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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 될 씨앗 Aug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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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내 취향이지?

언제부턴가 내 취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다. 특히 노래는 취향이 뚜렷하지 않아 내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아도 그럭저럭 들을 만한 노래가 꽤 있었다. 물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각계절의 느낌이 떠올라서 듣게 되는 노래들이 있긴 했지만, 겨울에 캐럴이 생각나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연결이었기 때문에 노래 취향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취향 노래를 한 번 선정(?)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깨닫게 된 것인데, 오랫동안 한 가수의 덕질을 하다 보니 그의 노래에서 힐링을 받다가, 그를 열렬하게 좋아하던 마음이 사그라질 즈음에는 그 노래들이 내 취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애정으로 버무려진 청력으로 노래를 듣다가 이제야 객관적인(나의 취향인데 객관적이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내 취향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그 후에 내 취향의 노래를 들을 때면 좋아요 표시를 해서 그 목록을 다시 훑어보고 내 취향을 갈무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당시에는 내 취향인 것 같았는데 다시 들어보니 내 취향이 아니었다거나 그때는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우연히 길거리에서 들어보니 또 내 취향인 경우를 발견한다. 이 과정을 거듭하다 보니 내 취향을 조금 더 확실하게 깨닫는 중. (최근에 발견한 취향저격 노래는 NoNoNo의 Masterpiece라는 곡이다.)


취향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간단하다. 노래 취향을 찾을 때는 귀 보다 심장이 반응하는 노래를 선택한다. 이전에는 그 가수를 좋아했으니 당연히 그 노래에 심장이 반응했다면, 이제는 그런 속임수가 없다. 그냥 들을 때 좋다는 생각이 들고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노래가 내 취향인 것이다. 알고 보니 그 가수의 덕질을 할 때도 여러 장르의 노래를 내던 그분 덕분에 노래를 듣는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노래를 들을 때도 최애곡이 있었고 그때 최애곡들이 주로 나의 취향인 노래들이었다.


물론 살아가는 데에 노래 취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냥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그만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음악 서비스 플랫폼에서 실시간 순위를 제공하기도 하니,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는 노래를 손쉽게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취향은 더 흐려지고 있지 않은가. 개개인의 취향보다 사회 보편적인 관점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 나는 계속 내 취향을 찾아 헤맨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복잡하게 사느냐고 물어보고 싶을 수도 있다.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면 어떻냐고 말한다. 하지만 난 이게 편한데 어떡하지. 글로 표현하면서 나를 정리하고 알아가는 것이 행복한 요즘이다.


나답게 살기,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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