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기사를 보다 ‘한국인에 많은 대장암… 잠 'O시간' 이상 자야 안전’이라는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가 살펴보았다. 그 기사를 보고 수면에 관한 관심이 생겼다. 실제로 환자들을 진료했을 때 가장 흔한 증상 중에 하나가 불면이다. 특히 나이가 많으신 환자 분들이 더 자주 호소하시는 경향이 있다. 이런 수면장애 혹은 불면증에 대해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진료에 있어 이런 부분을 소홀히 했나 라는 생각이 들어 정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암과 수면과의 관계는 사실 크게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암은 내 몸에 생긴 것이지만 수면은 사진으로 찍을 수도 만져지지도 않는 실체가 없는 것이라서 더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수면의 질은 수면의 깊이, 지속성, 신체의 회복과 관련되어 있어 신체의 전반적인 상태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 신경 쓰이는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잠을 잘 이루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또, 감기라도 걸려서 몸이 아프면 증상으로 인해서 잠이 잘 오지 않는 경험을 한 번씩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수면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암은 진단받는 순간부터 환자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암 진단 이후에 우울한 증상을 보인다는 보고가 22 ~ 29% 정도이다. 암 환자의 우울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반면 수면 장애 및 불면증의 경우는 그에 비해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암 환자의 불면증이나 수면 장애의 경우 연구 방법과 조사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하고 있지만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80% 정도까지 보고 하고 있다. 수면 장애는 환자의 심리적, 신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리고 암 환자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
수면 장애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불면증이 있다. Sarvad 등에 따르면 암 환자의 불면증의 원인을 선행인자, 유발인자, 지속인자 3가지로 제시하였다. 선행인자는 고령, 여성, 불면증 과거력, 불면증 유전력과 같이 개인적으로 불면증을 유발할 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유발인자는 암의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면서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암 환자는 수술, 항암, 입원,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시행받으면서 불면증이 유발될 수 있다. 지속인자는 비정상적인 수면 주기의 형성, 침상에서의 과도한 시간 소비에 의해서 수면장애가 만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암 환자에게 있어서 수면장애는 피로감, 우울증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어 잘 살펴야 한다. 암 환자들의 경우 쉽게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고 이로 인해 낮에 신체활동이 줄고 침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잠자는 공간과 수면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낮 동안에는 수면 공간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누워있지 않고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수면 공간은 잠이 올 때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암 환자들의 증상 중 우울감과 피로감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볼 볼 필요가 있다.
수술 환자의 경우 통증으로 인한 수면장애가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의 강도가 심해질수록 수면의 시간이 줄어드는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통증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진통제를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항암 치료 중이나 호르몬 치료 중에도 약제에 따라서는 신체 증상이 생기고 불면이 생길 수 있다. 수면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고 원인을 먼저 제거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약물치료를 병행해 볼 수 있다. 사용 가능한 약물로 벤조디아제핀 계열, Z-약물, 항우울제 혹은 멜라토닌 수용체 길항제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이나 Z-약물 (벤조디아제핀 보다 부작용이 좀 덜 하다.)은 의존성이나 내성과 같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어서 주의할 필요는 있다. 또 마약성 진통제를 이미 처방받아서 복용 중이라면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환자들이 과도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면장애나 불면증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 환자의 수면장애는 비교적 높은 유병률을 보이나 임상적인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되어 진단 및 치료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암 환자의 수면장애는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낮출 수 있고 암의 진행 및 치료 예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진료를 볼 필요가 있다. 암 환자에게 수면장애는 다양한 증상들과 병행해서 나타날 수 있고 여러 가지 임상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수면장애의 치료도 환자에 맞는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치료에는 약물요법,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해야 할 수 있어 필요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수면장애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개선이 가능하지만 원인에 대한 파악 없이 약물 치료만을 사용하면 의존 및 남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가벼운 수면장애 증상으로 과도한 불안감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 암 환자의 수면장애에 대해 적극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