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에 대한 단상

펭수 , 유산슬, 카피추

by 로칼두
IuzNMid3e0h_K7ehgXgoaZ_qlWRg.jpg 카피추
PYH2019100124990001300_P4.jpg 펭수
PYH2019121914950000500_P4.jpg 유산슬

카피추, 펭수, 유산슬


스마트폰을 통해 SNS와 유튜브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그저 인터넷 서칭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명이라도 봤을 것이며, 활발히 사용했다면 세명과 관련된 영상이나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놓고 가짜를 표방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가짜란, 진짜를 흉내낸 것이 아니라, 대중들 눈앞에 있는 것이 완벽한 진짜가 아니란 사실을 이미 대중들이 안 상태에서 드러냄을 의미한다. 대중들은 이미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가짜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대중과 대상들의 관계적 연극이 이뤄진다.


카피추는 추대엽이라는 개그맨으로, 과거부터 음악 관련 개그를 해오던 사람이었다. 기존에 있던 가요를 절묘하게, 초반 부분만 유사하게 하고, 그 뒤의 음과 가사를 작곡해서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이끌어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데 '카피추'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음악을 한번도 듣지 못하고 산에서 내려왔다는 컨셉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미 개그맨 시절부터 해왔던 개그와 동일한 레파토리지만, 대중들은 새롭게 창조된 '카피추'라는 캐릭터에 열광한다.


펭수는 EBS에서 새롭게 만든 캐릭터이다. 남극에서 뽀로로를 이기기 위해 온 캐릭터이다. 기존의 EBS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였다면, 펭수는 '어른이'들을 위한 캐릭터이다. 어른이들은 어린이를 벗어나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흔히 발생한다. 펭수는 자신보다 어른들이나 선배들에게 당돌한 말들을 한다. 펭수를 보는 '어른이'들이 그 상황이었다면 하지 못할. 관습, 사회 분위기, 자존감 등의 문제로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어른이'들은 '펭수'를 통해 해소한다.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에서 만든 캐릭터이다. 국민 MC 유재석이, 신인 가수가 된다는 컨셉인데. 아무도 유산슬을 유명 MC로 취급하지 않고, 운이 좋은 신인 가수로 취급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유산슬의 스폰서가 누구냐는 유머가 심심치 않게 돌아다닌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대중들이 '가짜'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카피추가 산에서 온 가수라는 사실을, 펭수가 남극에서 온 펭귄이라는 사실을, 유산슬이 신인 가수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그들 앞에서 대중들은 믿는 연극을 함께 해주며 호흡을 맞춰준다.


이들의 캐릭터 적 사유는 깊지 않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평면적이다. 유튜브 시대가 개막하면서 기술발전이 이뤄지진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사유는 기존의 예능적 캐릭터들과 깊이 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너무도 허구적인지라 오히려 그 허구성의 드러냄이 믿음을 준다는 것이다.


과거의 예능에서, 일부 예능인들이 캐릭터 설정을 했을 때, 대중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캐릭터에 대해선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정준하의 쩌리짱같은.) 그 이유는 그들의 캐릭터가 믿을만큼 그럴싸했다는 부분에 있다. 그러자 현재의 캐릭터들은 가짜인게 뻔히 드러나 믿지 않게 된다. 그 점이 오히려 대중들에게 함께 연극에 참여하게 해주는 주체적 기회를 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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