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비평] 무기력은 무능력보다 나쁘다, <썬더볼츠*>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7533
영화를 자주 챙겨보지 않는 사람에게 영화평론가라는 신분을 밝히면 나오는 가장 흔한 반응 중 하나가 “요즘 볼 영화 뭐가 있냐”라는 질문이다. 나는 최근에 흥미롭게 본 몇몇 작품의 제목을 주워섬기는데, 보통은 저 질문 자체가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예의 바른 반응에 불과하기에 관련 대화는 여기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상대가 말을 덧붙이는 때도 있지만, 대개 “요즘은 어째 볼 영화가 없다”라는 불평이다. “어째 ‘그’ 마블도 예전 같지 않다”라든지 “그래서 극장이 망하는 것”이라는 말도 흔하게 나온다.
아마도 이런 불평을 하는 사람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더는 <어벤져스>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이건 순전히 디즈니(마블 스튜디오)를 향한 불평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은 14편의 영화를 냈는데, 흥행 성적과 무관하게 이들이 영화 관객을 <어벤져스> 시절만큼 만족시킨 적은 없는 것 같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데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완만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똑같이 뉴욕을 배경으로 히어로의 팀업 서사를 그리지만 <썬더볼츠*>는 <어벤져스>가 아니다. 영화나 영화 속 등장인물 스스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은 어벤져스가 없는 세상에서 힘이 빠져 지친 상태고, 다소 침울하며, 스스로를 의심한다. 심지어 MCU 인트로조차 까맣게 물들었다. 어벤져스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은 캐릭터가 나오기는 한다. 다행히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이전에 나온 MCU 영화 35편과 12편의 시리즈물을 모두 챙겨볼 필요는 없다. 이번 작품이 옐레나라는 한 인물에 집중한 단순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를 구독하지 않는 사람의 관점에서 웬 낯선 등장인물(존 워커)이 나오긴 하지만 이 인물 역시 여기서는 옐레나처럼 불쌍한 과거를 지닌 ‘루저’라는 점이 중요할 뿐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처럼 시리즈물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어리둥절하게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관객이 우롱당하는 기분은 들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이 소박한 각본은 칭찬할 만하다.
(이하 위 링크에서)
씨네21에 마블 영화 평론은 처음 써본 것이라 평소 선호하지 않는 소위 '일기장 스타일' 도입부를 작성해봤습니다.
종이 잡지 지면에는 (일종의 찬반 평론 비슷하게) 송경원 평론가의 글과 나란히 실린 글이므로 아래 글도 함께 확인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평] 이야기의 중력을 캐릭터의 매력으로, <썬더볼츠*>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7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