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찌개를 먹을 때 가끔
슥슥 잘 베어지는 순두부가 아파보인다
모든지 잘 베어지는 건 슬프다
내 마음도 잘 베어져서 슬프다
음식들은 다 아파보인다
씹히는 나물
찢기는 김치
뜨겁게 부쳐진 전
인생이 식탁이라면
우리들은 고통을 견디며
한상 가득 차려진다.
한입한입 먹히며 소멸해간다
인생의 의미는 뭘까 물어본다면
맛있게 되어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
사람들을 사랑해서 그의 몸에 영양이 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한 것
조울증이 있는 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이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