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처럼 한 세기를 사는 게 가능해졌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삶의 질도 향상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10년은 예전의 100년과도 맞먹을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디지털에서 AI로 바뀌고 있으니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서 백 년을 산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것을 보고, 또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2.7세로 나왔다. 평균적으로 별일 없으면 80년을 산다는 말인데, 80년도 실로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최근 10년만 따져봐도 오만가지 일을 겪은 것 같은데, 그렇게 긴 텀을 4번이나 더 보낸다는 게 가늠이 되질 않는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서 판이하게 다른 현재에 있는 나를 보면서, '인생은 정말 예측불가하다. 그러니 그 어떤 계획도 견고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나는 39살, 즉 예비 40살이 되었다.(이것은 아주 큰 의미이다!!!) 삼십 대 끝자락에 걸쳐 있지만 곧 사십 대를 목전에 둔 '사이'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기대수명에서 절반 가까이를 달려 중간쯤에 왔으니 앞으로의 십 년을 어떻게 걸어갈지 호흡을 가다듬어볼 적절한 시기이다. 사이, 혹은 경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급하게 덤비기보다는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하기 좋은 때가 아닌가 한다. 그래야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불혹이 나이를 맞을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이 질문에 문득 '자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동안의 나는 어느 정도 한계 지어진 사고를 해왔던 것 같다. 특히 어린 시절의 환경은 유산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내가 배운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배어있게 마련이다. 유복하고, 기회가 많은 환경이 아니었기에 더욱 내 시야는 좁았을 것이다. 그나마 20대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사회라는 더 큰 카테고리에서는 여러 스펙트럼의 사람을 만나고, 또 책을 통해서도 알게 되는 세상이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차츰 알게 되었다. '나도 나만의 틀이 있구나...'
편견 없이, 자유롭게 살자.
그래서 노트에 썼다. 다시 시작할 10년의 사이클은 이전보다 자유롭게 살 것을 다짐한다. 자유란, 틀을 없애는 것이다. 나 스스로 나를 경계 짓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보다 특별하게 달라지는 건 없다. 한계보다 가능성에 집중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일에 열린 태도로 대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라는 말처럼 어쩌면 한 끗 차이일 수도 있을 이 작은 태도의 차이가 내게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가장 탁월함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래서 도에 가깝다."
노자는 물이 가장 탁월한 이유가 무엇과도 경쟁하지 않고 흐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막힌 곳이 있으면 옆으로 돌아가고, 때에 따라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면서 없는 길도 만들어가는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것.
나에게 자유란,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세상 앞에 서는 것이다. 내 앞에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 성실하게 하루를 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 매이지 않고 앞을 향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리고 내면에서 무한하게 솟아나는 욕망에 충실해서 세상에 나를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1,2,3,4,5,6,7,8,9를 채우고 다시 0. 새 시작을 앞두고 있다.
종료를 앞둔 카운트다운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다. 그 시작은, 뭐가 됐든, 지금의 나 자신을 믿는 것부터이다. 어떤 순간에도 나를 응원하면서 초록불이 켜진 길을 향해 걸어가 보기로 하자. 빨간불 앞에서 서성이지 말고, 눈앞에 열린 길로 나아가서 거기서 마주하는 일들을 모험하면서. 걱정은 하더라고 행동하면서 걱정하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