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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인파크 Nov 01. 2022

[당신의교도관]1. 오 신제품들왔네?

안녕하십니까, 신제품 인사 드립니다.


  교도소에 처음 들어가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까? 

사회에서 격리된 범죄자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공간, 내비게이션에도 잡히지 않는 공간,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에 처음 들어간다면?

야간 순찰하다가 노역장 유치 명령을 받고 오늘 처음 교도소에 들어와 새벽 3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던 수용자를 기억한다.


 교도관님 저 여기서 언제 나갈 수 있어요?

 

질문을 던지는 수용자의 눈빛은 걱정과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처음 교도소 정문을 지나는 내 마음은 그 수용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장감과 걱정, 약간의 흥분을 안고 내가 드디어 교도소에 왔구나, 라고 짧게 숨을 골랐다.


총무과 사무실에 들어가 처음 보는 선배들에게 경례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금일 신규 임용된 교도시보 박▢▢ 입니다!


일과 삶의 권태가 끌어내린 선배님들의 주름진 눈가에 일순간 호기심이 돌며 눈동자가 커졌다. 

선배님들의 시선이 나에게 일제히 꽂혔다.

내 시야에서 보았을 때 선배님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아래와 같았다.



총무과에 처음 들어간 순간 나를 바라보는 선배님들


 

 이야, 오느라 고생했네. 어디서 왔나? 뭘로 왔어, 차? 지하철? 일단 이리 와요, 커피 한잔해.


 그렇게 셀 수 없이 마시게 될 커피 중 첫 잔을 시작으로 교도소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동기들과 함께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하고, 교도소 여기저기를 다니며 선배님들에게 이곳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다.

복지과에 가서는 복지과장님께 경제수업을 한 시간 동안 들었다.

과장님은 직접 스스로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시기까지 하면서 너희도 이렇게 경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셨다.


 그외에도 중앙통제실, 고충처리-심리치료과, 작업공장, 수용팀 사무실, 직업훈련공장 등을 다니며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눴다.

공장에서는 어차피 말로 들어봤자 도움 하나도 안돼, 몸으로 배워야지,라고 말하며 선배님들은 우리에게 궁금한 점, 옛날 교도소 이야기, 본인의 이야기 등을 하셨다.


 기억할 만한 일은 수용팀 사무실에서 일어났다.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수용동 입구에 배치된 수용관리 팀 사무실에서 수용관리 팀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뒤에서 또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어, 신제품들왔네? 


 신제품? 우리말인가?

기민하게 웃을 준비를 마친 찰나에 그 선배님이 말을 더했다. 


 아, 여러분들말고, 저기 저 사람말이야. 절대 여러분들한테 신제품이라고 한 거 아닙니다. 알죠?


선배님은 팀실 가장자리에 있는 CCTV 모니터를 가리켰다.

몇대의 CCTV들이 특별히 문제를 일으켜서 집중관찰이 필요한 수용자들이 있는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성이 송출되지 않는 CCTV에 코가 닿을듯 가까이 대고 턱을 치켜든 채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카메라에 무어라고 혼잣말을 쏟아내는 일그러진 붉은 얼굴이었다.



 수용팀장님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고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CCTV 속 수용자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수용팀장님의 눈썹 위에는 검지 한마디만 한 긁힌 흉터가 있었다. 

며칠전 저 수용자를 진정시키다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가을 정오의 햇빛이 가져온 나른함이 순식간에 물러난 순간이었다.

무어라 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수용자를 보면서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런 수용자한테 맞으면 글 쓸 거리는 확실히 생기겠다...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되겠지만 언젠가 한번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번 그럴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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