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글이 저작권 위반 삭제됐다고요?

by N잡러


2025년 4월 네이버 고객센터에서 메일이 왔어요. 제 블로그 글 중 하나가 저작권이 위배되어 삭제되었다면서요. 너무 놀라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링크 주소를 클릭했어요.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다음 화면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는데 어떤 블로그 글인지 확인할 수도 없고 빈화면만 보여 '이상하다. 비밀번호를 잘못 넣었나? 도대체 어떤 글이지...'라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급한 마음에 핸드폰으로 다시 들어가 똑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마찬가지였어요. 이 정도 되면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하는데 그때가 마침 전국으로 길 위의 인문학 강의 홍보를 하던 기간이어서 혹시라도 그 글 중에 하나일까 걱정이 되다 보니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어요. 저녁 시간이라 통화도 안될 테니 네이버 검색을 해봤죠. 이런~ 피싱메일이라며 절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안 되고 해외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비활성화시키고 비밀번호도 바꾸라고 하더군요. 부랴부랴 비밀번호도 바꾸고 비활성화시켰어요.


다음 날 네이버에서 친절하게 해킹 시도가 있었으니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메일을 받았어요. 비밀번호를 하루 만에 또 바꾸고 두 메일 화면을 비교해 봤더니 보낸 메일주소도 다르고 마지막에 네이버 관련 글도 달랐어요.


인간의 뇌는 자동적이고 처리가 빠른 “시스템 1”과 의식적이고 처리가 느린 “시스템 2”의 두 가지 모드로 사고를 처리한다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Daniel Kahneman (다니엘 카네만)의 이중과정이론을 경험한 날이었어요.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사고하는 것이 시스템 1인데 저작권 위배 삭제 메일을 확인하고 반응한 것이 여기에 해당하고 검색을 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2가 작동한 거죠. 시스템 1과 2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인지회로가 에러가 생긴 거죠.


저작권 위배란 글이 가져온 시스템 회로 에러


특정상황에서 발생한 일인데 더욱 민감하게 느꼈던 이유는 디지털 미디어 강의를 하고 민간자격과정을 운영하면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이 저작권이기 때문이었어요. 블로그 글을 쓸 때도 직접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는 기관에서 발행한 홍보포스터나 직접 찍은 사진을 사용하고 이미지가 필요하면 디자인플랫폼에서 직접 디자인한 이미지만 사용하고 있어요. 강의안을 만들 때도 이미지 하나하나를 고민하고 글과 영상 출처까지 다 밝히다 보니 시간도 많이 들고 개인 블로그 글에서 자료를 찾아도 되도록이면 뉴스 기사나 시중의 도서에서 찾아서 작성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작권 위배가 되어 글이 삭제되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됐던 거죠.


그 짧은 시간 동안 피싱, 해킹, 저작권 위배, 뇌 회로 에러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불안과 안도가 디지털 시대엔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학생들 강의에서 강조하는 것도 저작권과 초상권 위배예요. 학생들은 교육을 받아 생각보다 잘 알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더 잘 몰라요. 강사양성에서 강의안 작성할 때 주의사항으로 알려주고, 글 쓰기 수강생들에게는 표절까지도 알려주죠. 유튜브나 영상제작 강의에서도 다른 사람의 이미지나 영상이 아닌 본인이 직접 만든 영상을 사용하고 음원도 앱이나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공유마당에 있는 것을 사용하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나의 저작권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저작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 만약 나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호받을 정도의 저작권은 책뿐이라 도서는 출판계약 당시에 작성하니까요. 저도 인세 말고 벚꽃연금이라 불리는 장범준 씨처럼 저작권료를 받고 싶네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디어리터러시 지도사 책 출판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