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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Apr 11. 2024

화장실과의 전쟁

“아이고, 선생님 엉덩이에 불 나겠어요. 화장실을 가도 또 가고 싶고 밥 먹고 나면 또 가야되고… 그냥 가만있어도 자꾸 나올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막상 화장실가면 나오는건 없구요. 화장실 가느라 잠도 못 자겠어요. “

 “많이 힘드시죠. 수술 전에 말씀드린 증상 그대로 에요.”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생기고 보니 더 힘드네요.”

진료실로 들어온 환자분은 매우 피곤하고도 힘든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 수술 후 생긴 본인의 증상을 쉴 새 없이 한바탕 풀어 놓으신다. 나에게는 익숙한 상황이다.

직장암 수술하신 환자분들은 거의 예외 없이 비슷한 증상을 이야기하게 된다. 말 그대로 한바탕 ‘대변과의 전쟁’ 혹은 ‘화장실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소위 ‘저위전방절제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증상 들이다. 이런 증상들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조절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직장에 대해서 알아보자. 직장은 항문에서 15cm 정도를 이르는 장기로 대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대변을 배출을 하는 것은 직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항문 괄약근과 골반바닥 근육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역할을 하게 된다. 직장암의 수술은 암이 있는 위치를 포함하는 직장을 재발 위험이 없도록 충분한 거리를 두고 절제하게 된다. 직장암의 위치에 따라서 수술 후 직장이 남아 있는 정도를 결정하게 된다. 직장암의 위치가 항문에 가까울수록 남아있는 직장이 줄어든다. 


직장암 수술 후 위에서 호소하시는 증상이 생기는 원인은 직장의 역할과 수술 자체의 원인이 있다.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대부분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생기는 원인을 간략하게 생각해보면 첫째로 수술 후 직장이 짧아지게 되고 대변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 사라지니 생기는 문제이다. 두번째는 항문과 가까운 부분에 있는 직장암의 경우 항문 괄약근의 손상이 생길 수 있고 항문을 조여주는 힘이 약화되어서 생기는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세번째는 직장암 수술에서 큰 신경들은 보존을 하더라도 대장으로 들어가는 가느다란 신경까지는 살릴 수 없고 잘려 나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기능을 되돌릴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을 대체하는 대장이 직장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괄약근의 힘을 완전히 수술 전과 같이 되돌리기는 힘들고 잘려 나간 신경이 온전히 재생이 된다고 하는 것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면 이런 증상을 그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먼저 증상을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봐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식단 관리다. 배변활동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것은 음식 섭취이기 때문이다. 대변을 저장하기 힘들고 괄약근의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변을 무르게 만드는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증상은 더 심해지게 된다. 그래서 기름진 음식이나 매운 음식, 커피와 같이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고 물론 술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장암 수술이후에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식이 섬유가 많은 채소를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에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식단과 배변활동의 연관성을 보기위해 배변일지를 작성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하나에 치우친 식단 보다는 조화롭고 균형된 식단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는 항문 괄약근의 압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케겔 운동이다. 수술 직후에 너무 무리하게 하는 것 보다는 서서히 압력을 높여가는 것이 방법이다. 그리고 지사제와 같은 약물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사제를 오래 사용할 경우 오히려 변비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암 수술 후에 생기는 배변활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연구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방법은 없다.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약이라는 점’이다. 수술 후 장기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음식 섭취에서도 본인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본인의 배변 양상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일정 부분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 분이 지금 많이 힘드시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적응되고 할 겁니다. 지금은 수술 직후라 힘드실 거예요. 이 한 고비만 같이 잘 넘기면 조금씩 좋아지실 거니까 힘내세요.” 라고 진료를 마치면서 한 말씀드린다. 

“직장암 수술 후 생기는 증상은 모든 환자 분들이 겪는 증상이니까 증상 조절하면서 조금은 마음을 편히 가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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