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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사냥 Jan 10. 2019

야구의 사계(1) - 스프링 트레이닝

야구의 사계 중 스프링 트레이닝에 관한 이야기

차가운 날씨에 타격을 하거나 공을 던지면 몸 이곳저곳에 부상을 당하기 쉬워 야구는 겨울 동안 휴식기를 갖는다. 그래서 겨울은 야구에 대한 목마름으로 가득한 계절이다. 다행히 목마름의 기간은 길지 않다. 추위가 누그러들며 따스한 봄기운이 밀려올 무렵 스프링 트레이닝(Spring training)이 시작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야구의 계절이 왔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은 정규시즌을 앞두고 날씨가 따뜻한 지역에 모여 진행하는 팀 훈련을 의미한다. 1870년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가 겨울철에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스로 이동하여 전지훈련을 했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스프링 트레이닝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선수들이 둔한 몸을 이끌고 곧장 경기를 치러 훈련 효과가 크지 않았으나 1910년대 브랜치 리키가 타격, 슬라이딩 등과 같은 기본적인 훈련에 이론 수업까지 병행하는 체계적인 훈련 방식을 도입해 스프링 트레이닝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고액 연봉 시대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는 요즘에는 선수들이 몸을 완벽히 만든 상태로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하고 눈앞으로 다가온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선수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은 2월 중순경 투수-포수조가 먼저 합류하고 5일 정도 후에는 야수조가 합류하여 1주일 정도 합동 훈련을 실시한 후 3월말까지 한 달여간 30게임 정도의 시범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약 6주간 진행 된다. 이때 투수-포수조가 먼저 합류하는 이유는 투수가 야수보다 몸 만드는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투수의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는 야수조가 타격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신인급 선수들과 FA 계약, 트레이드 등을 통해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면서 이들이 팀 분위기에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선수들의 겨우내 녹슨 실전 감각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팀에 필요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25명의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추려내는 것이다. 그래서 신인급 선수들이나 부상, 부진 등의 이유로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선수들이 25명에 들기 위해 특히 많은 땀을 흘린다. 일례로 1999년 드래프트 13라운드에 뽑히며 주목 받지 못했던 앨버트 푸홀스는 2001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으로 삼아 로스터에 합류할 수 있었고 정규 시즌에서도 괴물 같은 활약을 이어가며 만장일치 신인왕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후로는 잘 알다시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따뜻한 날씨와 훈련하기에 좋은 환경을 보유한 플로리다 또는 애리조나에 스프링 캠프를 차린다. 연고가 동부 지역인 팀들은 플로리다로, 서부 지역인 팀들은 애리조나로 향하는 경향이 짙고 중부 지역인 팀들은 상황에 따라 둘 중의 한 곳을 선택한다. 플로리다는 1888년에 워싱턴 내셔널스가 스프링 캠프를 차린 이후 스프링 트레이닝의 메카가 됐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과일 ‘자몽’에서 이름을 따 ‘그레이프 프룻 리그’로 불린다. 애리조나는 플로리다가 아닌 새로운 스프링 트레이닝 장소를 찾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빌 빅 구단주에 의해 1946년부터 등장했으며 처음에는 ‘애리조나 스테이트 리그’로 불렸으나 1954년부터는 지역 명물인 ‘선인장’에서 이름을 따 ‘캑터스 리그’로 불리고 있다. 스프링 캠프에 가면 선수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고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도 수월하며 운수가 좋을 날에는 선수들과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스프링 캠프는 야구팬들의 휴양지로도 인기가 높은데 이래저래 스프링 캠프 유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사이에 메이저리그 팀 유치 경쟁이 뜨겁게 펼쳐진다.     


의외로 많은 팬들이 스프링 트레이닝 중 열리는 시범경기 성적을 두고 정규시즌과 다름없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 일 뿐이다.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처럼 시범경기에서 26승 5패를 한 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있긴 하나 상식적으로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성적은 전혀 관련이 없다. 때문에 시범경기에서 맨날 깨지는 팀조차 결과를 놓고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 시기에 감독들은 성적에 대한 걱정보다는 다소 허풍을 떨며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조성하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에 힘을 쏟으며 정규시즌에 감히 펼칠 수 없는 작전을 과감히 시도해 보기도 한다. 스프링 트레이닝은 여유와 긍정적인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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