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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목지 Sep 14. 2023

사람 좋아, 사람 싫어

은둔자의 노력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외로움도 잘 못 느껴서 엔간히 오랫동안 혼자 있지 않고서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어디에 속해있든 집 갈 시간이 되면 바람처럼 사라진다. 오늘도 학원이 끝나자마자 타인과 짧은 대화는 뒤로 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탔다.

'휴 이제 혼자 걷는 시간을 누리기만 하면 되겠군.' 재빠른 퇴장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감은 늘 가지고 있다.

사람은 사람 없이 살 수 없는 것을 잘 안다. 내가 혼자 잘 지내는 것은 주변에 나를 신경 써주고 있는 가족과 친구가 있기 때문이며, '혼자'라고 착각하면서 이 여유를 누리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정말로 내가 혼자 남았을 때,

그때조차도 나는 스스로를 혼자 내버려 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과 어울리는 걸 타고난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타인과 어울리는데 잼병인 사람은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까지 대화하는 법에 서툴고, 감정을 이해하는데 게으르고, 먼저 도움을 청하거나 고개를 숙이는데 익숙지 않아 진다. 그건 좀 걱정스럽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 콩나물국밥집에 들렀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옆에 거만한 상사로 보이는 사람과 군기가 바짝 든 사원 둘이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쉴 새 없이 별거 아닌 걸 가지고 이래야 하네, 저래야 하네 가르치기 시작했다. 사원 둘은 연신 "맞습니다.",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와, 전혀 몰랐습니다." 하며 프로답게 적절한 대꾸를 했다.

순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이어 마음 한편에서 "너나 잘해."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나나 잘하자. 언제까지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낼 수 없잖니.

머쓱한 정도이긴 하지만 항상 노력은 한다. 누가 불러내면 1/3만 응하지만,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하면 최대한 바쁜 척을 하지만 응하긴 한다. 그것도 대견한 노력이라고 보고 싶다.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고 꾸역꾸역 나가다가는 다칠지도 몰라...

내일은 학원 사람들과 조금 더 대화를 해봐야겠다.

웃고 끄덕이는 것 말고도 그냥 편하게 아무 말이나 던져보기로 한다.

이러다가 더 이상해지는 거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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