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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목지 Nov 11. 2023

K에게 보내는 편지2

질투심과 조바심

요즘 외국어공부에 열중하고 있어요. 앞으로 한국에서만 지내는 삶은 더 이상 살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마음만 앞서지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하든 공부를 하든 나의 어중간한 영어로는 턱도 없었어요. 여태껏 영어를 소홀히 한 적 없는데 막상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은 못 미치니 허탈하더군요.


주변에서는 하나둘씩 외국으로 나가는데 나는 마음에 조바심을 품고 어학을 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기도 했어요. (변명을 하자면 지금 제2외국어도 같이 하고 있답니다. 그냥 자랑하고 싶었어요.) 어학은 너무나 재밌었지만 그만큼 고통이 따르잖아요. 운동처럼 힘든 구간이 없으면 성장하지 못해요. 처음에는 그 구간을 마주할 때마다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어요. 그런데 꾹 참고 그 구간을 버티다 보니까 조금씩 조금씩 할 수 있는 말이 늘어나는 거예요. (물론 아직도 아무 말이나 합니다.) 그래서 내 고통을 믿기로 했어요. 성장을 하기로 했다면 앞으로 믿을 것은 내가 느끼는 고통뿐이라는 걸요.


어쨌든 내가 성장하는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고 고군분투하는 건 나를 안정시켰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한국에 계속 머무를 생각이었던 지인 하나가 해외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마음이 뒤숭숭해지기 시작했어요.

나는 왜 이럴까요. 나는 나만의 길이 있고, 지금 당장 해외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왜 남들의 행선지에 그리 휘둘릴까요. 그 사람이 한국을 떠나면서 뭘 얻고 잃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오로지 지금 당장 해외 나간다는 사실 하나로 질투심에 사로잡힌 거예요.


나에게 중요한 게 뭘까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대체 왜 이렇게 한국을 뜨는 것에 집착하는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서의 삶도 만족해요. 여기에 머물면서 끝장을 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언제고 해외로 나가살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아요.

강력하게 끌리는 것은 사실 악연일 수도 있다는데 나는 악연을 쫓는 것일까요?

아니면 운명의 흐름이란 게 그곳에 있을까요?

아니면 단순히 내 삶의 숙제를 회피하기 위해 내 동굴 안에서 공부를 고집하는 걸까요?

다 맞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겠죠.


어쨌든 지금 쏟고 있는 노력이 의미 없어지진 않을 거예요. 제가 믿을 건 그것뿐이에요. 그리고 이 시간을 매우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다른 사람을 정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언제쯤이면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을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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