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익명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진짜 우편이 아니라 온라인의 글이지만요.
요글래 저는 정말 나다운 삶을 살며 지냈습니다. 외부의 자극을 피해 나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행위들을 하며 지냈어요. 내 삶에 적당한 소비를 하고 절제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상적인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마냥 좋아보일 수 있지만 이 불경기에 퇴사를 감행하고 얻어낸 귀한 생활입니다.
그런데 이상적인 삶에도 번뇌와 쓸데없는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건 정말 의외였어요. 스스로 내린 선택을 재차 믿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건 차차 풀어놓겠습니다.
문득 궁금해요. 이런 적 있지 않나요,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 가면 내가 삭발을 하고 다녀도 자유롭겠다. 저는 현실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도 정말 속이야기를 하지는 못해요. 아마도 가끔?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내 속을 보이는 것은 리스크가 커서 적당히 할 수 있는 속이야기만 해요. 저는 이게 너무 피곤했어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지내겠죠. 내가 겁먹은 치와와처럼 약체라서 그런것일까? 이런 생각에 다다르기도 해요. 또 다시 상념에 빠지는군요.
오늘도 어제도 순간 순간 깨닫는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걸 대체 누구와 나누겠어요?
편지를 보내놓고 너무 오래 변명을 하네요. 어쨌든 정말 시시콜콜하고 맥락 없고 속좁은 이야기들. 이런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K 씨는 어떻게 지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