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야할 것들이 많은 '역할'보다 한 개인의 '콘텐츠'가 궁금하다
원문: https://blog.naver.com/arko2010/222662937491
내가 쓴 글이긴 하지만 게재된 곳의 조회수를 위해 일부만 발췌하자면,
...90년생 밀레니얼 세대인 나는 항상 나다운 콘텐츠가 고민이다. 어떤 것이 나다운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 나만이 전개할 수 있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결혼을 했지만 누구의 엄마, 며느리, 딸이 아니라 나 개인의 진정한 모습을 발굴하고 성장해나가려면 어찌해야 되는지 늘 고민이다. (중략)
지금의 밀레니얼들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가 올리는 콘텐츠가 ‘내가’ 느끼기에 재밌고 유익하다면 팔로우를 한다. TV 채널보다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이유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익숙한 우리는 어른이 이야기하면 무조건 듣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듯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는 어른, 즉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는 어른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막례 할머니, 밀라논나, 배우 윤여정의 콘텐츠를 굳이 팔로우 해가며 보는 것이다. (중략)
누구의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 그저 한 개인으로서 당신이 콘텐츠를 선보일 때 밀레니얼들은 기꺼이 들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콘텐츠가 있는 어른에게 열려있으니 말이다.
뒷 이야기:
이 글의 타겟은 어른세대다. 그래서 에세이를 요청한 기관에 글을 보내기 전에 양가 부모님께 먼저 보여드리고 어떤지를 여쭈어봤다. 시엄마는 글에 등장한 시외할머니께 큰소리로 내 글을 읽어드렸고, 친정엄마는 전화와서 너무 잘 읽힌다고 역시 네 글은 읽기 쉽다고 했다. 그리고 글이 의도한 대로 엄마 개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나도 써보고 싶다며 블로그를 어떻게 열고 쓰는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
엄마는 반백년간 채식을 한 사람으로서, 전형적인 K-장녀로서, 한국의 산업화를 거치며 힘든 20대를 보낸 사람으로서, 경력이 단절된 한 여성으로서 쓸 글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 같다. 다음 번에 친정에 내려가면 꼭 블로그랑 브런치로 글 쓰는 법 알려드려야지. 내 책이 나왔을 때 엄마는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기록되었을지 반은 무섭고 반은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고 했다. 엄마가 글쓴다고 하니 이제 반대로 내가 그 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엄마의 글 속에서 나는 어떻게 기록될까 기대되면서도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