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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녁 Jan 05. 2025

초저비용 청국장으로 겨울나기

겨울 월동무와 청국장만 있다면 겨울나기에 충분하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음식해먹기가 참 고민스러워집니다. 재료를 사다 해먹자니 장바구니가 비싸지고, 안해먹자니 마땅히 해먹을게 없는... 겨울이란 계절이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7월부터 농장일을 하고 있습니다. 먹을 만큼만 심어 제때 다먹는 방향으로 하다보니 예상치 못하게 식재료가 떨어지면 사다먹어야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초보농부다보니 실패한 것도 많고, 소출량이 많지 않다보니 요즘에는 웬만한 채소는 사다먹고 있답니다. 


그런데 마트에 가면 물건 집기가 무서울 정도로 가격이 너무나 비싸더랍니다. 소득이 없는 농한기다보니 따뜻할 때 맘껏 해먹던 채소를 사다가 해먹는 게 뭔가 꺼려진달까요. 더군다나 제철채소가 아니다보니 맛이 떨어질 게 분명했기 때문에 저는 가급적 지금 나오는 재료로 음식을 해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철채소를 활용해서 집밥을 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지요.


1) 제철채소는 가성비가 좋다.

겨울철 제철채소는 뭐가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월동시금치가 있습니다. 브로콜리도 있고요. 제주 당근도 한참 출하되고 있지요. 튼실한 월동무도 있네요. 대형마트 기준 시금치는 100g에 약 1,000원, 브로콜리도 100g에 약 1,000원. 당근은 100g에 800원, 무는 큰 거 한 통에 2,000원이 안됩니다.


2) 제철채소는 맛이 좋다.

시금치를 예로 들어볼게요. 시금치는 봄과 겨울 두 번 먹습니다. 그런데 지금 드시는 시금치는 그 맛이 봄철에 비해 압도적으로 달콤합니다. 왜냐하면 시금치의 뿌리 때문입니다. 시금치는 엽채류임에도 다른 채소보다 뿌리가 길어 겨울에 생존력이 강합니다. 이 뿌리를 통해 잎이 시들지 않고 노지에서도 살아남으며 아주 맛있는 채소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겨울 시금치는 뿌리까지 먹고 데친 후에 절대 헹궈서 먹지도 않습니다.


월동무는 또 어떤가요? 한겨울 찬바람을 맞고 자란 월동무의 맛은 평소 먹던 무 맛과 달리 굉장히 청량하고 달콤하지 않던가요. 이 무 한 통이면 각종 국류에 무밥, 동치미, 무채겉절이 등 각종 반찬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식재료로 반찬이나 만들지 무슨 주메뉴를 만드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메뉴에 반드시 고기나 생선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근사한 주메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철 월동무를 활용해서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청국장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잡다한 재료가 없어도 무와 청국장, 두 개만 있어도 됩니다. 재료가 좋으면 심플해도 맛이 충분히 좋습니다.



겨울무로 청국장 만들기



[재료]

겨울 월동무

겨울 제철 무는 그냥 먹어도 배나 사과처럼 단 맛이 납니다. 제철이 아니거나 보관이 오래된 무, 비료를 많이 먹은 무는 맛에서 쓴맛이 납니다. 그래서 그런 무보다는 가급적 친환경 무를 찾아서 드셔보세요. 한살림 기준 1.2kg 한 통 2,900원으로 대형마트 무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답니다.


청국장

아무 청국장이나 괜찮습니다. 물론 명인의 좋은 청국장이 더 맛이 좋겠지만 어느 것이든 괜찮습니다. 가급적 국산콩으로 만든 것이 좋습니다.


쌀뜨물

청국장 만들기 전에 육수내는 작업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멸치, 다시마를 넣고 6~15분 정도 우려냅니다. 멸치나 다시마가 없더라도 반드시 쓰면 좋은 것이 쌀뜨물입니다. 청국장은 역시 갓지은 밥과 먹어야 제맛인데요. 쌀 씻은 첫물은 재빨리 버리고 세 번째 물부터 받아다가 냉장고에 잘 보관해두셨다가 국 끓일때 넣으시면 멸치, 다시마가 없더라도 그 자체로 감칠맛있는 육수가 됩니다. 


두부

집근처 손두부집을 찾아보세요. 손두부가 없다면 시판두부 중에서도 단단한 두부를 사용해보세요.


된장

아무 된장이나 괜찮습니다. 청국장에 부족한 간을 된장으로 잡습니다. 소금으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 취향에 따라 매운걸 좋아하시면 고추가루를 추가하시면 됩니다.



[방법]

1. 나박썰기한 무에 청국장을 버무려 30분 정도 재어둡니다. 

=> 청국장에 미리 재우면 무에 간이 배는 것은 물론 청국장 특유의 약간 비릿한 맛도 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재워두고 다음날 사용합니다.

     * 취향껏 두께를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0.5cm로 얇게 썰었습니다. 얇을수록 청국장 간이 잘 뱁니다.

     * 청국장 콩이 으깨지지 않아야합니다. 청국장을 손으로 가볍게 풀어주시면 됩니다.

2. 육수를 끓여줍니다. 육수에 쓸 재료가 있다면 같이 넣고 우려주세요. 육수는 너무 많이 끓이시지 않고 무에 자박하게 올라올 정도면 됩니다. 두부와 무에서 수분이 추가됩니다. 

3. 무가 어느정도 부드럽게 익으면 두부를 넣어줍니다.

4. 팔팔 끓으면 간을 봐주세요. 청국장이 된장만큼 짜지 않기 때문에 좀 싱겁다 싶으면 된장을 살짝만 풀어서 넣어줍니다. 소금을 쓰셔도 됩니다. 

5. 들기름이 있다면 불을 끄고 들기름만 휙 뿌려주세요. 향이 확 좋아집니다. 없어도 무방합니다.




제가 4인분 청국장을 만드는 데 지출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 공짜 (밭에서 소출)

청국장: 공짜 (선물로 받음)

두부: 4,500원 (이두부야 국산두부)

그 외 집 재료.


청국장에 김치도넣고 고기도넣고 이것저것 많이 넣어서 드셔보셨다면 오늘 저녁만큼은 심플하게 제철재료에 집중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큰 비용 없이도 좋은 맛을 내는, 분명 새로운 경험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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