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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be Lee Dec 19. 2018

매장이란

한국에 살 때는 교보문고와 이태원  그리고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자주 다녔다. 교보문고에는 수입 잡지 코너에서 The Source, XXL 그리고 Cool Trans  같은 잡지들을 구매하기 위해서였고 이태원에는 각종 힙합 스타일의 옷들과 압구정 멀티숍, 특히 스윙에서 판매하는 의류들 뉴에라 캡들  그리고 살 수없는 신발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꼭 방문하면 샵에서 일하는 형 누나들에게 신발들과 옷에 대한 설명을 자주 들었는데  그런 재미에 아마 매장을 그렇게 찾아 방문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중학생에겐 비쌌던 물건들의 대한 궁긍증을 해결했고 만지작  거리기만 했던 물건들을 만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땐 에어포스원 달마시안과 에어맥스구칠 리비에라가 그렇게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꼭 방문하고 싶었던 매장들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 처음 방문했던 뉴욕의 슈프림 매장과 스투시 매장 그리고 유니온 매장 방문을 잊지  못하며 나중에 뉴욕에 생긴 베이프 매장 방문도 잊지 못한다. ALIFE와 aNYthing 매장도. 고등학교 때는 그게 전부였다.  매일 소호에 나가서 매장들을 그렇게 방문했다. 매일 방문해도 매일 다른 느낌이었다. 고3 때에는 뉴욕의 꼼데갸르송 매장과  Number (N)ine의 매장을 찾아 해 매다가 두 시간 만에 찾아서 들어간 기억도 있다. 그때의 넘버나인 매장은 굉장히 멋스러웠고  꼼데갸르송의 매장은 신비스러웠다. 그때 산 꼼데갸르송 옴므 플러스의 롤링스톤즈 로고 티셔츠는 나의 첫 꼼데갸르송의 옷이며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다. 그땐 그런 재미에 그렇게 뭔가를 자꾸 샀는지도 모른다. 이젠 이런 재미가 없다. 그 매장이 그 매장이고  오너의 바른 눈으로 바잉을 진행하는 매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간접적으로 어디선가 접한 그런 것으로 매장을  꾸려나가기 때문이다. 다들 멋지고 트렌드 있고 싶어 한다.


드리스  반 노튼 그리고 랍 시몬. 왈터 베이렌동. 유럽 디자이너의 텍스타일과 원단에 대해서 훅 빠지게 된 계기는 엘에이의 한 매장에서  오너와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벨기에에 공장 하나가 있는데 이 공장에서 주로 드리스 반 노튼이며,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랍  시몬등의 원단과 텍스타일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 공장에서 나온 옷들의 텍스타일과 원단은 굉장히 기가 막혔는데 그때 처음 만지면서  원단의 냄새와 촉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현재 드리스 반 노튼은 더 이상 벨기에 생산이 아닌 것 같은데 이것 역시 패션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직접적인 예다. 그 오너는 현재 살만한 옷들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서 이베이에서 90년대  생산된 벨기에 디자이너의 옷들이나 빈티지 의류들만 산다고 했다. 그 공장은 어디로 갔을까. 이런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매장이 다 없어졌다.


라파의  가장 높은 세일즈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이루어진다. 굳이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들이 매장을 찾는 이유는 브랜드를  조금 더 직접적으로 경험하기 위해서이며 입어보고 매장 직원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이다. 즉, 뭔가 배우고  싶어서 매장을 방문한다는 뜻이다. 매장은 배움의 장소이며 직원 혹은 오너와 손님들과의 직접적인 거래와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라서  매장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다만 여기서 지식을 전달하고 받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거래가 정직하고 바른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자신이 완벽하게 공부하고 익힌 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이것이 바르고 정직한 것이어야 하고 여기에  선생님의 위트가 더해지면 그 수업은 재밌는 수업으로 발전한다. 유익한 배움의 시간, 매장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하는  동생에게 매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접한 정보를 너의 것인 것 마냥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예전에 꼼데갸르송의 레이  카와쿠보가 자신은 미디어 매체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는 뭔가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접하게 되는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 박히게 되고 그것이 자신이 꼼데갸르송을 풀어나갈 때 어디선가 자신도 모르게 그 마음에 들었던 요소들이 꼼데갸르송에  입혀진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녀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정보 그리고 지식 사이에서 우리는 항상 혼돈한다. 이래서 우리가, 너와 내가   빠르게 움직이는 정보와 매체 사이에서 조금 더 깨어있을 필요가 있다는 거다. 오늘도 나는 더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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