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유지하는 기업의 비밀
지금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배기홍 대표의 <스타트업 바이블 2>에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남극점 정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 있는 남극점 스토리를 옮겨본다.
1911년 12월 12일, 아문센 팀은 남극에서 45마일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다.
스콧 팀은 분명히 아문센보다는 남극점에 가까운 곳에 도달했다.
아문센은 이미 춥고 험한 산을 넘어서 650마일 이상 어렵게 왔고,
조금만 더 분발해서 24시간 연속 행군을 하면
한 번에 남극점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문센은 17마일만 갔다.
탐험 내내 아문센은 팀원에게 '꾸준함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화창한 날씨에도, 눈보라가 치는 악조건에서도 15~20마일을 갔다.
하루는 어떤 팀원이 조금 무리해서 25마일을 가자고 하자 아문센의 답은 '노'였다. 고갈된 에너지를 재충전하려면 휴식과 수면이 중요하다.
결국, 아문센 팀은 남극점을 먼저 정복했다. 하루 평균 15.5마일을 이동했다.
반대로 스콧 팀은 날씨가 좋은 날은 쓰러질 때까지 행군하고,
악조건에서는 텐트에 남아서 나쁜 날씨만 탓했다.
남극점에 도착했지만, 2등임을 알고 낙심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성장', '로켓 성장', 'J커브 성장' , '초고속' 성장이다. '그로쓰 해킹'이라는 생소한 단어는 사실 이쪽 업계로 들어오고 나서 처음 들어봤다. 얼마나 '성장'을 갈구하면 '해킹'이라는 단어까지 쓰일까.. 한 회사의 대표로서 '초단기 성장'은 진심으로 원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에 부담이 되는 단어다. 무조건 최단 시간에 엄청난 회원을 모으고, 하루 방문자를 늘리고, 재방문을 높이고, 구매 전환율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기업의 흥망성쇠를 연구한 짐 콜린스는 <Great by Choice>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바로 20마일 행군의 법칙이다.
수십 년 넘게 성공을 유지하는 위대한 기업 뒤에는
바로 20마일 행군 법칙이 있다고 한다.
위대한 기업은 경기가 나빠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하고,
경기가 좋아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목표를 초과 달성하지 않는다.
호경기에는 쉽게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한 박자 쉬어가는 자제력을 발휘한다.
최근의 투자 업계 분위기도 단순한 회원수, 앱 다운로드, 트래픽만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한다. 사실 그런 지표들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마음만 먹는다면 각종 다양한 마케팅 기법으로 올릴 수 (정확히 말하면 '만들 수') 있지만 문제는 마케팅이 끝난 후에도 과연 이 수치가 지속 가능하냐이다.
이런 고민이 되던 차에 '남극점 스토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렇다고 <20마일 행군의 법칙>은 과연 쉬우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하게 전진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더 어려운 주문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서비스,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런 꾸준함이 필수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