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에 일본NHK방송사에서 제 책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를 봤다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6월 8일 PD와 촬영기자와 통역사가 사무실로 와서 촬영을 했어요. PD가 제 책을 봤고 좋았다며 가해자 엄마로의 경험과 더불어 상담사로서의 사례도 궁금해했어요. 인터뷰는 이번 정부의 4.12대책에 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1시간 이상 촬영했는데 7분 뉴스에 1분 정도 나갔어요. 물론 그럴거라는 건 알았지만...
덕분에 사무실 청소도 하고 정리했는데 제 눈에 여기저기 거슬리는 게 있네요.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을테니... 아침 출근길에 꽃을 사서 화병에 꽂았는데 다행히 소품으로 활용되었고 사무실 분위기도 좋았어요. 책과 신문사 인터뷰 기사 액자에 넣은 것이 잘보이게 뒤에 두고 옆에도 뒀는데 저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PD가 가져온 제 책에 일본어로 '감사합니다'를 써서 사인을 해서 드렸어요.
뉴스에 나간 내용은 학교폭력의 목적에 관한 것이었어요. 제가 국회토론회에 가서도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은 가해자 처벌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더불어 교육적 차원의 접근이며 무엇보다 사회인으로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예요. 이번 대책은 정순신 사건의 대책처럼 전학은 즉시 가야하며 대학진학 시 정시에도 반영하고 생활기록부에도 졸업 후 2~4년으로 기록을 유지하는 것들로 땜방식으로 누더기 예방법을 만들었어요. 예방법인데 예방에 관한 내용보다 조치(처벌)에 대한 내용을 강화하고 있으니까요.
제1조(목적) 이 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 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 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영어 뉴스는 더 짧게 편집이 되어 맨 마지막에 잠깐 나오네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3.nhk.or.jp/nhkworld/en/news/videos/20230615165609350/
인터뷰를 마치고 오히려 제가 왜 일본에서 전국으로 뉴스를 내보낼만큼 한국의 이번 대책에 관심을 가지는지에 대해서 PD에게 물어봤어요. 취재 의도라고 할 수 있죠.
일본에서는 학교폭력이 오래되었고 한국보다 더 심각한 사안들이 많은데 반해 학교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학교에서는 잘 알리려고 하지 않는대요. 그러다 보니 축소, 은폐되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대학입학에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일본에서는 놀라워할만한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강력한 처벌이 학교폭력 근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국의 혐오주의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수자, 약자에 대한 혐오. 거기엔 범죄자, 여성, 장애인, 성적소수자, 난민, 가난한 사람들이죠. 거기에 나는 속하지 않으니 나는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작용하는 거죠. 권력과 부를 가진 자만이 강자가 아니에요. 약자가 아닌 평범한 나도, 약자에게는 차별과 혐오의 시선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는 거죠. 그들만 없으면 내가 사는 곳이 안전할텐데... 과연 그럴까요? 그들만을 수용하는 곳으로 (감옥, 난민수용소 등) 보내면 끝인가요? 언제까지 그들을 배제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없으면 행복한 세상이 될까요? 우리들만의 세상에 또다른 그들이 생겨나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추방하면서 살면 될까요? 그들 중 나의 지인, 가족은 없을까요?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서로 돕고 의지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갈 때 행복해요. 다름이 공존할 때 조화롭게 되는 것처럼요.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거죠. 더구나 아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아요. 단죄하고 낙인을 찍어 미래까지 없애버리면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아~ 학교폭력 처벌이 강하니까 하지 말아야 겠다.'라고 할까요?
지금의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모든 것이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어요. 부모님들이나 아이들도 알고 있어요. 내가 그냥 별 뜻없이 이야기하고 쳐다봤다고 해도 상대가 모멸감을 느꼈다고 하면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런 사례를 상담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우리 어른이 사회가 아이들에게 사회를 믿고 어른(부모, 교사 등)을 믿을 수 있게 해야해요. 자비가 없는 사회, 한 번 잘못하면 회복할 수 없는 사회를 보며 아이들은 뭘 배울까요? '걸리지 말아야지.' 혹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거야.' 이런 마음을 들지 않을까요? 물론 너무 비약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어른이 왜 어른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구절벽으로 아이들이 점점 줄고 있어요. 말로만 미래의 희망이며 주인공이 아이들이라고 하지말고 지금 있는 아이들만이라도 잘 살아갈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 잠재적인 범죄자가 결국 범죄자가 된다면, 사회자본이 더 들어가는 것은 물론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상담을 하며 여러 사례를 접하며 안타까운 적이 많다보니 생각도 많네요.
모두 저야 같은 생각일 수 없겠죠. 저의 글을 보고 또다른 생각을 해보는 기회로 여겨주시면 좋겠어요. 인터뷰 후기로 시작했다가 원론적인 이야기로 끝이 나네요. 저와 다른 의견의 댓글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은 삼가해주세요. 그것 역시 저에겐 폭력이며 저도 상처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