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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라 Sep 05. 2023

오늘의 인생 팁 ㅡ 거리두기

코로나 개학식


작년 4월,

3월이 아닌 4월 개학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 인생 최초의 경험이었다.

얼마나 조심스럽고 떨리던지...  

그날의 감상을 적어 놓은 몇 자를 읽으니 줌 개학식을 하던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줌이라는 온라인 도구도 낯설고, 아이들도 낯설고,

비대면 개학식이라는 그 장면은 생애 처음이라, 나도 아이들도 긴장되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상당히 둔 채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출발점의 거리감이 그대로 작용한 것인지

졸업을 앞둔 시점까지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관계가 지속되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그 아이들은 내게 최고로 예의 바르고 성실하고 예쁜 아이들로 자리 잡았다. 헤어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등교와 원격 수업을 번갈아 하는 것은 학생과 교사 간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거리가 유지되기에도 적합한 시스템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매일 보고 수업할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으리라.




이렇게 보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에도 물리적 거리 두기와 마음의 거리 두기는 꼭 필요한 일상의 방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서로에게 안전하고 예의를 갖춘 균형 잡힌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다양한 삶의 경험은 지혜를 준다.

오늘의 문득 떠오른 인생의 팁은 '거리두기'이다.




경력이 10년, 20년이 지나도 새 학년 새 아이 들을 맞이하는 것은 늘 긴장되고 설레고 떨리는 일이다.

해마다 정해진 일상적인 루틴이지만 다양한 가정환경과 성장배경을 가진 개성 넘치는 생명들과 만나는 일은 단순하고 간단할 리 없다.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잘잘못을 따져가며 일상을 꾸려간다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지나쳐 쉽게 번아웃 증상을 가져오기 쉽다.



하지만, 교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자질은 상황에 따른 세심함과 빠른 대처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교사 자신이 긍정적이고 균형 잡힌 시간과 사고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교육철학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을 할지 생각해 본다.






'학교의 교실은 언제나 유연하고 편안하고 함께 하고 싶은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실은 1차적으로 학습을 위한 장소이지만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칫 피곤하고 힘들고 어서 떠나고 싶은 곳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률적으로 갖추어진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종일 앉아 있어야 하지만 그 공간의 분위기는 늘 질서가 있되, 따뜻하고 편안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가서도 생각나고 어서 빨리 가고 싶은 곳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어떤 선생님들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말을 하는 것이 아닌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교실의 모습은 교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과 호흡하고 함께 하고 싶은지에 따라 교실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하교한 이후에도 대부분 학원이나 과외로 2차 보충 혹은 심화, 선행학습을 위해  쉴 새 없이 바쁩니다. 입시를 위한 지식의 학습은 지나칠 정도로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받아들이거나, 주변 친구들이 하고 있어서 당연하게 여기거나 혹은 적극적인 경우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몰입하거나 매달리기도 합니다.

 



질서와 규칙이 존재하되,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하는 수업시간이 즉, 그런 교실을 만들 수 있는 필요충족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공간을 만들어 가기 위한 제가 생각하는 교실의 모습은 지나치게 집중된 지적인 학습과 균형을 이루도록 아이들의 감성적인 측면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채워줄 유용한 도구로 저는 음악과 이야기책을 꼽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신청곡이나 교사가 심혈을 기울여 선곡한 노래들로 아이들의 마음을 닦아내고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시작과 마무리에서 수업의 루틴으로 음악을 제공하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꼭 가사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음악은 그 자체로 치유의 힘을 갖습니다. 이 분야에 깊이 있는 관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수업 첫 시간 오리엔테이션에서 프레젠테이션 배경음악을 들려주며 분명 그런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로부터 그 마음이 전해졌고 수업에 있어 음악의 기능과 역할이 대단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떤 과목에서든 어렵지 않은 이야기책이 삶을 돌아보는 여유와 소중한 가치를 찾도록 인도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과정은 지식의 습득으로는 배울 수 없는 미래 가치를 가진다고 여겨집니다. 함께 하는 모임에서 주기적으로 이야기책을 낭독하며 더욱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 삶을 살아가게 할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아이들이 현재와 미래를 잘 살아낼 힘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21년 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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