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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콜로지스트 Mar 27. 2024

제1장 어떤, 일하는 엄마의 아이

6. 초등담임은 복불복이라고  feat by K

내가 일하는 곳은 비영리 법인에 소속된 상담센터였다. 일은 많아지고 매출은 늘어나지만 그게 이윤이 되는 구조는 안되었다. 그 덕분에(?) 급여인상 대신 근무 일수를 줄여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얻었다. 


제법 학교에서 눈인사 이상을 나눌 수 있는 그러니까 차 한잔 마시며 내가 어떤 일을 하느라 학교에 나올 수 없었는지 정도는 이야기 나눌 엄마들이 생겼다. 간혹은 친근하게 다가와 주어 지금껏 친하게 지내는 인연들 도 생겼다.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은  ‘복불복’이라고들 했다. 겨우 3년 다녔지만 나는  ‘불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경험했다. 그렇다면, '복'이란 게 있기는 한 걸까 의심도 되던 차... 짜잔!!!! 이번엔 ‘로또’라 불리는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거쳐간 아이들 모두의 ‘인생 선생님’이셨겠지만 ++이가 고3이 되어도 감사 메시지를 보내는 이분은! 이웃 학교에서 오신 첫해 ++이의 담임이 되신 K 선생님! 미인에, 동안에, 영어 능력자에, 이미 삼 남매를 키워내신 자녀 양육 베테랑에,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선명한 말솜씨까지!!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진정성있는 돌봄을 제공하셨던,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좋아하고 예뻐하셨던, 아이들의 엄마마저도 품던 분이셨다.

      

당시에는  학급 소식을 전달하던 앱이 있었는데 -밴드 같은 기능을 하는- 선생님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사진과 함께 안내해 주시고,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공유해 주셨었다. 어떤 봄날, 달리기 준비로 출발선에서 비장한 얼굴로 서 있는 아이들의 사진 밑에 ‘여기 서있는 아이들 누구도 잘 달리고 싶지 않은 아이가 없으니 그 마음을 읽어주는 어른이 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주셨었다. 선생님의 그런 좋은 생각들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남다름’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이는 K 선생님 덕분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지냈다. 성정이 부드럽고 따스하며 창의적이던 O와 한 반이 되어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친구가 많지 않던 ++이에게 몇 안 되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O였다. 지금도 그 아이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조심스럽고 배려가 많던 아이, 천천히 세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꼬마시인 O. ++이와 친구 하지 않을 거면 나랑 친구 해 달라 부탁하고 싶은 매력적인 O. 


녀석들은 좋은 담임선생님 보호 아래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는 학교 가는 것을 너무나 즐거워했었고, O와 함께 재밌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었다.
      

선생님의 글과 사진을 캡처해서 잘 보관해 왔었는데 지금 폰에는 없어 많이 아쉽다. 원문의 정서와 간결한 문체 그대로가 참 좋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나는 그 사진을 떠올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곤 했다.  누구보다도 공부 잘하고 싶은 사람은 아이 본인이라는 생각. 출발선 앞에서 비장하게 서있었대도 모두가 1등 할 수는 없는 법. 그저 잘하고 싶은 그 마음만은 존중해 주자는 생각으로 3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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