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쿼카킴 Jan 12. 2019

로또 7. 학습된 무기력에서 탈출하기


 학교에서 또 직장에서 가끔은 가정에서 우리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수많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심리적 박탈과 우울을 조장하고 마침내 무기력을 학습하게 하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그 자리를 당장 탈출하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큰 용기를 낸다고 해도, 현실적인 생계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모든 노력을 다해도 내가 속한 조직을 바꿔나가는 것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최소한 개인의 삶에서라도 무기력을 벗어나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경탄의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교육과정 속에서 대부분 경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깜짝 놀라는 것은 잘 모르고,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순수한 경탄은 잠들어 있는 뇌를 깨우고 온몸의 근육을 잔뜩 긴장시킨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감동받은 심장은 세차게 뛰고, 우리는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경탄의 능력은 인간의 모든 창조적 행동을 일으키고, 따라서 문화와 예술, 과학과 종교 등 모든 놀라운 성과의 어머니가 된다.

 또 하나는 우리가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욕망하고 추구하고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결핍은 보통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 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그걸 가질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좌절이다. 더 심각한 두 번째 좌절은, 내가 원하는 목표가 실제로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오랜 시간 자취를 꿈꿔왔다. 자취방을 실제로 얻었을 때, 각종 인테리어 어플을 섭렵하며 멋진 가구와 정리를 통해 마음에 쏙 드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물론 문제는 돈이었다. 매일 통장의 잔액과 가구의 가격을 비교하며 희망과 절망의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짐은 너무 많았고 공간의 한계는 명백했다. 내가 원하던 삶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집에 대한 애정을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정리나 청소와 같은 기본적인 영역에서까지 의욕을 갖지 못하게 했다. 결국 본가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무적으로 청소하고 밥 먹고 잠자는 공간으로서 집, 이상의 의미를 만드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자취를 이어가며 나의 목표는 조금씩 달라졌다. 원하는 것은 가구가 아니었다. 안정적이고 정돈된 삶이자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집에서도 공부나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차분한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수많은 광고는 나에게 최면처럼 그런 삶을 위해 이 가구가 얼마나 필수적인지 알려왔다. 나는 비판적 능력을 잃고 환상과 작은 만족을 위해 소비하고 또 꿈만 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는 소비가 없는 나 자신이 얼마나 별 볼 일 없는지 계속 생각하게 했다.

 이런 문제는 자취방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학업에서, 취업에서, 회사에서 인생 전체에 대해 생각한다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문제인가! 우리는 작은 소비의 욕망부터 큰 인생의 목적에 이르기까지 내 의지에 따라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착각에 불과하다. 이런 환상에서 깨어나야지만 무기력에서 탈출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또 6. 너무 열등하거나 전혀 열등하지 않거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