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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사냥 Jan 10. 2019

야구장 사람들(1) - 심판

심판의 역사와 요건 등에 관한 이야기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야구 역시 규칙과 이에 대한 심판의 판정에 따라 진행된다. 야구 심판은 육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충돌하는 농구나 축구 등의 심판과 비교해 볼 때 판정을 내려야 할 사항이 제각기 벌어지는데다 어디서 어떠한 플레이가 펼쳐질지 예측이 가능해 판정을 내리기가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판정을 내려야 할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판정 결과를 놓고 많은 다툼과 싸워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심판은 판정을 내리기 위해 기본적으로 시각을 활용하지만 가끔은 청각을 동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루에서 접전 상황이 펼쳐질 때 눈으로는 타자주자가 베이스를 밟는 모습을 보고 귀로는 1루수 미트에 공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판정을 내리는 식이다. 참고로 심판이 판정 결과를 요란한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모습은 1880년대 후반 활약한 청각 장애인 선수 더미 호이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스트라이크에는 오른손을 들어 알려준 것을 계기로 점차 확대된 것이다.     


1846년 6월 19일 열린 최초의 야구 경기에서 심판은 야구 규칙을 창안한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맡았다. 그리고 1880년 무렵부터는 심판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에게 보수가 지급되고 전담 심판제도가 등장했다. 다만 심판 한 명이 경기 전체를 관장하던 1심제였기 때문에 제 아무리 유능한 심판이라도 경기 전체를 샅샅이 살피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타자가 외야 쪽으로 안타를 때려 심판이 타구를 쫓는 사이 2루 주자가 3루를 밟지 않고 중간을 가로 질로 홈으로 쇄도하거나, 야수들이 주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붙잡고 늘어지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이러한 1심제의 한계로 1911년부터 양대 리그 모두에 2심제가 시작됐고 이후 3심제를 거쳐 현재와 같은 4심제가 정착됐다. 주심, 1루심, 2루심, 3루심으로 구성된 4명의 심판 중 주심은 포수 뒤에 서서 볼 판정과 홈플레이트에서의 아웃과 세이프를 판정하고 나머지 3명의 누심은 루 근처에서 벌어지는 아웃과 세이프를 판정하는데 포스트시즌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외야 좌측과 우측에 선심까지 세워 6심제로 진행된다. 이 중 가장 어려운 자리는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 당 200개 이상의 볼 판정을 해야 하는 주심이다. 타자는 자기가 휘두르지 않은 공은 볼이라고 생각하고 투수는 자기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로 생각하다보니 둘 중 하나는 늘 판정에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여기에 포수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포구할 때 미트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슬쩍 옮기며 판정의 정확성을 해치고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지 않으면 주심의 판정이 잘못되었다고 미트를 뻗쳐든 채 버티는 무언의 시위로 주심을 자극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어려움과 함께 홈플레이트에서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판정이 득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니 양 팀 모두 민감하게 마련이어서 주심은 이래저래 힘든 자리다.     


메이저리그 심판들 대부분은 마이너리그 또는 아마추어 야구 선수 출신으로 이들은 마이너리그에서 쥐꼬리만 한 연봉을 받으며 10여 년간 1,000경기 정도를 심판으로 활약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메이저리그로 승격된 베테랑 심판들이다. 나날이 번창해온 메이저리그지만 한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196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 심판협회가 조직돼 단체 협상권을 따낸 후 몇 차례 파업을 일으키며 투쟁한 결과 연봉 상승과 업무 추진 경비 증액 및 휴가 확대 등과 같은 성과를 이끌어내 처우가 많이 향상됐다. 하지만 가족과 오랜 시간 떨어져 장거리 이동을 수시로 해야 하고 가끔 강한 파울 타구에 맞아 큰 고통을 맛봐야 하며 무엇보다 심판만 없었더라면 4할은 거뜬히 때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로부터 이런저런 불만을 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심한 경우에는 봉변을 당하기까지 하는데 빌 피네란 주심은 볼 판정에 불만을 터뜨린 셰리 맥기로부터 얼굴을 두들겨 맞았고, 존 허쉬백 주심 역시 볼 판정에 강력히 항의하던 로베르토 알로마가 뱉은 침에 얼굴을 맞고 아들을 잃은 후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모욕감 넘치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이렇게 도를 넘은 선수들의 거친 항의도 문제지만 심판의 오심 역시 문제다. 1985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두고 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9회말 1루 땅볼 타구를 완벽히 처리했으나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하자 평정심을 잃으며 역전패를 당하고 다음 경기까지 내주며 허무하게 우승을 놓쳤고, 2002년에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홈런 타구를 때리고도 2루타로 인정받는 바람에 호타 준족의 상징인 40홈런-40도루를 놓쳤으며, 2010년에 아만도 갈라라가는 9회초 2사후 누가 봐도 아웃인 평범한 1루 땅볼 타구를 유도해냈으나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퍼펙트게임을 놓치고 말았다. 이러한 오심이 발생하는 이유는 심판이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쉬운 판정 상황에서 판단 미숙으로 엉뚱한 판정을 내렸거나 심판이 특정 팀이나 선수에게 호감 또는 불만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함께 초고속 카메라로도 구분이 힘들 만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오심이 발생하는데 이는 그나마 용서 받을 수 있는 오심이다. 오심을 저지른 심판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은 오심으로 손해를 봤던 팀에 미안한 마음 또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상 판정을 내리는 것으로 이러한 보상 판정은 두 개의 오심을 저지른 꼴이 돼 더 많은 비난을 야기 시켜 경기를 완전히 망칠 수 있다.     


사실 오심은 야구가 시작됐을 때부터 계속된 논란거리다. 그래서 1970년 무렵에는 볼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기계 심판이나 특수 칩을 넣은 공과 같은 독특한 발명품까지 등장했지만 이런저런 결함으로 실전에 사용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야구계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사람 냄새 나는 야구의 전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아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홈런성 타구를 놓고 시비가 잦아지자 메이저리그는 2008년에 미국 4대 스포츠 중 마지막으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게 된다. 다만 홈런성 타구의 홈런 여부를 판독할 때만 활용하는 것으로 비디오 판독을 최대한 제한하며 심판의 권위와 야구의 전통을 최대한 지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2010년에 명백한 오심으로 갈라라가가 퍼펙트게임을 놓치는 일과 같이 오심으로 인한 큰 시비가 발생하고 TV중계 화면을 통해 오심이 쉽게 발견되는 시대에는 비디오 판독으로 오심을 방지하여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심판의 권위와 야구의 전통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비디오 판독 범위가 아웃과 세이프 판정, 태그 플레이 등 13개 부분으로 확대됐다. 이제 납득하기 힘든 심판 판정에 대해 감독이 챌린지를 요청하면 뉴욕에 있는 비디오 판독 센터의 심판들이 경기장 구석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12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통해 판정을 내리는 시대가 열렸고 이로 인해 약 40%의 판정이 번복되고 있다.     


1905년부터 1941년까지 37년 동안 무려 5,374경기의 심판을 맡은 ‘심판계의 전설’ 빌 클렘은“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오심을 하지 않았다”고 큰 소리를 치며 심판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다소 허세 넘치게 표현했다. 당시만 해도 오심 장면이 사진으로 찍힌 신문 기사를 들고 항의하는 선수를 향해 촬영 각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우기면 그만이었던 시절이었기에 이러한 허세도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만들어낸 영상 앞에서 심판들은 안면에 철판을 깔기가 힘들어졌다. 9번 못하다가 1번 잘해도 영웅이 될 수 있는 선수와 달리 99번 잘하다가 1번 못해도 무수한 욕을 들어야 하는 심판의 권위는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야구가 생긴 이래 심판이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경기를 잘 진행했다는 뉴스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 심판 없이 열린 경기는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경기의 주인공이 선수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멋진 경기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으로 경기를 매끄럽게 진행하는 심판의 조력자 역할이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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