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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hahoho할머니 Dec 20. 2024

손녀가 학교 화장실에서 맞았다 1.

2024년 12월 5일 목요일


매주 목요일마다  손녀는 방과 후 활동으로  뮤지컬반에 들어가서 연습을 하고 있다.

  대개의 방과 후 프로그램 은 4시에 마쳐서  스쿨버스로  집으로  올 수 있는데 뮤지컬반은 5시에 마치기 때문에 보호자가 직접 데리러 가야 한다.

그날도 아이가 마칠 시간쯤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메일이  왔는데 손녀가 다쳐서 치료했는데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뮤지컬연습실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연습하러 갈 정도면 별문제 아니거니 했다.

연습실에서 나온 아이를 본 순간  나는 너무 놀랐다.

이마에서 눈두덩을 지나 볼 가운데까지 길게  피 딱지가 있었다. 이지경인데 왜 집에 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오늘이 이번 학기 뮤지컬 연습 마지막 날이라 빠지고 싶지 않아서  선생님께 괜찮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택시를 타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어람병원이라는 영어가 가능한 중국인 의사가 있는 병원이다. 의사가 영어로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오후 3시 10분쯤 수업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엘사와 벨라가 뒤따라   들어와서는 "오이!"하고 불러서 "You stupid girl!" 했더니 화장실 구석으로 밀어 넣고는 운동화를 신은 채로 발로 차고 배도 때리고  들고 있던 물병으로 이마를 두 번 세게 쳤다는 것이었다.


상황은 심각했지만 의사의 진단서는 간단했다. 왼쪽 얼굴과 눈을 지나 볼까지의 20cm 정도의 길쭉한 상처의 길이를 서술하고 오른쪽 이마  지름 3cm 정도의 부어오른 피멍을 서술할 뿐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우리 손녀는 이제 아프지 않아요. 하면서 함께 갔던 동생과 밝게 웃고 장난까지  치고 있었다.

 이런 천진난만하고 밝은 아이가 그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밀쳐져서 키가 제 머리 하나 보다 더 큰 아이에게 맞으면서 그저 쏟아지는 발길질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니ㆍㆍㆍ.


눈물이 나왔다.


할머니,

괜찮아.

이제 배도 안 아파.


오히려 말문조차 막힌 나를 아이는 위로했다.


눈 위에 피도 좀 났겠는데 그건 어디서 닦았니?

하니  아이들이 화장실 볼일 다 보고 나갈 때까지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화장실 칸에 들어가서 휴지로 닦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와서 양호실에 가서 치료받고는 혹시나 뮤지컬 연습에 참가하지 못할까 봐 선생님 께는 계속 아프지 않다고만 했다는 것이었다.


다친 부분 사진을 찍었다. 늦게 퇴근한 딸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에게  "You stupid girl!"이라고 왜 말했니? 하고 물었더니

ㅡ원래 그 아이 둘은 건들거리면서 다니며 다른 애들 툭 치고 지나가. 그러면 아이들이ㅡYou stupid girlㅡ하면

 그냥 지나가. 걔들에겐 다들 그래. 그래서  나도 따라 했을 뿐이야 했다.


나도 이상했던 것이  우리 아이는 중국어가 안되고 그 아이들은 중국인인 데다 영어도 잘 못하고 덩치도 우리 아이는 작은 편이고 그 아이들은 반에서 제일 큰 편이라 서로 관심을 가져서 갈등이 있을  만한 관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딸이 내가 찍었던 사진을 첨부해서 교장 두 명(학교전체교장과 초등부교장)과 담임에게 메일을 썼다.


하마터면 눈까지 다칠 뻔했고 물이 가득 든 유리물병으로 이마를 때려 아이의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고.

사건을 자세히 조사하고, 가해자 아이를 우리 아이와 격리해달라고.

어떻게 8살 여자 아이가 화장실에서 같은 반 아이에게 이런 폭력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그리고 그날 밤 나와 딸은 떨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거의 뜬 눈으로 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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