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을 함께 하던 식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적이 있는 사람, 아니 무엇이 되었든 식구의 죽음을 겪은 적이 있던 사람은 알 것이다. 늘 함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글이나 매체, 영화로 누군가의 죽음을 간접 경험했을 때 충분히 공감하고 슬펐다 생각했다. 실제 겪은 것은 그 차원을 넘어섰다. 더 괴로운 것은 당시에도 슬펐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빈자리는 더더욱 커지고 더욱 슬퍼진다는 것이었다. 분명 충분히 슬퍼했고 잊었다 생각했는데 더 큰 슬픔의 몫이 남아 있는 듯하다.
TV 시청 목록에서 특정 방송사를 지웠다가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에 매일 보고 있다. 물론 나의 의지는 아니다. 그 방송사는 흡사 11년 전의 신문 보도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생사가 확실치 않은데 신이 나 보였다. 이미 죽은 걸 가정하고 방송을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어떤 방송사도 다르지 않았다. 죽음이 밝혀진 후에도 고인의 직전 cctv를 기어코 찾아 모습을 방송했다. 일반 사람이나 심지어 가십이 최대로 소비되고 있는 연예인의 경우에도 같은 일을 당했을 때 이런 적은 없었다.
직장에 때로 그런 사람이 있다. 실력도 없고 일도 안 하면서 남의 가십을 시도 때도 없이 신나서 쏟아 내는 사람들.
내가 정말 정말 미워하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병으로나 다른 이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거나 개운하진 않다. 그 사람이 그렇게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미워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잘 죽었다고 생각한 적은 결코 없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그러는 이유가 무엇이든 신이 난 것 같은 태도는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최소한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살아 나갔으면 좋겠다. 이유가 어떤 것이든. 나와 모든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