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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Oct 14. 2024

아버지의 십팔번 ‘오죽하먼’

『아버지의 해방일지』 by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시작은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가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장면입니다. 주인공 고아리가 아버지의 행동과 선택,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서사입니다. 작가 정지아는 아버지의 죽음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되짚어봅니다. 작가는 “현대사의 비극이 어떤 지점을 비틀어, 뒤엉킨 사람들의 인연이 총출동한 흔하디흔한 자리”(p.169)가 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다채로운 삶과 사람들,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흥미진진한 연속극을 지켜보는 심정”(p.9)으로 독자가 책에 몰입하게 합니다.   


 32년 전에 등장한 작가 정지아의 존재감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증됩니다. 그의 자유로운 서술과 강렬한 이야기는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재미있고 경쾌하게 전달합니다. 이 소설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머있게 담아냅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신념을 지키며 사는 한 사람의 고통이 죽음앞에서 해방 될 수 밖에 없고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묻는 쓸쓸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이 소설은 네 가지 주요한 이야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작은아버지와의 관계입니다.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냉담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며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의 등장을 통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두 번째는 아버지가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배경과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흥미로운 대화는 독자들에게 삶의 웃음을 선사합니다. 세 번째는 고아리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고아리는 아버지의 사회주의적인 면과 현실적인 측면을 깨닫게 됩니다. 아리는 사회주의자로서 아버지와 보통 아버지의 삶을 이해합니다. 이를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되짚으면서 새로운 이해와 감정을 발견합니다. 네 번째로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유머러스한 일화들입니다. 이들의 사연은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는 데 유쾌한 촉매제가 되며, 힘든 현실의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 줍니다.     


 아버지의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p268)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속에서 가족의 유머와 현실, 이상과의 충돌 등을 사회적 배경과 함께 다루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오죽하먼"은 작가의 탁월한 필력으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에 웃음이 나지만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게 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혁명적인 신념과 현실 세계의 갈등은 순간순간 사회적, 정치적 배경과의 조우로 유머를 탄생시킵니다. 이들의 유머와 현실 간의 미묘한 괴리감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합니다. 또한, 작품에서는 사회주의적인 가치관을 현실과 대비시키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회주의자로서의 삶을 다룹니다. 이것은 이야기 전반에 걸쳐 미묘하게 유머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독자들에게 깊은 생각을 이끌어냅니다.     


묘하게 평화롭고 분주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자인 고아리가 아버지의 죽음앞에서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 봅니다. 작가는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p268)라고 말합니다. 아리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합니다.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고아리가 자신의 삶과 아버지,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관점을 통해 화해와 용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인”(p.163)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아버지의 해방일지』 ‘10일 동안 함께읽기’ 시작입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에 하얀 구름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10일 동안 함께’ 읽으면서 그리운 마음 구름을 적어 추억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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