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주차 자급자족 주간일기
8월도 정신없이 지나갔다. 양구에서 보름도 넘게 지내다와서 그런지 도시의 더위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에는 여수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정말 너무나도 더웠다. 2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확실히 점점 더워지고 있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사람들도 나도 점점 체감하는 모양이다.
거대한 기후변화의 흐름을 나는 결코 막을 순 없다. 그럼에도 나로부터 작게나마 변화하는 행동들이 모여 주변에 나도 모르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무엇을 더 하기보다 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며 실천하는 것. 단순 소비자에서 단 1%라도 생산에 나서는 결단은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일으키리라 믿는다. 지금 나의 자급자족 일기는 대부분 소비를 통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지만 훗날 더 많은 영역에서 직접 재배하고, 만들고, 소비하는 내용으로 담겨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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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애호박, 계란, 밀가루, 소금
런던에서 친하게 지냈던 이탈리아 친구 ‘다비데’가 떠나기 전 맛보여준 애호박전을 해보았다. 애호박은 양구의 자연농 텃밭에서 하나 선물받았다. 비료도 안주셨다는데 호박이 무척이나 크고 단단하다. 외국에서 알게된 강판에다가 호박을 갈아주면 가늘게 채 친 모양이 나온다. 이걸 밀가루에 소금, 달걀의 비율을 맞춰 잘부쳐주면 끝. 애호박에서 이런 연한 연둣빛깔이 나오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재료
오이지 from @supaoiji , 들기름, 참깨
이거는 어르신들께 여쭤봐도 다소 생소해 하시더라. 무쳐놓고 조금 뒀다가는 금세 다시 시어진다. 그러니 먹을만큼 곧바로 먹으면 엄청나게 꼬숩고 중독성있다.
재료
병아리콩, 시래기, evo, 소금, 후추, 칠리플레이크
저번에는 호랑이콩으로 했는데 이번엔 병아리콩으로. 더 크리미하고 맛있긴하지만 아무래도 국산콩이 더 맛있다. 본토에서는 무청을 바로 써서 조리가 좀 더 간단한데 시래기는 역시 좀 손이 많이 간다. 설탕을 넣어서 푹 삶을 필요가 있다. 아직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재료
버리는 스타터, 밀가루, 드라이이스트, 소금, 올리브오일, 토마토, 로즈마리, 후추
우리밀로 사워도우 만들겠다는 의지가 점점 무너지면서 냉장고에는 오래된 스타터만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피딩 하지않고 오래도록 그냥 두면 까만 물이 위로 뜨면서 과발효가 된다. 버리기는 아까우니 이걸 활용해보았다. 버리는 스타터에 드라이이스트를 소량 (2-3g) 사용해서 발효에 부스터를 더하는 원리다. 스타터 자체도 반죽이니까 사워도우 만들듯이 계량하여 반죽한다. 2시간 정도 발효하면 두 배 이상 부풀어 오른다. 올리브오일을 바른 빵틀에 옮겨담고 기름을 더하고 슉슉 보조개를 만들어준다. 그 사이에 원하는 가니쉬를 넣어주고 220도에 앞 뒤로 15분씩 구워주면 끝. 호밀스타터였기 때문에 고동색 포카치아가 완성됐다. 빵 사이에 이것저것 넣어서 샌드위치로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
재료
깻잎, 간장, 식초, 양파, 마늘, 다시마, 양파껍질, 마늘껍질
우리밭에서 직접 딴 깻잎으로 무얼 만들까 하다가 장아찌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먼저 다시다와 양파껍질, 마늘껍질을 우려내어 채수를 만든다. 다시마, 껍질은 걸러내고 여기에 간장을 붓고 끌어오를 때까지 두었다 불을 끄고 식초를 붓는다. 그래야 신맛이 남는다. 껫잎은 잘 씻어서 차곡차곡 나누어 두고 소금물에 3분 정도 데쳐준다. 장물이 완성되면 깻잎 물기를 쭉 짜주고 차곡차곡 그릇에 담은 뒤 장물을 부어준다. 여기에 채썬 양파랑 마늘, 고추를 넣고 하루 정도 묵히면 끝. 밥도둑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