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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Aug 20. 2023

엄정화, 가장 여린 영웅

<댄스가스 유랑단> 속 다시 가수로 돌아온 그녀


 

 다시 엄정화가 핫하다. 

 

댄스가수 유랑단 속 엄정화

 몇 년 전, 한동안 영화배우로만 활동하던 엄정화 씨가 오랜만에 신곡을 내서 엄청 반가웠다.

  <엔딩 크레딧>이라는 노래였는데, 가사와 뮤직비디오 모두 마치 은퇴를 할 것처럼 '끝'을 이야기하는 아련한 내용이라서 좀 슬프기도 했다. 그 후로 가수로서의 지속적인 활동을 바랐지만 드물게 나타날 뿐 쭉 이어지지는 않다가, 이번에 <댄스 가스 유랑단>을 통해서 그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다. 


 <댄스가수 유랑단> 속의 엄정화를 보면 참 의외의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무대 위에선 꼭 등불이 없이 캄캄한 바다를 나아간 용감한 여전사 같다. 

 그런데 무대 아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여린 사람 같아 보인다. 

 어떻게 그런 강인함과 연약함이 한 몸에 동시에 깃들어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조금도 부조화스럽지 않고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을 수 있는지.


 그녀가 가진 능력 중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바로 공감능력이다. 

 암 진단 이전에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엄정화는 참가자들 앞에서 자꾸 우는 심사위원이었다. 

 고생하는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공감하고 그 아픔을  누군가 앞에서 운다는 것, 

 성인으로서 사회생활할 때 금기시 될 만큼 다른 사람들은 쉬이 하지 않는 행동이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게 꼭 나 빠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나는 그녀의 공감능력을 사랑하게 됐다. 


 여려서 오히려 센 언니

 그로부터 몇 년 뒤, 투병 생활을 끝낸 그녀는 <엔딩 크레딧>을 들고 나타났다. 

 '끝'을 이야기하는 노래로, 달라진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의 달라진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정면 돌파로 다시 가수로 돌아오다니. 그녀는 분명히 용기 있는 사람이다. 

 약점일 수 있는 부분까지 드러내 놓는 점이, 바로 그녀가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라는 증거다. 


 <댄스 가수 유랑단>에서도 그러한 강인하면서도 여린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이미 베테랑이 되어 누군가가 쉬이 칭찬도 건네기 힘든 위치에 있는 

 후배 가수들을 보고, 그들이 바라고 있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건네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들의 고충을 미리 겪어본 사람으로서 가슴 깊이 공감해 주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아, 정신 차려보니까 아무래도 팬이 된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약 10여 년에 걸쳐서 엄정화라는 사람에게 스며들었다.

 그녀는 이 나라에서 둘 도 없는 캐릭터이자, 정말 소중한 아티스트고, 

 (아마도 본인은 부담스러워하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어른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 같은 공감능력을 지닌 사람이 리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리더로 나설 타입의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애석하다.


 어찌 됐든, 그녀의 새로 온 전성기가 너무 반갑다. 

 이제는 그녀의 인생 자체가 끝나지 않는 엔딩 크레딧을 써나가는 과정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의 여린 면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나눠주고 다니시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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