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동안 인류의 평균 IQ 점수는 꾸준히 상승하는 '플린 효과(Flynn Effect)'를 보였습니다. 더 나은 영양, 의료, 교육 덕분이었죠.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추세가 멈췄고, 많은 선진국에서 IQ 점수는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2023년 한 연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인의 인지 능력이 측정 가능하게 감소했음을 확인했으며, 유럽에서도 비슷한 역전 현상이 보고되었습니다. 정확히 PC 시대가 열린 다음부터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죠. 뭐가 문제일까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지 능력 저하의 원인이 DNA가 아닌 환경적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죠.
인지 능력 하락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질문, "왜 기억해야 해? 구글이나 ChatGPT에게 물어보면 되는데?"입니다. 이 질문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기억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억을 단순한 사실의 저장고로 여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전문적인 사고는 정보를 외부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뇌 내부에 풍부하고 상호 연결된 지식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데서 나옵니다.
농구 선수가 드리블을 배울 때 처음에는 모든 동작을 의식적으로 처리하지만, 반복 연습을 통해 그 동작들을 하나의 매끄러운 행동 패턴으로 만듭니다. 이 자동화된 패턴 덕분에 선수는 복잡한 드리블에 정신 에너지를 쏟지 않고, 경기 상황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고차원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사고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념을 진정으로 학습한다는 것은 그것을 압축된 지식적 패턴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패턴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뇌의 메모리가 창의성, 종합, 전략적 통찰과 같은 진정한 '생각'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구글 검색, '제2의 디지털 두뇌', 그리고 이제는 ChatGPT를 통해 지식을 끊임없이 외부에 위탁하는 인지적 오프로딩은 이 핵심 과정을 생략시킵니다. 우리는 주제를 "알고 있는 것"에 머무를 뿐, "할 수 있는 것"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기기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정보는 진정으로 학습한 것이 아니라 빌려 쓴 것에 불과합니다. 지식을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두뇌는 빈 껍데기와 같아서, 새로운 문제나 창의적 통찰이 필요할 때 전체 구조가 무너집니다.
디지털 오프로딩은 깊은 학습의 다음의 세 가지 핵심 과정을 약화시킵니다.
자동성 미형성: 반복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기술을 수행하는 능력(자동성)이 뇌의 대역폭을 확보해 줍니다. 기본적인 계산이나 기억을 외부로 아웃소싱하면 이 자동성이 형성되지 않아 마음이 항상 기본 정보에 묶여 있게 됩니다.
정보 구조 구축 방해: 정보 구조는 지식을 조직하는 정신적 틀, 즉 뇌 속의 잘 정리된 파일 시스템입니다. 검색은 단 하나의 파일만 제공하지만, 깊은 학습은 이 파일 시스템 전체를 구축합니다.
예측 오류 미형성: 뇌는 예측과 결과의 불일치를 감지할 때 가장 잘 학습합니다. 틀린 것이 기억에 가장 잘 남는다는 소리죠. 외부 검색에 의존하면 뇌가 스스로 예측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해도 학습 메커니즘이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인지 능력 저하가 대규모 AI 자동화와 맞물리는 지금, '새로운 종류의 지능으로의 전환'이라는 안일한 시각은 위험합니다. 창의성과 통찰은 내재화된 풍부한 지식 네트워크에서 나오며, 이 기반 없이는 AI 협업은 단순한 '지시 이행'에 불과합니다.
그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다시 PC와 인터넷을 없애고 암기하는 시절로 돌아가라는 소린 아니죠?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검색이나 ChatGPT를 사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패턴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검색을 하지 말고 지식을 형성하기 위한 검색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검색을 한 결과를 머리에 메모를 하듯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이 정보를 나의 지식으로 만들려는 의지를 부여해야 합니다.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정신적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셈이죠.
AI를 사용하기 전에 직접 초안을 만드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코드를 짜던, AI로 구동되는 생성기를 사용하기 전에 손수 초안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인지 근육을 키우는 비결입니다. 거기에 첨삭이나 매끄럽게 다듬는 부분은 AI로 보충해도 충분하겠죠?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바로 AI에게 물어보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을 하기로 나름의 규칙을 세울 수 있습니다. 단 5분이라도 좋습니다. 스스로의 두뇌로 고민하고 생각을 시도해 보는 것은 예측 오류를 만들어낼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AI는 언제든지 추가로 협력자의 역할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아날로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에요. 다만 나 스스로가 IQ가 떨어지는 수준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궁리할 줄 아는 인간이 될 것인가입니다.
지식의 공백에 직면할 때마다, 당신은 즉각적인 답을 위한 검색을 할 것인지, 아니면 지식을 내재화하는 작업을 통해 장기적인 투자를 할 것인지 선택하게 됩니다. 전자는 효율적이지만, 후자가 바로 창의적인 도약과 회복력 있는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인지적 자본을 구축할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질문: 당신의 AI 활용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