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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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도시락 준비와 나의 삼사십대가 끝났을 무렵 우리 아이들도 끝낸 것이 있었다.
12년에 걸친 IB 교육과정과 IB Diploma Program, 일명 IBDP.
이전 브런치북 <도대체 IB가 뭐야?>에서 언급했듯 나는 한 학교에서 12년간 이어지는 학업 시스템에 여전히 긍정적인 의견이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장단점 중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며, 특히 학폭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한 영향과 효과를 끼칠 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여튼...
해당 브런치북을 썼을 당시는 코로나 상황에서 큰 아이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중이었다.
당시 아시아 지역은 오프라인 파이널 시험을 치르지 못해 이년여간 제출한 과제물과 에세이들을 바탕으로 최종성적이 산출되었다.
코로나 이후 일상이 정상으로 회복한 후 맞이한 둘째의 IBDP 경험을 번외 편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두 아이 모두 IBDP를 경험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차이는 확실히 컸다.
교육은 역시 대면 현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한번 실감했다.
온라인이라는 편리한 도구는 '교육'이 포함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담기엔 역시 부족하다.
마주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와 에너지, 생각치 못한 변수를 통한 교육까지는 신문물이 차마 담지 못하는 듯 하다.
최근 한국의 명문대에서 온라인 시험 중 챗GPT를 사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나는 부적절하게 프로그램을 사용한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뉴스에 나올 때까지 방치하고 편리함을 택하고 있던 교수진과 학교 행정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그런 행동이 하루 이틀 전에 시작된 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T 시대에서 온라인 세상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코로나 시간를 거치며 이런 흐름은 급격히 확산했고 일반화가 되어 있었다.
코로나가 끝났다고 상용화된 온라인 도구를 손에서 내려놓을 리 없다.
아이들의 발빠른 이런 흐름과 변화를 모른 척 방치 하고,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던 건 그들의 스승과 학교였다.
코로나가 끝난 현재까지 대체 왜 여전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건지, 아이들은 궁금해했다.
아침부터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피곤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을 학생 뿐 아니라 스승들도 너무 잘 알게 된 것 같다.
비대면의 달콤함을 맛 본 두 그룹은 누구하나 그 특권을 먼저 놓으려 하지 않았던 건 아닐지.
코로나 기간 온라인 수업 당시 그 상황을 한탄하던 선생님이 계셨다.
"이런 환경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우리 애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원래 수업에 비해 수업 질이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이런 걸 수업이라고 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안타까워하시던 선생님은 아직도 줌으로 수업을 이어가고 계신다.
깨달은 편리함이 수업의 질 따위는 너끈히 넘어선 듯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바탕 세상을 휩쓸고 사라졌지만 의도치 않게 남겨진 사라지지 않는 휴유증들이 있다.
굳이 몰라도 됐던, 원치 않았던 편리함을 코로나 덕에 쓸데없이 깨우친 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