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울 May 29. 2019

철인 되기 프로젝트, 철인3종경기 하프코스 도전기

2019 고성아이언맨70.3에 다녀오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철인3종경기에 대한 후기.

블로그에도 이미 포스팅을 해뒀지만, 브런치에는 조금 더 간결한 느낌으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일단 시작에 앞서, 짤막하게 만든 1분 버전 스케치 영상 :>

https://youtu.be/GS7nWwc6-CY




2019 고성아이언맨70.3

(2019 GOSEONG IRONMAN70.3)


이번에 참가한 대회의 공식 명칭이다.

아이언맨은 철인3종경기를 주최하는 브랜드 네임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회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마다 3개의 아이언맨대회(구례아이언맨, 제주아이언맨, 고성아이언맨)가 열리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번 고성대회.

고성대회는 올해가 1회 차인데 무려 1,800명의 철인들이 참가한- 아마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철인대회였으리라.


철인3종경기 하프코스는 70.3 코스라고도 하는데

이 코스는 수영 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1Km를 달리는 종목이다.

킬로미터(km)를 마일(mile)로 환산하면 딱 70.3마일이기 때문에 70.3으로 불려진다.




대회 전날

선수 등록, 자전거 거치 등


철인3종대회는 보통 일요일에 열린다.

보통 마라톤대회의 경우 대회 당일만 참가하면 되지만, 철인3종경기는 워낙 준비할 것도 많고- 선수 등록과 자전거 검차를 무조건 전날 다 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국내 대회 중 간혹 가다 대회 당일 등록도 허용해주는 대회가 있었는데 이젠 대부분 원칙을 따르는 편이라 철인3종경기를 참가하고자 한다면 주말 양일 일정을 비워두는 게 좋다.



대회장 피니시라인

하루 뒤면 수많은 선수들이 울고 웃으며 들어올 피니시라인.

매번 느끼는 거지만, 피니시라인을 들어올 때의 그 감정 때문에 매번 철인경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대회를 하는 중엔 많은 생각을 하곤 하지만 그중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역시나 “내가 이 화창한 일요일 오후에 왜 여기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가”이다.


약 40만 원에 달하는 대회 참가비에,

매번 대회장까지 이동하고, 숙박하고, 외식하는데 드는 비용 그리고 기타 대회를 위한 장비 정비 등의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


물론 참가비 40만 원은 ‘아이언맨’이라는 브랜드대회라 더 비싼 것이긴 하다. 국내 철인3종경기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런 10km)의 경우엔 보통 참가비는 7-9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역시나, 저렴한 금액은 아니다.


필자의 경우 이렇게 매년 3-4번은 나가는 철인대회 비용을 위해 나름의 절약을 한다. 예를 들면 술 마시는 모임을 최대한 안 나간다던지, 대회 지출이 큰 달에는 옷을 한 장 덜 산다던지. 혹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대회 참가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바꿈터에 자전거를 입고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자전거와 헬멧에 배번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이번 고성아이언맨대회는 여태껏 국내에서 열렸던 철인3종경기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무려 1,800명의 철인이 참가했고, 많은 미디어에서 취재를 하러 왔다.


블로그에 철인3종경기를 참가할 때마다 관련 대회 정보나 대회 후기를 올리다 보니, 내 블로그(http://wooltraveler.blog.me) 나름의 인지도를 쌓고 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KBS2 생생정보 작가님께 연락이 왔고, 이번 고성 대회에서 팔로우하며 촬영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셨다.


하지만 발목 부상 상태라 도저히 완주할 자신이 없었고, 방송에 쓸만한 각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같은 철인팀 소속이자 매대회마다 에이지그룹 1등을 휩쓰는 태현오빠를 소개해드렸다. 그런데 어찌 되었건 나도 같이 촬영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촬영을 같이 몇 번 하긴 했는데, 통편집이 될지, 어쩔지는 잘 모르겠다. 또 흑역사를 생성시켰을 것 같다는 생각뿐...




이전 대회들의 검차스티커가 붙어있는 자전거 프레임

대회 전날에는 선수 등록과 자전거 검차가 메인이다. 바꿈터*에 물품백을 전날 걸어두는 선수들도 있지만, 물품백은 보통 경기 당일에 걸어두는 편이다.


내 자전거는 3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꽤 저렴한 편에 속하는 로드 사이클이다. 자전거 좀 탄다고 하는 선수들의 자전거는 대부분 천만 원은 족히 넘는다. 철인3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기에는 바꿈터 갈 때마다 괜스레 위축되기도 했는데, 이젠 아무렇지 않다. 하드웨어 좋아봤자 의미 없다. 결국은 엔진이 중요하다.


아, 물론 난 하드웨어도 엔진도 안 좋다.



* 바꿈터 : 철인3종경기는 3 종목의 운동을 이어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바꿈터라는 공간이 존재한다. 수영이 끝나고 사이클을 시작하기 전, 사이클이 끝나고 런을 시작하기 전 필요한 옷이나 헬멧, 클릿, 장비, 보급품 등을 뒀다가 사용할 수 있다.



대회 전날엔 수영 공식 훈련시간이 마련되어 수영 연습을 할 수도 있다.

고성 대회의 경우 4-6시까지 2시간 동안 수영 훈련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웻 슈트를 입는 게 귀찮아서 결국 물에 들어가 보지 않았다.


철인3종에 입문하려고 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정말 반드시 대회 전 오픈워터* 연습을 해야 한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과 오픈워터에서 수영하는 건 정말 전혀 다르다. 실제 철인대회에 첫 출전하는 선수들 중 오픈워터 수영이 주는 공포로 인해 포기하는 선수들이 꽤 많다.

막힌 시야, 땅에 닿지 않는 발,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몸싸움까지.

타선수의 팔 치기와 발치기에 턱을 맞는 순간 띵~하면서 꽤 아프다.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수영하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한 스킬이다.


필자는 오픈워터 경험이 어느덧 수십 번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오픈워터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이번 고성 대회 때는 뒤에서 자꾸 발목을 붙잡는 비매너 선수 때문에 꽤 애먹었다. 수영 때는 모두가 다 힘드니, 서로 매너를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오픈워터 훈련, 꼭 하자.


* 오픈워터(Open Water) : 개방수역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개방된 수역에서 수영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수영장과는 다르게 탁한 물로 시야 확보가 안 되고, 라인도 없기 때문에 방향을 잡기 힘들다. 또한 바다 수영의 경우 입에 들어오는 짠물을 피할 수 없다.


족히 몇 억은 되는 자전거들의 모임

이곳이 바로 자전거 바꿈터.

이 곳에 자전거를 거치해두었다가 수영하고 나오면 자전거를 꺼내가 사이클 90km를 타러 가면 된다.


대회 전날에도 잠깐씩 방송 촬영을 해서 PD님과 함께 움직였다.



커피차 오너분은 무려 이번 대회가 200번째 철인3종이신 베테랑 중의 베테랑 선수셨다.

날이 정말 너무 더웠다.

푹푹 찌는 뜨거운 열기에 모두가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PD님이 대회장 앞에 철인분이 하고 계시는 커피차가 있다고 하셔서 다 같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위해 커피차 앞으로!


워낙 내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가위바위보 커피내기를 제안드렸는데, PD님이 쿨하게 본인이 사시겠다고...! 금요일에 시간 내서 촬영해줘서 고마운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사주신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




대회장에서의 일정이 끝난 뒤에는 다 같이 숙소로 넘어와 저녁을 먹고, 대회 전 마지막 정리를 했다.


저녁은 펜션 바로 1층에 같이 운영하고 계신 식당이었는데, 메뉴는 오리고기와 추어탕이었다. 다음 달 피트니스 대회 도전을 위해 식단을 하고 있기에 정말 오랜만에 먹는 일반식이었다. 사실 고성 와서도 식단을 할 생각이었지만 오빠들이 대회 전날엔 무조건 탄수화물 흡입해야지 뭔 소리냐며 먹으라고 해서 못 이기는 척(사실 먹고 싶었다.) 먹었다. 원래 철인은 먹는 만큼 간다!



곤텍스 테이프와 에너스킨 카프슬리브

저녁 먹고 올라와서는 정말 마지막 정리를 한다. 대회 전날엔 항상 정신없다.


나 같은 경우엔 항상 대회 전날에 경기복을 다 입고, 테이핑을 다 하는 등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자야 마음이 편하다. 나름의 징크스랄까..


이번 대회에선 우리 팀 중 여자 참가자가 나뿐이라, 홍일점이었다. 하지만 오빠들이 잘 챙겨주고, 신경 써주신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놀다 올 수 있었다. (사실 나를 여자로 생각할리가...)

마지막으로 대회 물품들 체크하고, 씻고, 경기복도 다 입고 10시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대회 당일


새벽 4시 반에 힘겹게 눈을 뜨고, 아침을 챙겨 먹는다. 아침은 햇반에 미역국!


바꿈터 개방시간이 5시 반부터 6시 20분까지여서 5시에 펜션에서 출발한다. 대회 당일 아침은 정말, 정말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대회장에 도착하는 게 좋다.


바꿈터에 와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품을 정리해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수영이 끝나면 어느 동선으로 뛰어올 것인지, 뭐부터 챙겨 입을 것이며 보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

워낙 준비할게 많고 신경 쓸게 많은 경기다 보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꽤 많은 도움이 된다.


경기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수영은 3초 롤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3초 간격으로 4명씩 입수를 하는 방식이다. 롤다운 방식은 에이지그룹별 단체 입수한 것보다 덜 북적거리고, 몸싸움도 덜 해서 좋다.


수영은 항상 걱정이 덜 한 편이다. 왜냐면 딱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종목인 데다가 정신없이 열심히 팔 치기를 하다 보면 금세 끝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수영은 철인 입문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종목이다.)


사이클의 경우 풍경이 정말 예뻤다.

업다운이 계속 이어지고, 노면이 안 좋고, 도로가 좁아 위험한 코스였지만 나름대로 즐기면서 탈 수 있는 코스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 1년 사이 자전거를 제대로 탄 기억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이번 대회는 부상 때문에 훈련을 아예 안 하고 나갔다.)

다리 근육은 괜찮았지만 골반과 허리가 아팠다. 완벽한 훈련 부족.


마지막 종목인 런, 21km.

제일 걱정되고 제일 두려운 종목이었다.

두 달 전에 스쿠터 사고로 다친 발목에 온갖 정성과 노력과 치료를 쏟아붓는 중이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원래는 대회 자체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에 “그래, 일단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참가하게 된 것!


런을 시작하니 아니나 다를까, 2-300M만 뛰어도 발목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참을만한 수준이었고, 컷오프 시간(Cut-Off time ; 제한시간)까지는 약 4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4시간 동안 21km라면 시간당 5km씩만 가도 완주할 수 있는 수준이라, 천천히 꾸준히 가자는 생각에 그때부터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뛰다가 통증이 생기면 걷고, 괜찮아지면 다시 뛰고, 또 걷고.


그렇게 1km, 2km, 3km 조금씩 거리를 채워나갔고 마침내, 21.1km를 2시간 44분 만에 완주할 수 있었다. 처음에 달리기 4시간을 목표로 하고 시작한 것치고는 썩 괜찮은 기록이었다.






이전에 우연히 저명한 철인3종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당시 필자가 설봉 대회 풍경이 정말 좋더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감독님께서 ‘대회를 나간 선수가 풍경이 예쁘다는 걸 인지했다는 건 그 대회를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소리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리. 나는 그저 뜨거운 열기의 대회 속에 내가 있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운 사람인데.


속도나 기록, 큰 의미 없다.

그저 도전했다는 것이 의미 있고, 느리더라도 완주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



2019 고성아이언맨 기념타올
2019 고성아이언맨 완주메달

아이언맨 대회는 주는 게 참 많다.

완주 티셔츠와 메달, 타월 그리고 스냅백까지. 아, 점심도 제공된다.


36만 원의 참가비를 지불했는데 이 정도는 줘야 좀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주최 측에서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기념품의 퀄리티도 다 꽤나 좋아서, 완주를 하고 기념품까지 모두 수령한 뒤면 아이언맨에 대한 충성심은 더욱 깊어진다.


이번 고성 대회는 세세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지는 대회였다. 타월도, 기념티셔츠도, 하물며 메달까지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모든 선수들의 심금을 울렸다. 정말 예쁘다. 메달 사이즈도 큼직하고 묵직한 게 “이 맛에 철인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메달이었다.


철인3종경기는 보통 호수 혹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데, 이번 고성 대회의 경우 바다수영이었다. 바다수영을 하는 대회의 경우 완주하고 나서 경기복을 보면 항상 이렇게 소금기가 가득하다.


나름의 멋이다.


대회가 끝나고 나면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한다.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다.

나같이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의 사람들은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는다.


우리 팀에선 이번에 2명의 시상자가 나와 시상식이 진행되는 4시 반까지 기다렸다가 축하해준 뒤 서울에 올라왔다.

20대 초반 남자그룹 2등 석희, 그리고 30대 초반 남자그룹 2등 정현오빠까지.

항상 대회 1등 싹쓸이하는 태현오빠도 있지만 이번에 사이클 때 펑크가 나면서 아쉽게도 1시간이 지연되고 입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부상자 없이 팀원 모두 완주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젊은 철인팀 노익스큐즈(NOEXCUSES) 단체사진

정말 즐겁고 행복한 추억 잔뜩 쌓고 온 이번 고성 아이언맨 대회.

철인 3종은 단순히 대회에 참가하는 느낌보다는 운동과 여행이 융합된 느낌이다. 그래서 매번 좋은 추억을 쌓게 되고, 그 즐거움도 배가 된다.


이제 앞으로 남은 경주, 세종, 통영, 은총이 대회 4개의 올림픽코스와- 진정한 철인3종경기로 불리는 구례아이언맨대회(철인3종 킹코스)만 남겨두고 있다. 발목 부상 치료도 계속 꾸준히 받고, 훈련도 열심히 해서 무사 완주하는 것이 목표.



철인3종은 생각보다 어려운 운동이 아니다. 물론 초기 입문 비용이 다른 운동에 비해 많이 든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와 더불어 성취감도 재미도 배가 된다는 사실!


개인적으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꼭 한 번씩은 철인3종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너무 재밌어!







보다 자세하고 생생한 후기를 보고자 하는 분들은 제 블로그 후기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



(1) 대회 전날 후기

http://wooltraveler.blog.me/221548070277

(2) 대회 당일 후기

http://wooltraveler.blog.me/221549358535



매거진의 이전글 몇 년간 꿈꿔왔던 걸 눈 앞에서 놓쳤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