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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Jul 05. 2024

너와 마주한 그 자리를 대놓고 상상해 보았다.

-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시간을?

사실 말이야. 네가 질문하면 그땐 대답해

주려고 했는데, 나는 그 시절 너와의

첫 만남이 잊히지 않아.



잘 맞으면 뭐 사귈 수도 있지.

했던 너에 비해 굳은 성벽을 쌓아 올리고.

내내 경계했던 나라서.



이런 기분이 이런 느낌이

생소했어.



사실 말이야. 그 시절, 다가오는 

이성들과 죄다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사랑에 빠지면 진짜 답 없지, 지금. 하며

그러지 않으려고.



나약한 육체와 마음, 그리고 흔들리는

이성에 의지한 채 살았던 그런 나였어. 그때,

본능이 아닌 이성에 내내 충실한 채로.



근데 나 널 처음 만나는데, 그렇게 심장이 뛰었어.

마치 소개팅하는 자리 같았어..



오후 4시쯤 만나서 10시쯤

헤어졌는데 우린.



그때 정말 오래간만에 너무 재밌어서 너무 설레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 내내



그리고 나 집에 가기 싫었어. 

속 그랬어.



통금이 10시라는 내 말에,

그전에 넌 나를 미리 안전히 귀가시켰지만.



나는 아쉬움이 컸어. 내내

대화하는 내내 심장이 너무 뛰어서-

부끄러웠어.



혹시나 너에게 들킬까 봐.

그래서 더 밝게 방긋 웃었어.



계속 계속 그렇게 영원할 것처럼.

보고 싶었어. 네가.



널 만나고 와서 친구들에게 한 말은

나 3시간 이상 누구랑 같이 계속 있는 것

진짜 불편한데, 근데 걔는 달랐어.



4시쯤에 만나서 우리가 10시쯤 헤어졌어.

(정확히는 통금으로 9시 20분-30분쯤?)



근데 편안했어. 너무 편하고.

설레고 그랬어. 내내



심장이 너무 뛰어서. 들킬까 봐.

나는 내내 조마조마했어.



그리고 얘랑은 마치 처음 보는 거 같지가 않아.

전생에 마치 깊고 깊게 절절하게, 얽힌 사이 같아.



이상했어. 편한데 설레는데.

걔 보면 그냥 좀.. 아파. 마음이,

너무 애틋해서. 절절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친구도 나도 전생이니 현생이니.

그런 건 잘 모르기에 그냥 그런 만남이.

그런 인연이, 그런 사이가



바로 앞에 있음에 내내 신기해했다.



그 시절, 참 그랬다.



생각해 보니 나 낯설게도.

내가 있는 이 테이블이 나랑

너무 한 몸이 된 것 같다고.



그런 적 처음인데 그런 내가 너무 낯설고.

눈치 없이 내 심장은 자꾸 뛰고.



이런 내가 그 당시 했던 걱정은

내가 호기심이 가나 봐. 자꾸만 너한테.

관심이 가나 봐. 처음 보자마자,



이런 적이 정말 처음인데.

너한테 들키면 어쩌지?



내 심장 소리 진짜 오늘따라

왜 이렇게 크지?



하얀 피부에, 발그레 해진 볼을

 너는 누나 근데 볼터치한 거야?

되게 자연스럽다~라고 했는데.



그거 그냥 홍조라고 내가 내내.

너무 싫다고.



난 볼터치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자.

넌 너무 자연스러워서 볼터치인줄,



알았다며 내 홍조에 마구 칭찬을 했어.

괜찮은데 왜? 예쁜데.라고,



기억나니? 헤헤-

너랑 나, 첫 만남 그 모습 혹시 기억해?

둘 다 수줍은 듯이 생글생글 마구 웃었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우리에게, 

다시 만나서 안녕! 하고 말하면 말이야.



그렇게 너와 마주한 자리를 대놓고

상상해 보았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시간을?



아마도 이 긴 시간을

묵음 처리 하기엔,



우리의 생이 너무 짧고.

너무 반갑고, 너무 생생하고.

많이 아팠다. 아이고



아마도 나는 널 다시 만나면.

어쩌면 겨우 겨우 참아뒀던,

그 눈물을 터뜨려 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갑자기 운다는 건.

괜찮아!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

중요한 사람인 데다가 너무 소중해서.



너무 진심이라서 그런 거니까.



그게 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어떤 모습으로 서로에게. 

어떤 표정을 보여야 할지 몰라서.



다 진심이라서.

너무 순수해서,



그래서 많이 아팠어서.

울컥해서, 뭉클해서.

그래서 그런 거니까.



그리고 너처럼 그렇게 나 

다 보여주지 못 한 진심은.



나는 정말 너무 많아.

혹시나 여전히 내가 궁금하다면

그때 만나서 질문 그냥 편히 던져줘.



채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시간들이지만.

주옥같은 말들 대신 한 걸음 한 걸음 다 진솔할게.



여전히 주워 담지 못 한,

못다 한 말들이 너무 많아.



그 말들이 나를 콕콕 찔러

내 심장을 아프게 해도,



그 자리에 선 너는

나 때문에 더는 아프지 않길 바라.



그래도 진심이야-

내가 태어나서, 제일 많이 좋아한 사람.



그게 너야. 연유야 어떻든 내 방식이 얼마나

서툴던 그 시절의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사과하고 싶어. 표현하고 싶고.



미안함도, 고마움도 감사함도.

그렇게 담-뿍.



현아. 내가 진짜 진짜 많이 좋아했어.

고마워. 그리고 많이 감사해.



내가 편지를 좀 썼는데,

꼭 그랬으면 좋겠다 :)



p.s 앞으로도 네가 그리울 때마다. 

계속 쌓여갈 이 편지 내용이 궁금하다면,

우리 그때 봐 아! (방긋)



천천히 오래 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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