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18:00 / 9.19 CGV센텀시티 IMAX관 09:00 / 9.19 영화의전당 중극장 11:30
실직의 괴로움과 재취업의 고통은 사람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을까? 두 자식과 아내가 있는 가장 유만수(이병헌)는 어느 날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잘린다. 그는 3개월 내 재취업을 다짐하지만, 13개월 넘게 재취업에 실패한다. 알바를 전전하던 어느 날 만수는 자신의 이력에 딱 맞는 자리를 발견하지만 자리는 하나, 원 하는 사람은 넷이다. 결국 만수는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살인을 결심한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그가 살인자로서 그다지 수완이 훌륭하지 못하다는 것, 두 번째는 애초에 그가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자리를 차지해야 할 당위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기어코 계획을 전진시키는 주인공의 아집이 무능력한 살인자가 빚어낸 유머를 점차 집어삼키며 배어 나오는 어둠에 초점을 맞춘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어쩔수가없다>를 두고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웃기고, 진입장벽이 낮고, 이상한 게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온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한국 영화 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 개봉 당시 박찬욱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제외하면 내가 만든 대부분의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다”고 말했는데, 복수 3부작을 비롯한 그의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에 속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든 측면이 있다.
‘이번 영화는 이전 영화보다 쉽다’는 말은 흥행을 노리는 감독들의 상투어이기도 하다.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거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놈이 바보라는 말이 있다. 놀랍게도 양치기 소년의 세 번째 외침은 거짓이 아니다. 이번 영화는 정말로 웃긴 영화이고, 비록 블랙코미디 이긴 하지만 장르적으로도 온전한 코미디 영화가 맞다. 물론 ‘이상한 것’이 없진 않으나 그게 바로 우리가 박찬욱에게 원하는 바가 아니던가? 부디 이 영화를 볼 때, 시끄러운 음악 너머로 들리는 말소리처럼 희미하게 다가오는 복잡 미묘한 신호를 놓치지 말길.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8347
안타깝게도 대중 뿐만 아니라 국내 평론가 사이에서도 무언가 오해를 받고 있는 듯한 영화.
프리뷰를 통해 최대한 그런 오해를 방지해보고 싶었으나…….
- 기자회견에서 만수에 대해 ‘일반적인 가장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그가 하는 선택은 일반적이지 않다. 면접장에서 자신을 ‘블루칼라’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실제로 살고 있는 삶은 부르주아적이다.
만수가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게 포인트라고 감독님도 말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처절하게 밑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진짜 먹을 것도 없는,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저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지경에 있는 사람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만수가 처한 어려움은 정말 절대적인 어려움인가 싶어지는, 바로 그 부분이 포인트다.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8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