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일차(p.250~p.268)
☆ 인상 깊은 구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더 오랜 세월을 구례에서 구례 사람으로, 구례 사람의 이웃으로 살았다.(…)
아버지의 신념은 그 뿌리에서 뻗어나간 기둥이었을 분이다. 기둥이 잘려도 나무는 산다. 다른 가지가 뻗어 나와 새순이 돋고 새 기둥이 된다.(p.252)
☆ 발췌
나는 유골의 온기가 근 칠십 년 동안 화석처럼 굳은 작은아버지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아버지로 인해 곤궁했을 사촌들의 마음도. 저만치 자기들끼리 모여 있던 아버지의 동지들이 아버지의 유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p.250)
아버지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도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p.265)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아버지 십팔번이었다. 그 말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이리 아름답다. 진작 아버지 말들을 걸 그랬다. 아버지, 아버지 딸, 참 오래도 잘못 살았습니다. 그래도 뭐, 환갑 전에 알기는 했으니 쭉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딸을 대장부의 몸으로 낳아주신 것도, 하의 상의 인물로 낳아주신 것도 다 이해할 터이니 그간의 오만을, 무례를, 어리석음을 너그러이 용서하시길…… 감사합니다.
아버지. 애기도 하는 이 쉬운 말을 환갑 목전에 두고 아버지 가고 난 이제야 합니다. 어쩌겠어요? 그게 아버지 딸인걸. 이 못난 딸이 아버지께 바칩니다.(p.268)
☆ 단상(선택)
아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의 박제된 삶에 자신의 삶도 그렇게 된 것 같아서 억울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과 그 마음은 아버지의 유골의 온기로 아리의 마음을 감싼다. 이제는 빨치산, 빨갱이의 딸이 아닌 아버지의 딸로서 아버지의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라는 그 말을 받아들인다. 아버지의 삶은 파란만장했고 풍성한 삶이었다. 아리는 아버지의 존재는 유골의 가루처럼 낱낱이 흩어졌지만 아리의 마음에 내려앉아 그리움이 되어 기억 속에 선명해진다. 작가의 말처럼 “진작 아버지 말들을 걸 그랬다.”(p.268)라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 소설은 주인공 아리, 작가 정지아, 그리고 나와 대화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소설이란 이야기를 통해 작품 속의 인물과 작가가 독자와 촘촘하게 얽힌 거미줄처럼 특별한 관계를 맺게 한다. 이 가을은 특별하다. 여러분들도 나 만의 인생소설을 만나길 바라본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10일 차입니다.
읽을 페이지는 p.250~p.268입니다.
독자분들도 발췌해 놓은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세요.
필사한 구절로 ‘댓글달기’에 ‘한 줄 단상’을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