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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란 Jul 11. 2021

대체 월간 <디자인>이 뭐라고 나는 논문까지 썼을까

2021년 상반기 결산 (1)



대학원 과제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A라는 하나의 주제로 어떤 수업에서는 A-1을 만들고 다른 수업에서 A-2를 만든다! 


2021년 상반기 나의 주제는 월간 <디자인>이었다. 월간 <디자인> 구독 서비스 경험을 주제로 소논문을 썼고(A-1), 논문을 쓰기 위해 수집한 리서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월간 <디자인>의 가상 서비스를 기획해서 웹디자인을 해보기도 했다(A-2). 이쯤 되니 J를 포함하여 여러 친구들이 물었다. 왜 월간 <디자인>이야? 왜 잡지야?


연구주제는 개인적인 호기심에 출발했다


다른 대학원생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지난 상반기 소논문은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대학원 친구들과 월간 <디자인> 읽는 모임을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친구들이 생각보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짜 순수하게 궁금했다. 왜 잡지 정기구독을 하지 않을까?


혹시나 하고 소논문을 꼭 써야 하는 수업에 연구주제로 갖고 갔더니 교수님께서 굉장히 흥미로워하셨다. 졸업논문 주제로까지 확장시켜도 좋겠다고 말씀하시기까지 했다. 보통 연구주제를 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나는 개강 첫 주에 연구주제가 정해졌다. 


연구주제를 정할 때 순수한 호기심에 더하여, 나의 엉뚱한 소신도 있었다. 사람들이 내 논문을 보고 '뭘 이런 걸 다 연구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항상 영국 애들이 그러지 않나. '아니 뭐 이런 걸 또 연구햌ㅋㅋㅋㅋㅋㅋ'하게 하는 주제들. 그러나 평소에 한 번쯤은 궁금했던 것들. 내 주제도 그랬으면 했다. 


연구주제는 뭔가 대단한 주제는 아니지만 내가 궁금한 것을 연구해서 그런지 리서치 자체도 힘들지 않았다. 리서치 결과도 흥미로웠고, 흥미로운 결과를 정리해서 논문으로 쓰는 과정도 즐거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생애 최초 소논문은 학회의 심사를 받아 통과되었다! 어딘가 자랑스럽게 내보이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고 부끄럽지만, 해내고야 말았다. 일과 병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에(지금은 퇴사...주륵ㅜ) 리서치하고 소논문까지 쓸 수 있을지 당시에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성취였다. 


학회에 통과되기도 했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니 매주 꾸역꾸역 과제를 겨우 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연구설계를 좀 더 치밀하게 세우지 못해서 아쉬운 점도 많다. 설계에 더 신경 썼다면 의미 있는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아니 그런데 왜 잡지야?


첫 논문주제가 잡지로 향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자면, 우선은... 어릴 때 잡지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다.


내 생애 최초의 잡지는 웅진에서 발행한 <생각쟁이>였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구독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당연히 엄마가 구독을 해줬겠지만) 매달 생각쟁이를 '읽어치우던' 기억이 또렷하다. 


굳이 '읽어치웠다'는 표현을 쓴 것은, 정말로 어린 시절의 나는 '읽어치우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동화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 등 하나의 세트로 묶인 책들을 사주시곤 했는데, 지금의 내 모습과는 달리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을 묵히기는커녕 하루빨리 몽땅 다 읽어버리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방바닥에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책을 읽었고, 어떤 날은 손님으로 놀러 간 집에서 발견한 전집을 꼭 다 읽고 집에 가겠노라 고집부린 적도 있었다.


새로운 콘텐츠 읽기에 늘 목말라 있던 내게 잡지는 너무나도 적절한 방안이었다. 물론 도착하면 바로 다 읽었지만. 다음 호를 기다리던 설렘, 새로운 호가 도착했을 때의 그 반가움과 어떤 내용으로 채워졌을지의 궁금함, 마지막으로 다 읽었을 때의 기분. 그게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SNS가 없었다)


지금은 비록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 되어 책을 읽기보다 소장하는 일이 많지만,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게 되면서 잡지를 구독한 건 내게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첫 단추가 무섭다고, 내 학부 전공은 '언론정보'다.


얕지만 미디어를 공부했고, 홍보대행사에서 3개월 간 욕바가지로 먹으며 인턴을 한 적도 있다. 지금은 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학부 때 배운 내용이, 짧은 인턴생활이 이렇게 연결된 거다(소오름). 아무튼 그간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논문까지 쓰게 된 것 같다.


Connecting dots, 언젠가는 다 이어진다


돌아보면 결국 논문 주제의 시작은 '월간 디자인 읽기 모임'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하는 것이 그러하듯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모임을 기획하고 시작할 때만 해도 이 경험이 내 논문 주제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최근 들어 많이 느끼는 건데, 뭔가를 '시도'해본 경험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걸 좀 더 바꾸어 말하면, '시도'는 '기회'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당장의 시도가 별다른 결과물을 내지 못하더라도, 혹은 실패할지라도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나는 완벽한 결과를 내지 못할까 봐 시도조차 하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그걸 시도가 아니라 기회라고 여겼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좀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월간 <디자인>의 디렉터인 전은경 님도 모티비(MoTV)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중할 수록 손해라고. 빨리빨리 해보는게 중요하고 시간끄는 사람이 손해라고. 

출처: 유튜브 채널 모티비(MoTV) 현실조언 시리즈


그래서 이번 방학은 지인들과 함께 신중을 기하지 않고, 딱히 큰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뭐든 일단 다 시도해보는 <뭐라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백수지만 놀지는 않아요!' 라며 뭐라도 보고, 뭐라도 읽고, 뭐라도 쓰고, 뭐라도 만들어보며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모임이다. 우리의 시도가 어떤 기회의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하고 그 '시도'를 일단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 간의 기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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