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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양연화 Jul 28. 2021

이번엔 클래식이다.

다락방 미술관 아니고요, 다락방 클래식 입니다.

그동안 나는 미술에 관한 책과 수필집을 썼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책이다. 개인적으론 참 감회가 깊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분야의 책을 완성했으니 말이다.     


미술과 문학과 음악, 모두 분야가 다른 것 같지만 예술이라는 한 카테고리 안에 있다. 글을 쓰는 몇 년 동안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산 셈이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며 그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일은 나를 돌아보는 작업이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음악을 전공하지도 음악에 관한 전문가도 아니다. 단지 음악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것을 글로 썼고, 때마침 주요 일간지의 요청을 받아 연재한 것이 모여 책이 되었다. 음악에 관한 전문 용어나 곡의 해석을 기대했다면 책장을 덮으시라. 다만 나는 클래식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대체 이게 무슨 곡이지?’ 하며 호기심을 갖길 바란다. 좋은 것은 나눠야 마땅하지 않은가.    

  

삶을 초과하는 예술은 없다. 그러니 미술도 음악도 모두 예술가의 삶과 밀접하다. 예술을 이해하는 데는 그 시대의 사조를 이해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면밀히 작품을 분석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나는 예술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했다. 왜냐면 그렇게 접근했을 때 음악이 주는 감동이 내게는 훨씬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시련을 겪었으며 누구를 사랑했으며 어떤 사람과 어울렸고 어떤 작품에 감명받았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이 어떻게 곡으로 탄생했는지를 보는 것은 어떤 영화를 보는 것보다 흥미로웠고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이런 지점은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공감하기가 쉬웠다. 사랑에 빠진 베토벤이 그 여인에게 구애하기 위해서 쓴 곡이라면? 실연의 슬픔에 빠진 쇼팽이 그 슬픔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곡이라면? 그림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쇼팽의 유작으로 알려진 왈츠 A 단조는 그래서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막상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한 글이지만, 너무 알려진 이야기나 뻔한 이야기보다 좀 더 고급 정보와 세부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곡과 조우했고, 그래서 기뻤고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 공부에 그리 관심이 있는 학생이 아니었기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은 진짜였다. 중년의 나이에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으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름대로 진액으로만 뽑아 한 편의 휴먼드라마를 보듯이 재미있고 술술 읽히게 쓴다고 썼으니, 독자들에겐 진정 소확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쉬운 것은 오랜 시간, 여성이 음악가가 되기 힘들었던 사회적인 배경 탓에 많은 여성 음악가를 싣지 못한 점이다. 물론 자료가 있는 예도 있었지만, 그들에 관한 정보가 너무 단편적이라 깊이 있게 다루기 힘든 이유로 기술하지 못했다. 그들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많은 번역본이 나오기를 바란다.  

   

나는 지난 7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2인 가극 <아파트> 제작 작업에 참여했는데, 클래식에 관한 글을 쓰면서 가극 작업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있었다. 현대인의 삶의 척도가 되어 버린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가극은 가곡 15개와 프렐류드 7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전곡의 가사를 맡았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하는 형태의 가극이고, 앞으로 지방 공연도 할 예정이다. 곡마다 노래 가사로 한 편의 극을 전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내겐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었고 극이 완성된 지금 감회가 새롭다. 뭐랄까? 이제 나도 겨우 클래식에 발을 조금 담근 느낌이랄까?    

 

지난 일 년 반 동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일상이 무너지는 등 우리 모두 지독한 시간을 보냈다. 백신 접종이 시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한지 가늠조차 못 하겠다. 지치고 힘들 때일수록 나를 지탱해 줄 한 가지가 꼭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클래식이 궁금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끝으로 얼마 전, 12년을 함께하다 먼저 간 반려견 미미.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틀어 놓은 클래식을 들으며 내 발밑에서 먹고 자고 놀며 늘 내 곁을 지켜 준 아이. 모차르트 곡에 유난히 서글픈 하울링을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미미에게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 마음으로 이 책을 보낸다.     


2021년 7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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