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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녁 Sep 15. 2024

호박꽃으로 요리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9월 1주차 자급자족 주간일기 

<자급자족 주간일기 9월 1주차>



2년간 운영했던 나의 아지트, 공간 녹슨금을 매물로 내놓은지 한 달만에 양도계약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동묘 중고시장에서 열심히 발품팔아 구해왔던 고가구나 고미술, 그리고 40년이나 된 오래된 장식장, 그리고 나를 위로해주던 음악들. 여기 정리하랴 춘천에 부안, 전주, 광명에 이르는 대장정을 운전해서 다녀오다보니 정신없이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유난히도 더운 올해입니다. 전국에 이상기후로 인해 파종한 배추가 모두 말라죽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 배추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득이나 김장하는 문화가 사라져가는데 배추 농사마저 어려워지고 있으니 김장 또한 구운김처럼 점차 사라져갈수도 있겠네요. 직접 길러보니 절실히 체감하게 됩니다. 유종의 미를 장식할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가 자연 속에서 잘 자라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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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박꽃튀김

재료
호박꽃, 감자, 올리브오일, 버터, 후추, 소금, 밀가루



김포에서는 호박이 제법 잘 자라고 있습니다. 수정이 안된 꽃들은 그 자체로 단맛이 있어 요리재료로 훌륭합니다. 호박꽃을 채취하러 다니다보니 이리저리 꿀벌들이 오다니는걸 보았습니다. 아침에는 활짝피는 호박꽃의 꿀을 먹으러 벌들이 제법 모이더군요. 저들도 먹을 것이 있어야겠다 싶어 한끼 먹을 것만 땄습니다. 꽃을 잘 씻고 꽃술은 떼어줍니다. 삶은 감자를 버터와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으깨줍니다. 꽃 안에 채워주고 밀가루와 계란옷을 입혀 부쳐주면 됩니다.



2. 떡볶이

재료

떡, 어묵, 부녀회에서 얻어온 떡볶이소스, 참깨, 대파



아내가 동주민센터 행사에서 쓰고 남은 떡볶이소스를 챙겨왔습니다. 제법 양이 많은데 맛이 달지않고 적당히 매워서 떡볶이를 한 번 해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시다 물을 우려서 사용하는데, 물양이 많으면 국물떡볶이가 되니까 조금만 넣습니다. 재료에 소스만 넣으면 되니까 이렇게 쉬운 요리가 또 어딨을까요



3. 나물반찬 3종 (취나물, 오이지, 고구마 새순)

재료

취나물 : 건취나물, 대파, 마늘, 참깨, 참기름, 들기름, 어간장, 국간장, 소금살짝, 다시마물

오이지 : 오이지, 고춧가루, 참기름, 참깨, 마늘, 대파

고구마순 들깨무침 : 고구마순, 양파, 대파, 마늘, 들깨가루, 들기름, 국간장, 소금, 다시마물



양구에서 PDC 수료할 때 강원도 반찬의 매력에 폭 빠졌었습니다. 어찌나 나물이 맛있던지 밥을 세 그릇은 족히 먹곤 했어요. 저도 그런 식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취나물은 물에 불렸다 잘 삶기만해도 맛있습니다. 삶은 취나물을 들기름과 간장, 다시다 물에 졸이듯 볶다가 참기름과 깨, 대파로 마무리하면 끝. 고구마순은 빠르게 데쳐주고 들깨볶음 하듯이 휘리릭 볶아주면 아주 쉽고도 맛있는 반찬이 됩니다. 고구마순은 밭에서 직접 채취했어요. 지금이 딱 제철입니다.



4. 공심채 볶음

재료

공심채, 굴소스, 간장, 캐슈넛, 마늘, 건고추



아내가 해준 요리입니다. 공심채는 데쳐서 해도되고 그냥해도 되는데 저는 데치는 편이에요. 굴소스에 두반장을 넣어도 되지만 두반장이 없다면 그냥 간장을 넣으면 되는데 자칫 짤 수 있으니 간을 봐가면서 하는게 중요합니다. 센 불에 휘리릭 볶아서 식감을 살리는 걸 좋아해요.



5. 깻잎페스토 파스타

재료

페스토: 깻잎, 캐슈넛, EVOO, 마늘, 소금, 칠리플레이크



한 번 대량으로 만들어놓고 냉동에 쟁여놨다가 뭐하기 귀찮을 때 만들어먹으면 좋은 음식입니다. 캐슈넛보다는 잣이 좋아요. 깻잎이 이제 다 끝나가는 시점이라 괜찮은 녀석들만 골라와 페스토를 만들었습니다. 청정원 스파게티는 딱 5분만 삶고 팬에 옮겨 알단테를 봐가면서 마무리하는 게 훨씬 편하더라고요. 자연농으로 기른 깻잎의 풍미는 시중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6. 토마토파스타

재료

방울토마토, 칠리플레이크, 마늘, EVOO, 소금, 바질, 파르마지아노



이 음식의 재료는 단순하지만 품질에 따라 맛이 극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마늘은 반드시 요리 직전에 껍질을 까서 칼로 다져주어야 그 풍미가 올라옵니다. 칠리플레이크는 올해 수확한 홍고추를 잘 말려 씨앗 그대로 분쇄해 풍미가 무척 좋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사온 단일품종 올리브오일로 향을 더해주면 금상첨화. 토마토만 직접 기른거였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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