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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러 Mar 29. 2019

장범준 3집 리뷰

버스커버스커가 아닌 장범준으로서의 도약


장범준 3집

2019


★★★★


 아… 봄이다. 싱그럽고 설레는 봄날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좀 짜증 나지만, 어쨌든 모두가 기분 좋고 싶은 계절이다. '벚꽃엔딩'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이상적인 봄'의 이미지를 그려낸 시대의 명곡으로, 매년 봄만 되면 자연스럽게 꺼내 듣게 되는 곡이다. 그렇게 버스커버스커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이름의 멋진 밴드로 남게 되었다. 버스커버스커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멋진, 그리고 거대한 파급력을 가진 브랜드였다.


 하지만 버스커버스커 활동 중단 이후, 솔로 커리어를 시작한 장범준의 행보는 어딘가 아쉬웠다. 장범준 특유의 감성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1집의 밋밋한 맛은 버스커버스커와 같은 파워를 기대했던 대중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엔 한참 모자란 퀄리티였다.


 그래도 장범준은 장범준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버스커버스커가 가진 이미지를 좋아했고, 장범준 특유의 보컬, 작법을 사랑했다. 다만, 1집의 아쉬움은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장범준이 인정받으려면, 버스커버스커라는 그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과제를 드러냈다. 2016년에 공개된 그의 2집 역시 의미 없이 흘러가는 트랙들의 다수포진으로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1집에 비해 훨씬 다양한 시도들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장범준의 3집은 마침내 장범준이 버스커버스커로 국한된 이미지를 완벽히 탈피하고, 장범준 자체로서의 매력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총 8트랙으로 정규앨범치고는 다소 적게 느껴지지만, 다소 부실하고 감흥 없게 느껴지는 트랙이 많았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트랙대부분이 알차고 탄탄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눈여겨볼 점은 아빠가, 남편이, 30대가 된 장범준의 작법 변화이다. 타이틀곡 '당신과는 천천히'가 바로 이 부분을 가장 깊게 드러낸다. 뮤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20대의 설레는 청춘과 낭만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던 젊은 장범준이, 이제 한 사람에게 정착하며 안정과 편안을 느끼는 것에 대해 노래한다. 현재 장범준이 가장 느끼고 있을 감정을, 대중적으로 귀에 감길만한 멜로디와 작법으로 안정감 있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멋진 트랙이다.


 하지만 3집은 이러한 장범준의 현재 감정에만 충실한 앨범이 아니다. 20대의 그가 느꼈던 감정들을 단순한 옛것으로 놔두지 않고, 마치 현재 느끼는 감정인 듯이 자연스럽고 꾸밈없이 풀어내며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했다. 제목에서도 딱 20대의 애환이 절절히 드러나는 '엄마 용돈 좀 보내주세요'는 20대의 장범준이 느꼈을 감정이고, 현재의 20대들 또한 많이 느끼는 감정이 스며들어있다. 이렇듯 앨범은 20대의 장범준과 30대의 장범준을 자유롭게 오간다. 자칫 일관성 없는 구성이 될지도 모르지만, 늘 그래 왔듯 장범준 특유의 감성 덕분에 앨범의 유기성이 탄탄하다.


 또한, 2집에서의 수많은 실험을 통해 쌓인 경험 덕분인지, 사운드적으로도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것이 버스커버스커 1집과 닮았다. 전체적으론 대중이 사랑하는 장범준 특유의 어쿠스틱 스타일이지만, 묵직한 베이스와 시원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이밤'과 같은 곡은 '이상형'이나 '담배' 같은 곡처럼 펑키하고 재치 넘치는 스타일의 음악 또한 소화할 수 있음을 충분히 증명해낸다.


 무엇보다 3집의 가장 큰 성과는 '노래방에서'일 것이다. 기존에 자주 써먹었던 작법과는 달리 마치 가을방학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자세한 스토리텔링이 담긴 가사가 가장 눈에 띄고, 그 스토리에 맞게 진행되는 곡의 구성 또한 상당히 대중적이고, 사운드적으로도 굉장히 노련하다. 청춘들이 적은 돈으로 가장 즐겁게 놀면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노래방이라는 장소를 소재로 쓰면서 보편적 감정을 일으킨 것이 신의 한 수다. 수많은 사람이 이 곡을 듣고 많은 공감을 표하고, 후에는 더블타이틀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곡이 가진 파워를 알 수 있다. '벚꽃엔딩' 이후 대중이 장범준에게 기대한 '보편적 감정 자극'이라는 점에 제대로 명중한 셈이다.


 전작들을 좋게 들었던 장범준의 팬들이라면 당연히 기분 좋게 들을만한 앨범이고, 전작에 실망한 사람들도 이번 3집만큼은 꽤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빈약했던 1집, 2집에 비하면 확실한 킬링트랙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딱히 지루하고 감흥 없이 흘러가는 곡도 없어서, 사실상 이번 앨범이 솔로 아티스트 장범준의 커리어 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버스커버스커에 비하면 힘이 약한 것 같다는 평이 많았던 그가, 드디어 오로지 장범준으로서의 히트곡을 내며 멋지게 활약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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