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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Nov 05. 2020

내 이름은 와니, 특기는 발라당입니다

고양이와 나 #14 - 고양이와 바닥


느긋한 와니는 어슬렁어슬렁 (때로는 뒤뚱뒤뚱) 걷는다. 걷고 또 걷다 예고 없이 발라당 눕는다. 보통은 모로 누워 앞발을 정성스레 핥으며 그루밍을 시작하지만, 또 자주 그저 누워있기도 한다. 천정을 바라보고 가만히 누워 있다 내가 움직일라치면 그대로 머리만 돌려 눈길을 준다. 어떨 땐 코끼리가 진흙 목욕을 하듯 등을 바닥에 대고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반복해서 몸을 굴린다. 


뭘까, 너란 고양이


대체 왜...? 왜 그러고 있어?

하는 생각도 잠시. 그렇다, 고양이는 이해하려고 하면  된다.


고양이는 고양이다.


바닥이 거칠거나 더러워도 개의치 않는다.  굳이 그곳으로  눕는지는 모르겠지만(이번에도 코끼리와 같은 이유인 걸까?) 화장실  모래가 흩뿌려진 바닥에서도 한껏 뒹군다.


발치에서 그러는 경우가 많아 '만져달라는 뜻인가?' 생각에  걸음 다가가 머리며 엉덩이를 만져주면, 곧잘 그르릉~ 거리거나 엉덩이를   치켜들어  만져달라고 한다. 하지만 나로부터 멀어져 부엌이나 복도로  눕는  왜일까? 아무도 없는 데서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는 와니를 보면  속이 정말 궁금해진다.


자매품 : 발라당 재이


역시 그러지 않으려 해도 또 궁금해지지만 잠시 그 마음을 접어둔다. 매 순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고 싶은 대로 있는 와니의 살아있는 순수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재미없는 티브이에 꾸역꾸역 눈을 붙이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온몸으로 건네는 쉼표에 응답한다.



와니야~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오구, 귀여워라~

    

다가가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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