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육아잡담록
1.
“아빠 하루는 커서 나쁜 짓을 할 거야.”
“으응…?!? 왜?”
“경찰차를 탈 수 있으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아이는 태어난 지 3년이 조금 되지 않았다. 함무라비 법전 이후, 인류사에 손꼽힐 정도의 속도감으로 법치에 정면승부를 선언한 셈이다.
2.
얼마 전이다. 하루가 길거리에서 경찰차를 본 후, 당장 타고 싶다 한다. 지금은 탈 수 없으나(참고로 경찰차를 무단으로 타면 불법입니다. 아, 다른 차도 그렇긴 하지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로선 첫 번째 방법을 택할 줄 알았다. 그러니까 일정 나이가 된 후, 시험을 치고 경찰이 되는 방법 말이다.
물론 추천하진 않지만 두 번째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긴 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다들 경험이 있어 잘 알고 있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3.
“선언” 한 시간 전의 일이다. 뜬금없이
“하루가 나쁜 짓을 해도 아빠는 하루를 사랑할 거야?”
라고 다양한 예를 들어 묻는데(유리병을 깨트린다거나 장난감을 모조리 늘어놓고 정리를 하지 않는다 등등) 혼은 반드시 내겠지만 사랑은 계속 하지,라고 답했다.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왜 하나 싶었는데 “선언”을 들은 후, 그것이 빌드업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히야… 이 쉥키 봐라…
4.
본인 입장에선 나쁜 짓을 해도 아빠는 계속 자신을 사랑하고 이른 나이에 경찰차도 탈 수 있으니 효율적이긴 하다. 허나 경찰차에 매혹되어 불나방처럼 달려드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으니, 아아, 이 정도로 바보일 줄이야…
… …
생각해 보니 어른도 마찬가지려나.
추신: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녀석이 없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긴 한데 먹힐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