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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란 Jan 22. 2021

0. 월간 디자인 클럽 출범

반말로 피드백하면 안돼?



2020년 9월, 대학원 첫 학기를 시작했다. 시작과 함께 내 자신에게 한 가지 룰을 정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반말 듣기'였다. 잠시 스쳐갔던 대면수업 기간, 수업에서 만난 또래나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 말을 놓으라고 했다. 


서로 반말 쓰기는 내 나름의 큰 결정이었다. 지난 직장생활동안 방어적으로 구느라 몇 안되는 또래를 만나서도 존댓말을 썼다. 친해져도 말을 낮추지 않았다. 예의를 차렸다기보단, 솔직히 말하면 방어적인 '선긋기'에 가까웠다. 이참에 대학원 입학을 기점으로 이런 방어적인 나의 태도에 제동을 걸고 싶었다. 


오랫동안 높임말 뒤에 숨어지내다가 어린 친구들로부터 반말을 들으니 내색은 안했지만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뒤돌아보면 반말 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빨리 원우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엄연히 디자인 선배들인 그들로부터 적잖이 많은 양의 피드백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고, 비전공자인 내게 피드백 하나 하나가 버릴 것 없이 모두 소중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2021년 충동적으로 처음 시작한 <월간 디자인 클럽>도 '반말'을 가장 중요한 규칙이 되어, 제1규칙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위계질서가 없는데 왜 존댓말을 써?



각종 커뮤니티에서 멤버 간의 '평등함'을 강조하면서 이름 뒤에 -님을 붙이고 서로 존댓말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서로 존댓말을 사용한다고 정말로 위계질서가 사라지는 걸까?


지난 하반기 <월간 디자인>의 전은경 편집장님과 첫 트레바리를 했다. 트레바리에서도 서로 존대하며 모임을 진행한다. 그렇지만 과연 편집장님의 의견에 일반 멤버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해보면 '글쎄?' 자신있게 YES라고 답할 수 없다. (YES라고 답할 수 없는 이유는, 클럽장이 모임에서 권위적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아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적은 사람이 반대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또한 대학원 수업을 하면서, 아무리 서로 존대를 하더라도 나이 많은 사람이 끝끝내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 결국 나이가 어린 친구가 입을 닫게 되는 경우를 종종 관찰했다. 진짜 위계가 없음을 보여주려면, 반말이어야 한다, 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반말하면 피드백이 더 풍부해진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에서 더 풍부한 피드백을 주고 받았던 경험을 겪고 보니 '서로 반말을 하면 피드백의 양이 늘어난다.'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반말사용을 꺼려하는 이유는 대개 반말을 쓰면서 친해지는 만큼 서로 간에 정해진 선을 뛰어넘기도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존댓말을 더 고집하여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 허물어진 선만큼 피드백의 양이 많아진다면 반말은 결국 성장을 시켜주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반말을 하면 피드백의 양이 늘어난다. 그리고 성장한다.'


상대방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피드백을 한다면, 반말을 하면서도 충분히 서로를 존중할 수 있고 함께 성장해나가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모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반말로만 진행되는 <월간 디자인 클럽>을 다음주 목요일, 첫 모임을 진행한다.


<월간 디자인 클럽> 소개 페이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반말 커뮤니티. 다음주 첫 모임이 기대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말 사용'을 해야겠다는 그 생각의 시작점에 있는 닷페이스의 <학생이 이 선생님에게는 반말을 한다> 의 영상으로 첫 글을 마무리한다.


닷페이스 "학생이 이 선생님에게는 반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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