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금들판 Sep 17. 2021

05. 낙동정맥 마을 막걸리

낙동정맥을 걸으며 소천장생 탁주를 마셨다.

분천역 첫 무궁화호 타기


이번 막걸어 막걸리 여행은 낙동정맥 오지를 걷는 ‘낙동강 세평 하늘길 (12.1㎞)’이다. 우리는 오전 9시 13분 분천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 첫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출발했다.  도로 위 하늘이 물들더니 산 위로 해가 떠 올랐다.

 

영동선 분천역서 첫 무궁화호를 타기위해 새벽부터 달렸다 @여행바라기 X 느리게걷기
산타 어르신 근무중 이상무

분천역에 들어서니 산타 어르신  분이 굴뚝을 타고 계신다. 누군가 "아니 산타가 ?!" 라고 쳤다. 왜냐면 그러니까....우리가 타려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출발하는 '분천역' 스위스 <빙하특급열차> 출발하는 '체르마트(Zermatt)'이 자매가 되기로 하여서 그렇단다. 두 역은 자동차로 가기 어려운 산간 지역철도가 연결하는 공통점이 있단다.  아마도 이를 기념하여 산타가 분천역에 온 것 같다. 여기서 손들고 '그럼 필란드는요?'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나무위키> 산타크로스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신타는 터키 사람이란다.


산타어르신 근무중 이상무@여행바라기X느리게걷기


체르마트역과 자매가  분천역 옆에는 스위스식 산골오두막과 크리스마스 우체국 있다.  광장에는 산타 테마파크가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있다. 마을 이름도 '산타마을'이라 한다. 기능이 사라져 쇠락해가는 을를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분천역 마당에 백두산 호랑이 한마리가 느긋하게 누어있다. 원래 내 구역이라는 듯 말이다. 


채르마트역과 자매가된 분천역 @여행바라기 X 느리게걷기


블링블링 구슬고을

이국적인 산타를 보니, 백두대간을 타고 넘었던 호랑이와 낙동정맥 골짜기에 터를 만들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경북 봉화군의 본래 이름은 고사마(古斯馬)라 한다. '古斯/kusi/  고구려 말로 '구슬'이란 뜻이다. 통일신라 경덕왕 때에 고을 이름을  글자로 줄이기로 하고, 옥마현(玉馬縣)으로 개명하였다. 그때도 '아라' '아아'처럼 말줄임에 살짝 외국어를 섞어주는 조어 트렌드가 있었나보다. 산타마을도 신라시대 처럼  산마...


낙동강 세평 하늘길 혹시 이 분들 구슬의 현현? @여행바라기 X 느리게걷기


그러나 새왕조가 들어서자 신라의 지명이 비루하다 하여 봉화(奉化縣)로 개명하게 된다. 이름에는 바라는 바를 담기 마련이다. 고려왕조를 받들어 모시라는 희망을 담았으리라. 이문학 선생이 봉화일보에 기고한 글을 보면, 조선총독부가 기록한 봉화 구전에는 봉화는 인구가 가장 적지만 선비가 많고 "진서(珍書)를 소중히 여겨 받드는(奉) 풍습(化)"이 있다 한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도 달라는 법아닌가.  그나저나 구슬고을 참 예쁜 이름이다.


낙동강 세평 하늘길 중 돌구슬 @여행바라기 X 느리게걷기


왠지 그럴것 같았어


처음 낙동정맥 트레일을 가자했을때, '낙동정맥'이란 단어의 신비한 기운에 마음이 끌렸다. 왠지 거친 풀숲을 헤치고 회돌아 치는 계곡을 뛰어넘는 야생의 모험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그랬다. 수 일전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에 길이 잠기고 곳곳이 길이 끊겨있었다. 우리는 도리없이 철길을 걷거나, 길 없는풀 숲 헤치고 기어오르거나 뛰어내리며 길을 찾았다. 사정도 모르는 뱀 한마리가 고개를 바짝들고 구경나왔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곳도 많았다. 


여긴 시작일 뿐  @여행바라기 X 느리게걷기


실제 '낙동정맥'이란 이름은 조선 실학자 신경준이 우리나라 산체계를 정리한 '산경표(山經表, 1770년경)' 처음 나온다.  책에는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백두대간(白頭大幹) 중심으로 북쪽으로 향하는 장백정간(長白正幹) 13개의 정맥을 설명한다. 낙동정맥(洛東正脈)은 백두대간이 지리산 방향으로 내달리다 태백산 쯤에서 빠져나와 동해를 따라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말한다.


조선 성리학자 이익은 성호사설(星湖僿說, 1760)에서는 백두산을 조종산(祖宗山)이라 하였다. 산중의 조상이란 뜻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미 통일신라 승려 도선(道詵, 827~898) 풍수서 '옥룡기(玉龍記)' 나온다. "우리나라는 백두에서 시작하여 지리에서 끝나는데...(我國始干白頭終于智異...)"라고 말이다.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신경표


백두산에 가본  없는 나에게, 그곳은 웅께서 신시(神市) 여신 곳으로 가끔 괴물이 출몰하고 물이 끓어오른다는 신비한 천지(天池)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달달 외웠( 기억 있는) 교과서 우리나라 산맥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지 않은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백두산이 없으니 낙동정맥도 없고 환웅도 없으니 한민족도 없는것 아닌가, 민족의 기억란 것이 이런것이구나. 한번은  백두산에 가야겠다.


(출처) 한반도 산맥 잘못 알고 있었다. 2005-01-07. 동아일보기사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다.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승부역 뒤편에 이름 모를  역무원이  글이란다. 산이 깊어 세평 하늘도 보기 어렵고, 두메 산골이라 세평 경작지도 귀한 곳이다. 산판꾼과 화전민이 살았던  곳을 세평 하늘 보다   표현할 말이 있을까.


우리를 포함하여,  봐도 외지풍인 사람들은 대부분은 승부역에서 내렸다. 이곳에서 보도여행이 시작된다. 플랫폼에 내린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다. 보통 승강장에 내리면 역사 대합실을 지나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이곳에는 대합실이 없다. 당황하지 말고 기차가 떠나면 기찻길을 건너 그냥 밖으로 나가면 된다.  


수수밭@여행바라기X느리게걷기
기찻길 옆 걷기 @여행바라기X느리게걷기


낙동강과 기찻길 따라


산책룩의  남자가 다가와 우리에게 '하늘 세평길' 어니냐 물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출구인  보이는 곳을 빠져나가 산으로 오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세평길은 낙동강 옆길을 따라 걷는 길이라 알려주었다.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와 지도를 번갈아 보던 남자는 사람들을 따라 물을 건너 산으로 올라갔다. , 거긴 힘들 텐데...


당황하지 말고 기차가 떠나면 그냥 나가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그냥 나간다. @여행바라기X느리게걷기


의심 많은 남자가 갔어야  길은 승부역에서 낙동강 계곡과 기찻길을 따라 비동역을 지나 양정역을 거처 분천역에서 마치는  11km '낙동강세평하늘길 2코스'이다. 하지만 산책룩 남자는 오리지널 '낙동정맥 트레일 봉화2코스' 갔다.   남자가 가려는 길은 계획데로 우리가 갔다.


처음에 그냥 걸었어 @여행바라기X느리게걷기

 

여기까진 좋았어 @여행바라기X느리게걷기여기
마을  나는 소천장생탁주


비동역~양원역 사이 약 2.2km 구간을 '체르마트길'이라 부른다. 중간에 카페 체르마트가 있어 헛갈릴 수 있다. 가끔 그 마트에서 커피나 음료를 팔았던것 같지만(우리가 갈때는 문이 닫혀 있었다.) 그 마트가  아니라 스위스 마터호른으로 가는 관문 '체르마트' 역의 마트이므로 주의 바란다. 그러니까 출발전 꼭 분천역 산타마을의 마트에서 물이며 간식, 막걸리를 사서 출발해야한다. 우리는 분천역 앞 슈퍼에서 하나 남은 지역주 <소천장생 탁주> 1리터를 샀다. 참고로 소천장수탁주는 석포역 가까운 '석포 양조장(소천)'에서 생산한단다. 


우리는 기찻길과 낙동강 상류 사이 풀숲을 걷다 햇살좋은 너럭바위 하나에 자리잡았다. 육포하나 꺼내놓고 막걸리를 따랐다. 오랫만에 달지 않은 동네 막걸리를 마셔본다. 지역 막걸리는 지역의 맛이 난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백두산과 낙동정맥 떠올리며, 손님 같았던 분천역 마당 백두산 호랑이를 생각했다. 세평 하늘아래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천장생 탁주맛에 베어 있었다. 쌉쌀한 막걸리가 목을 타고 넘어간다.



에필로그

21년 1월 어느 기사를 보니 분천역 산타마을에 2023년까지 국·도비 포함 250억원을 들여 산타박물관과 요정마을이 들어선다고 한다. 꼬맹이 하나가 꺄르륵 웃으며 달려간다. 젊은 엄마가 뒤따라 뛰어간다. 누가 이렇게 깊은 오지에 아이들을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산타 어르신이 좋은 선물을 주었으니 옛이야기는 그만 잊으라고 하는 것도 같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소청 장생 탁주> 만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은 막막맴버 재윤과 김해 그리고 게스트가 함께했다.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주신 동행분들께 감사드린다. 곧 텐트를 들고 오기로 했다. 그땐 양조장도 들리고 마셔보지 못한 옥수수 술도 먹어보고 싶다.


자료출처

≪高麗史≫ 권 1, 태 조세가 원년 6월 신유조

高麗王朝의 成立과 郡縣制의 變化 金甲童( 圓光大學校 國史敎育科 助敎授)

봉화일보, 봉황이 둥지로 날아드는 형국, 봉성현 2010년 04월 26일, 이문학 봉화군청소년센터


작가의 이전글 04. 내포는 막걸리도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