찍한 완두콩을 쓰지만 나는 호랑이콩으로 대체했다. 현지맛은 약간 빽빽한 감자같은데 호랑이콩으로 만드니 고소담백하면서 달지않은 팥앙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이랑 먹으면 아침식사로 그만이다.
재료
토마토, 애호박, 양파, 다진마늘, 칠리플레이크, 올리브오일, 까미노 발사믹식초, 소금
-> 춘천 ‘밀봄숲 베이커리'의 사워도우로 만든 부르스게따. 빵이랑 토마토, 발사믹만 맛있으면 절대 실패할 일 없는 음식. 앞의 노란 꽃은 호박꽃이다. 가을 내내 호박꽃은 아침에 폈다 오후에 지는 일을 반복하는 데, 수정에 실패한 꽃에는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 그런 꽃은 식재료로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