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2)
.
지난해, IBDP를 하고 있는 전 세계 아이들을 출렁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파이널 시험 첫날 아이비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파이널 시험은 전 세계 해당 학교로 똑같은 시험지가 배송, 준비되고, 각 과목의 시험이 같은 날짜에 치러진다.
하지만 대륙별 시차가 있다 보니 같은 시험이 아시아에서 먼저 치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작년 시험 기간, 아시아 지역에서 첫 시험 과목이 끝나자마자 텔레그램 같은 보안 앱을 통해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은 유럽 학생들에게 문제가 공개되었다고 한다.
아이비 시험은 페이퍼 테스트를 준수하고 있다.
시험지를 받아 풀고 다시 그대로 제출하는데, 시험을 치르고 나온 학생이 기억나는 문제를 적어 유출시켰다고 알려졌다.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말도 돌았다.
예전 같았으면 가능한 일일까 했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너무나 가능하지 않겠는가?
여하튼 당시 유럽권 아이들이 해당 과목 시험을 잘 봤고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게 뻔한 아시아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불만을 제기한 학생과 부모들은 서명운동을 하고 IBO(국제 바칼로레아 기구 ; IB프로그램 주관 기관)에 항의서를 제출했고, 재시험을 보느냐 해당 과목 점수를 무효로 하느냐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난무했다고 한다.
IBO는 해당 유출로 인한 경위와 피해를 조사한 후 공지하겠다 답변했지만, 결론적으로 별다른 조치 없이 파이널 점수가 산출되었다.
오랜 역사와 철저한 보안, 그로 인한 권위를 자랑하던 IBO의 명성에 스크래치를 남긴 사건이었으나, 과거 한국 학부모에 의한 SAT 시험 유출 사건처럼 예상보다 조용히, 그리고 소리소문 없이 끝나 버렸다.
사실 차츰 온라인 시험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다양한 공인 시험들 중 유독 IBO의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페이퍼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대신, 덕분에 이번 시험은 예년보다 훨씬 엄격하고 까다로운 조건이 지침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시험장소와 아이들의 책상 간격에 대한 조건이 달라졌고, 시험 시작 전 후 아이들을 미리 입장시키거나 교실에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안 그래도 긴 시험 시간에 전 후로 한 시간씩 추가되면서 실제 시험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아이들의 불만이 무성했다.
IBDP 파이널 시험은 대략 한 달여에 걸쳐 진행된다.
매년 날짜가 똑같지는 않지만 대략 기간은 비슷하다.
올해는 4월 마지막 주 첫 번째 시험을 시작해 5월 마지막 주에 모든 시험이 끝났다.
보통 과목당 페이퍼 1, 페이퍼 2로 나뉘어 두 번 시험을 보고, H(하이) 레벨을 선택한 과목은 페이퍼 3까지 시험이 봐야 한다.
IBO의 설명을 보면 페이퍼 1에서는 지식, 개념 중심의 주관식과 객관식 혼합 문제, 페이퍼 2에서는 서술형 중심의 심화 문제, 페이퍼 3에서는 고급 주제를 다루며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심화 에세이를 작성하는 식으로 문제가 출제된다고 한다.
(아쉽게도 내가 직접 IB 공부와 시험을 본 게 아니다 보니 페이퍼 별 차이에 대한 설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로부터 얘기를 듣긴 했어도 그저, 그런 식이구나.. 그런 차이가 있구나.. 정도밖에 이해되지는 않는다..^^;)
보통은 하루에 한 과목 내지 두 과목의 시험이 있는데, 선택한 과목에 따라 어떤 날은 오전에 00과목 페이퍼 1을, 오후엔 ㅁㅁ과목 페이퍼 2를 보게 될 수도 있다.
또 학생별로 선택과목이 다르다 보니 시험 스케줄은 개인별로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선택과목 6개와 레벨 선택, 하이냐 스탠더드냐, 까지 완전히 똑같은 경우라면 그 학생들의 시험 스케줄이 똑같을 수 있다. 둘째 아이의 경우 딱 한 명 그런 친구가 있었다)
선택과목 6개 별로 2회씩, 하이레벨 3과목은 한 번씩 더 시험이 있으니, 총 15회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 시간은 과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보통 페이퍼 1, 2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페이퍼 3의 경우는 두 시간이 넘기도 한다.
한 달에 걸친 지리하고도 지겨운 일정 탓에, 마지막 주 정도가 되면 사실 시험의 긴장감과 엄숙한 분위기는 많이 풀어지게 된다.
특히 선택 과목 시험이 제일 마지막날까지 있는 아이들은 먼저 긴 고난을 끝낸 친구들을 엄.청.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는 시험 대비와 더불어, 긴 시험 기간 동안 긴장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삼주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런 스케줄은 영 안되는가 보다.
12년간 지속한 IB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인 IBDP가 끝나면 아이들은 정말로, 후련해한다.
결과를 떠나 그 모든 과정을 버티고 통과한 모든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번외 편에서는 IBDP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해, 모든 과정을 끝내고 대학이라는 현실에 있는 선배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한국과 해외 대학에 다니고 있는 지인의, 그리고 내 자녀들에게 부탁해 설문지 형식으로 받은 답변들을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과목 선택과 공부에 있어 부디 티끌만큼이라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