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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라 Aug 15. 2023

나도 나로 살기로 했다

인연(因緣)

50대부터는 완전히 다른 인생관을 가지고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어느 작가의 글을 읽었습니다. 5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는 것은 100세라는 나이, 누가 보아도 드물게 장수한 나이의 ‘반(半)’이어서 그런 걸까요? 참 어쩌다 보니 나도 ‘반평생’을 살고 있습니다. 문득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때라는 생각이 떠오르니 당장 ‘죽음’이 낯설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으면서도 마음속에 비장한 각오가 생기는 듯합니다. 그래도 당장 방학 중인 아이들과 ‘아점’은 뭘 먹어야 할지, 병원 다녀가신 엄마 생각, 직장 일거리 등 고민에 살기도 바쁜데 ‘죽음’이라니...     


한 3년 남짓 되었나 봅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다른 사람으로 인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 무수히 ‘초연(超然)해지기’를 연습하던 시간이 있었죠. 당시 나에게 상처와 좌절감을 준 것들에 초연하기 위해선 ‘원망’과 ‘미움’ 대신 ‘자신감’과 ‘희망’이 필요했습니다. 남의 말과 글을 빌어 눈과 귀를 채우고 그것들이 달아나기 전에 얼른 작은 노트에 가둬놓곤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종종 작은 스프링 노트에 마음에 새기고 싶은 좋은 글들을 적어 놓는 좋은 습관이 생겼습니다.

     

마음의 절박(切迫)함과 변화를 향한 갈망은 나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용기(勇氣)’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용기(勇氣)’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낯선 곳을 찾아가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나에게 분명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남들은 그렇게도 평범하고 당연한 일들이 나에겐 그렇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타인을 탓하고 나의 선택을 원망하고 좌절한 순간에 기댈 곳이 절실했습니다. 내 안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은 욕망이 나를 결국 움직이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마음’과 ‘생각’만으로 존재하던 무엇이 ‘실체’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나도록 하는 데는 내 몸을 움직여 새 터에서 새 사람을 만나는 일이 필요합니다. 공통의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생각을 나누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요. 그 지점에서 새로운 삶의 고리와 관계가 시작되더군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부당하다고 확신도 없이 적지 않은 나이에 생계가 달린 일을 그만두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상하고 힘든 일은 ‘때’가 되면 다 해결되거나 나중에 돌아보면 별일 아닌 일이 될 수도 있죠. 그러니 그럴 때는 위안과 희망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 위로받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됩니다.     


'마흔 아홉' 작년을 돌아보니 ‘위기’라는 말보다 ‘기회’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떠오릅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이었지만 비대면 상황으로 SNS나 인터넷을 활용해서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끌어낼 수 있었고, 예기치 못한 ‘변화’에 동료들보다 더 발 빠르게 적응하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즐기며 대처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불편함이나 부당함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해결하는 힘을 보여주었고,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게 되었죠.      


코로나가 만들어낸 세상의 변화만큼이나 ‘나’라는 작은 우주에도 큰 변화가 있던 2020년이었습니다. ‘나’를 보여주기 시작한 해이고, 생각을 글로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와의 인연(因緣)으로 ‘나(我)’의 ‘혁신(革新)’이 시작된 듯합니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떠올려봅니다. 처음 읽을 때는 좀 충격적이었지만 달리 행동하는 게 있어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아 참 마음에 드는 문구입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expecting different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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