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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녁 Dec 28. 2024

고물가시대, 집에서 파스타를 직접 해먹자

어떤 재료로든지 맛있는 파스타가 됩니다

9월 1주차까지 열심히 썼던 자급자족 주간일기.

그동안 집밥을 꽤나 자주 해먹었음에도 주간일기 쓰는 건 조금 소홀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자급자족 음식을 곧장 올리곤 하는데 글로 옮기는 것은 역시 다른 일이다.

아무튼 2024년이 거의 다 흘러가는 이 시점에 나의 자급자족 생활을 좀 더 독려하는 차원에서 글을 남겨본다.




저성장시대가 장기화되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최근 젊은 층들의 회식 참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외식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회식을 통해 먹고싶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정말 고물가에 장사 없다.


외식 물가는 물론이고 장바구니 물가마저도 매우 비싼 것이 현실이다.

갈수록 가혹해지는 기후 농업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안한 국제 정세와 높은 환율로 인해 축산물, 수산물, 공산품 등 전반적인 식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지혜롭게 살아나가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향이 바로 자급자족이다.

자급자족, 영어로는 self-sufficiency.

스스로 공급해서 스스로 충족한다는 뜻이다.

나에게 자급자족은 최소한의 경작을 통한 식재료 수급과 이를 바탕으로 음식을 해먹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조그마한 땅이 있어 작물 재배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급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자급이 조금 어렵다면 최소한의 지출로도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오늘 쓰고자 하는 음식이 바로 '파스타' 이다.


그동안 직접 해먹었던 파스타 중 일부를 업로드해 보았다.

특별한 것이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정말 라면같은 음식이다.

소금, 후추, 치즈만 있어도 카시오 에 페페 casio e pepe 같은 훌륭한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자, 그럼 최소한의 지출로 훌륭한 자급자족 파스타를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준비물을 써보고자 한다.


1.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Extra Virgin Olive oil, EVO

올해 유럽의 올리브 작황이 매우 좋지 않아서 여름 한동안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대란이 있었다.

가득이나 비싼 기름이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1L당 3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했어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수급이 안정화되어 대부분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실 파스타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라고 하고싶다.

단일품종 올리브오일이나 저온압착 등 프리미엄 오일은 아주 생긋한 풍미가 좋다.

그러나 요런 오일을 가열요리에 쓰는 것은 아무래도 아깝지 않겠는가.

그러니 나는 베이스가 되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저렴한 것을 쓴다.


이곳저곳에서 많이 사봤지만 가장 괜찮게 쓰고 있는 것은 노브랜드 오일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은근히 풍미가 괜찮아서 이리저리 애용하고 있다.

1L당 16,000원 정도 하는데 이정도면 아주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2. 파스타면 

아무 파스타면이나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싼 녀석을 샀다가는 특유의 비릿한 밀가루 풍미가 질려서 안먹게된다.

롯데마트에는 파스타코너가 아주 잘 되어있다.

데체코 (De cecco), 바릴라 (Barilla), 룸모 (Rummo), 리구오리 (Liguori) 등 브랜드 라인이 상당히 좋다.


알단테 기준 바릴라가 가장 조리하기 편리하다. 

바릴라는 이탈리아의 오랜 브랜드이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다국적기업 제품이다.

데체코, 룸모는 바릴라보다 하나 더 높은 급으로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데체코보다 룸모가 좀 더 까끌하고 식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리구오리는 유기농 제품도 있고 좀 더 프리미엄이다.


보통은 500g 들이로 들어있는데, 한 사람당 80g~100g 정도 조리하니까 최소 5번은 해먹을 수 있다.

바릴라 기준 500g 1개당 3,000원 정도 하니까 대충 1회당 600원 정도 든다.

라면보다야 비싸지만 어찌 라면을 파스타랑 비교할 수 있겠는가.


3.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혹은 페코리노 로마노)

파스타에 이탈리아산 치즈를 빼놓을 수 없다.

반드시 이탈리아산 치즈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그리고 페코리노 로마노 라는 치즈가 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파르마, 그리고 레기아 지역에서 생산된 소젖치즈만 해당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러므로 파마산치즈라 되어있는 제품은 진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가 아니다.

페코리노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예를 들면, 이런 치즈가 있어야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까르보나라를 해먹을 수 있다.

까르보나라는 페코리노로마노, 계란노른자, 관찰레(돼지볼살), 그리고 후추로 소스를 만든다.

만드는 방식도 훨씬 간단하고 쉽다.

시중에서 파는 까르보나라 소스는 이 맛을 흉내만 내었을 뿐 전혀 다른 소스라고 보면 된다.


150g 블럭 1개에 10,000~15,000원 정도 하는데 까르보나라처럼 치즈를 주재료로 하는 파스타가 아니라 주로 토핑으로만 사용한다면 블럭 하나로도 꽤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자, 이 세 재료만 준비되었다면 웬만한 재료로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1. 브로콜리 파스타

브로콜리만 있으면 근사한 파스타가 된다.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을 여행할 때 호스텔 주인 분이 해주셨던 음식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브로콜리를 훨씬 잘게 다져서 치즈와 함께 크리미하게 소스를 만들어서 해도 되지만 나는 치즈를 쓰지 않고 오로지 브로콜리만 가지고 만들었다.


1) 브로콜리를 살짝 데쳐준다. 줄기 부분은 더 오래 데친다.

2) 브로콜리 데친 물에 면을 삶는다.

3) 엑스트라버진올리브오일에 소금, 후추, 다진마늘을 넣어 풍미를 내다가 브로콜리를 넣어 향을 입힌다.

4) 면을 넣고 면수를 넣어가며 농도를 맞춘다.



2. 시금치페스토 파스타

올 가을에 시금치가 아주 풍년이었더랬다. 그 많은 시금치를 어떻게 쓸까 하다가 일부 페스토를 만들었다. 한번 페스토를 만들어두면 냉동에 두었다가 그때그때 해동해서 사용해도 된다. 예전에 이탈리아 주인이 그렇게 먹어도 된다며 알려준 방식을 사용했다.


1) 시금치페스토를 만든다. (절구가 있다는 활용)

2) 면을 알단테로 삶는다.

3) 삶은 면을 페스토에 비벼주면 끝.



3. 토마토파스타

토마토가 한창 제철일 때 많이 해먹었다. 노지 제철 토마토로 만든 것과 하우스재배 토마토로 만든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노지 재배 토마토를 구할 수 있다면 구해서 만들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1) 방울토마토를 절반씩 자르고 소금과 후추로 시즈닝한다.

2) 올리브오일에 소금, 후추, 다진마늘 살짝, 칠리플레이크를 더해 향을 내다가 방울토마토를 넣어 뭉글하게 조린다.

3) 알단테 면을 넣어 볶으면서 다진 바질을 넣는다.

4) 치즈 고명으로 마무리



4. 애호박 참치 파스타

남부 이탈리아, 시칠리아, 몰타 지역에서 흔한 파스타다. 거긴 생참치가 흔해서 생참치로 해먹지만 우리는 참치통조림이 흔하지 않은가. 애호박 하나만 있다면 손쉽게 해먹을 수 있다.


1) 애호박을 잘게 채를 썰고 소금 밑간을 해두어 기다렸다가 물기를 빼준다.

2) 올리브오일에 소금, 후추, 칠리플레이크로 간을 하고 애호박, 참치통조림(기름뺀것)을 넣고 볶아준다.

3) 알단테로 삶은 면을 넣고 가볍게 볶는다.

4) 치즈토핑으로 마무리






고물가시대, 집에서 간단히 파스타를 해먹자.

별다른 장비도 필요없고, 거창한 재료도 필요없다.

그저 있는 재료를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해먹는다면 얼마든지 근사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자급자족 인생...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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