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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Oct 30. 2022

아이들도 인정한 아빠의 금손

화장실③  타일 & 변기 & 욕조 설치

일반적으로 화장실에서 타일 접착제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벽타일에는 아크릴계 접착제인 ‘쌍곰’ 사의 ‘세라픽스’라는 제품을, 바닥 타일에는 압착 시멘트라는 흰색의 시멘트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세라픽스-xxx 라는 제품이 사실 물과 접촉이 많은 화장실(욕실)에는 적합한 제품이 아니다. 외부, 바닥, 천장과 수영장, 내부 욕조 등의 물의 접촉이 있는 부분은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하고, 물과 항상 접촉하는 바닥에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바닥이 아닐지라도 욕실 사용 특성상 벽면에 물을 뿌려 청소할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 세라픽스 접착제는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있을 소지가 크다고 한다. 


내수성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제품이 샌드위치 판넬, 태고합판, MDF, PB, 엠보싱 철판, 갈바, 스테인리스 등 본드의 접착 성분을 제대로 빨아들일 수 없는 재질은 시공이 불가하다는 데 있다. 벽면을 전부 고뫄스로 방수 코팅을 해 놓은 상태이기에 세라픽스 접착제가 타일을 견고하게 고정시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던 남편이 고뫄스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래서 답변을 얻은 것이 쌍곰사의 드라이픽스 라는 분말형 제품이었다. 쌍곰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고성능 타일 접착제’ 메뉴로 분류되어서 제품 설명이 다음과 같았다.


1) 대형 타일의 벽면과 바닥 시공

2) 타르우레탄.도막 방수면위, Tile on Tile 등의 타일 시공

3) 화장실, 다용도실 등의 내수성이 요구되는 벽면과 바닥의 타일 시공

4) 건식 바탕 위의 타일 시공(석고보드, CRC보드 등)

5) 습식 바탕 위의 타일 시공(콘크리트면, 미장면, P.C면, A.L.C면 등)

6) 지하철, 터널 등의 진동이 있는 부위의 타일 시공


이와 같이 되어 있어 우리 집의 시공 상황에 부합하는 것 같아 플라스틱 1 통과 포대 2개를 구매해서 플라스틱 통에 넣고 배합을 했다. (플라스틱 통이 더 비싸다)

배합 시 필요한 물의 양은 통에 표시가 되어 있는데 5.2 ~ 5.8L의 양을 배합하면 된다. 교반기로 물과 혼합 시에는 접착제 통을 오픈 한 다음 분말 접착제를 다른 곳으로 옮긴 뒤 물을 먼저 붓고 그 위에 분말 접착제를 다시 넣어서 교반해야 혼합이 잘 된다. 

선택한 벽타일의 크기는 300*600 크기로 접착제를 도포하기 위해 7mm 톱날의 타일 흙손(톱니 고대)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화장실의 한 벽면 또는 전부를 접착제를 도포하고 타일을 부착하지만 남편은 경험이 없기에 일단 한 줄 정도 부착할 수 있는 면적만 접착제를 도포하였다. 


타일 접착제(본드)를 벽면에 도포할 때는 본드가 벽면에 달라붙도록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타일 흙손을 이용해 본드를 한번 펴 바르면 고르게 잘 펴지는데 본드가 벽면과 밀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힘을 주어 상하/좌우로 교차하면서 흙손(고대) 질을 2~3회 하면 본드가 벽면과 밀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일 뒷면에 본드를 도포한다. 타일 뒷면에 본드를 추가적으로 도포해서 붙이는 방법을 ‘개량압착법’이라고 하는데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차이가 크다. 개량압착법은 하지(벽, 바닥)에만 본드를 바름으로써 타일에 본드가 잘 묻지 않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시공법인데, 개량압착법과 일반압착법 두 가지를 테스트해보니 확실히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타일을 붙일 때는 타일을 두드려 주기보다는 반드시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이면서(비비대면서) 눌러 주는 것이 본드가 타일과 빈틈없이 견고하게 붙는다.

중간 분리대인 스테인리스 코너비드를 놓고 레이저 레벨기도 켜놓고 대망의 첫 장 타일을 붙였다.  

그런데 고정이 안된다.

흘러내린다.

한참을 누르고 있어도 중력의 법칙을 이겨내지 못하는 타일...

타일이 너무 커서 그런가? 드라이 픽스 접착제를 잘 못 혼합한 건가? 

남편에게 갑작스런 멘붕이 찾아왔다. 300*600의 타일을 유튜브에서 보면 중간부터 붙이는 시공 모습이 많이 보여서 당연하게 가능할지 알았는데 드라이픽스 접착제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부엌 타일 부착 후 사진

사실 화장실 타일 붙이기 전 세라픽스 타일 접착제를 이용해 부엌 벽을 시공했었는데 그때는 아무 문제없이 타일이 잘 붙어서 이런 현상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어쨌든 계속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타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CT-64 타카핀을 낱개로 분리하여 하단에 고정했다. 기껏 방수해 놓고 구멍 뚫고 있다고 남편은 한숨을 쉬었지만 이미 접착제를 교반해 놓은 상태였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초보의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작업을 이어갔다.

일단 작업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소요되자 벽면에 도포했던 본드를 다시 긁어서 회수했다. 작업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타일 1~2개 면적에만 본드를 바르고 타일을 붙이기로 했다. 

드라이픽스의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면 오픈타임과 가사시간이 나오는데 처음 작업하는 남편에게는 맞추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 본드 부착 시 유의사항

- 오픈타임(20분 이내) : 본드 도포 후 타일을 붙여야 하는 시간(20분 이내에 부착)

- 가사시간(60분 이내) : 분말의 타일접착제를 물과 교반 한 후 사용 가능한 시간(1시간 이내에 모두 사용) 


오픈타임은 작은 면적씩 본드를 도포하여 붙이면 되기에 지킬 수 있는데 가사시간은 몇 배를 초과해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셀프 리모델러의 마음을 본드가 헤아려 주길 바랄 뿐이다. 

타일을 하단에서부터 붙이면 가장 아랫줄의 타일만 잘 받치고 그 위부터는 타일 간격재(쿠사비)를 이용해서 하나씩 받치면 되는데, 가장 아랫단의 타일의 크기가 27cm 정도의 높이여서 3~4cm 정도를 컷팅해야 하는데 그 정도는 타일 컷팅기로 재단이 어렵고 그라인더로 잘라야 했다. 


웬만해서는 정석을 추구하는 남편이지만 시간에 쫓기어서인지 멘탈이 회복이 안되어서인지 일단 타카핀을 이용해서 못질을 하며 타일을 붙여나갔다. 완전 만신창이가 된 방수합판의 벽면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중에는 옆 벽면의 부착된 타일의 선을 보고 한쪽 벽은 아래쪽부터 타일을 붙여 못질을 최소화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한 몸인 화장실의 출입구도 타일을 붙이기 위해 스텐 코너비드를 붙였다. 피타고라스 정리가 생각나는 삼각형 구조인데 그라인더로 스텐 코너비드를 딱 맞게 접기 위해서 얼마나 왔다 갔다 하면서 그라인더를 가동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실히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이번에는 미리 타일을 모양에 맞게 재단해 놓고 한 번에 붙여나갔다. 역시 학습 능력이 뛰어난 남편이다. 

벽면 타일이 완성되었으니 바닥으로 넘어간다. 

바닥은 벽 보다 본드를 더 두껍게 도포하였다. 그리고 역시나 타일 뒷면에도 본드를 도포하는 ‘개량압착법’을 이용해서 타일을 붙여나간다. 타일 뒷면에 본드를 발라주는 것을 해보려 했으나 나는 남편이 하는 것처럼 쉽게 되지 않아 도움을 못 주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도 남편은 수월하게 하는 것 같아 쉬워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바닥 타일을 붙일 때는 물 배수가 잘 되도록 평탄과 구배를 신경 써서 붙여야 한다. 그리고 벽타일 줄눈과 바닥 타일의 줄눈이 일치하도록 붙여 준다. 벽타일은 300*600 크기이고, 바닥 타일은 300*300 정도의 크기여서 1장 건너뛰어서 줄눈이 딱 맞도록 되어 있다. 

욕실 배수구 주변은 물 내림이 용이하도록 타일을 배수구 드레인(육가, 유가, 트랩)에 맞추어 컷팅하여 붙인다. 물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므로 신경 써서 잘 붙여줘야 한다. 


* 여전히 적응 안 되는 건축 용어...

‘육가, 유가’가 무슨 말이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일본어로 ‘유까’가 ‘마루’라는 뜻인데 아마도 ‘바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고 한다. 

욕실 드레인은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는 남편이 사진에서처럼 타일 매립형을 구매해 장착하려 했는데 욕실 바닥 몰탈을 완성한 후에서야 저런 제품은 최소 설치 높이가 20mm 이상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닥 평탄화를 할 때 배수구 주변은 드레인 높이를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결국 10mm 두께의 흔히 보이는 디자인의 슬림형 드레인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2층 화장실은 타일 매립형을 장착할 예정이다. 

타일 부착이 완료되었으면 줄눈(메지) 작업을 한다. 작은 통에 물을 조금씩 첨가하면서 치약 정도의 되기로 반죽을 해주면 된다. 타일을 붙인 후 바로 줄눈 작업을 하지 않고 이틀 정도의 양생 시간을 두었다. 

왼손으로 한 줌 떠서 타일 사이를 쓰윽 발라준 다음 줄눈흙손으로 눌러 긁어준다. 줄눈 시멘트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2번 정도 줄눈흙손으로 줄눈용 백시멘트를 채워주었다. 

전체 줄눈을 메꾸었으면 스펀지를 이용해서 줄눈을 닦아 준다. 처음에는 스펀지 한 면으로 2회 닦아주고 뒤집어서 역시 2회 닦아 준 후 물로 세척한 후 꼭 짜서 계속 반복한다. 그리고 물 통에 새로 물을 받아서 이번에는 스펀지 한 면당 1회씩만 닦아서 마무리 해 준다. 

줄눈을 닦으니 제법 깔끔한 모습이 보인다. 이제 드디어 본격적 비움의 공간을 만들 시간이다. 

변기를 놓기 위해 먼저 배관을 컷팅해야 한다. 변기 배관은 지름이 10cm인 아주 큰 배관이다. 새로 지은 주택이라면 처음 집을 지을 때 배관이 기초 콘크리트 타설 시 매립되어 정화조로 나가게 된다. 아파트는 너무 두꺼워 콘크리트 슬라브에 매립할 수 없기에 아래층 천장으로 내려가서 꺾어져 나간다. 


그런데 우리 집은 오래된 집이라 처음에는 정화조가 없었고 나중에 정화조가 설치되어있어 화장실 바닥으로 변기 배관을 매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방향을 바꾸는 ㄱ자 배관이 바닥 위로 올라온 상태인데 이것이 두꺼워서 변기와 배관을 연결하는 정심이라는 부속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바닥과 맞춰 컷팅한 후 VG2 일반 배관을 연결하고 정심 부속의 높이에 맞추어서 컷팅하였다. 

정심을 수평하게 바르게 위치시킨다. 정심이라는 부속에는 악취가 새어 나오지 않게 배관과 연결되는 부분에도 고무링이 있고, 변기와 연결되는 위쪽 부분에도 두툼한 고무링이 있다. 그래서 나중에 보수를 위해서 실리콘이나 본드를 일절 사용하지 말고 바르게 장착만 하면 된다. 바닥에 변기가 놓이는 자리를 수성펜으로 체크한 후 백시멘트를 반죽하여 변기가 놓이는 테두리 부분으로 놓아준다.

변기를 조심스럽게 정심과 연결하여 놓는다. 정심과 변기가 비틀어지지 않고 잘 맞아떨어져야 악취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수평계를 이용하여  좌-우/상-하 모두 체크하여 수평을 맞춘 후 변기와 바닥 이음 부분을 정리한다. 백시멘트는 접착력이 우수하고 굳으면 강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변기를 단단하게 고정한다고 변기 밖의 주변을 두툼하게 에워싸면 오히려 보기에 좋지 않다. 


이렇게 변기 하부까지 완성하고 1일 정도 지나고 나서 변기 상부 물통을 장착하였다. 생초보이다 보니 아무래도 변기가 제대로 안착된 후에 상부 물통 작업을 하는 것이 변기가 틀어지지 않고 안정감 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변기 상부 물통은 부속품이 몇 개 있다. 이것들을 물통과 조립한 다음 변기 하부와 연결해야 한다. 일반 부속품들을 모두 꺼내놓고 설명서를 찬찬히 살펴본다. 변기 상부와 하부를 조심스럽게 연결한 후 고정용 손나사를 돌려주면 끝이다. 

그렇게 비싸지 않은 변기이지만 전에 아파트에서 사용했던 변기보다 물 내림도 좋고. 폭포수 내려가듯 시끄러운 소리도 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이렇게 변기 설치가 완료되었다. 이제는 욕조차례다. 


1층 화장실 공간이 협소해 샤워실만 만들려 한 남편이었으나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욕조가 꼭 있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좁은 화장실의 집기 배치를 많이 고민했었다. 아무리 해도 비좁은 감이 있어 2층에 욕조를 놓을까도 싶었지만, 주로 생활하는 1층에 욕조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어떻게든 1층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욕조를 놓기 위해서는 10cm 정도의 기단을 설치해야 욕조의 배수구를 설치할 수 있다. 우선 욕조의 바닥 모양과 크기를 체크한 다음 욕조 바닥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기단을 설치한다. 욕조 배수구 입구를 통처럼 에워쌓은 것은 혹시라도 역류가 생길 때를 대비한 것이다. 거의 그럴 일이 없다고 하는데 워낙 꼼꼼한 남편이라서 지나치지 않고 저렇게 한 것 같다. 

몰탈을 만들어서 두툼하게 기단 위에 얹어 주고 가볍게 평탄화 시켜준다. 

욕조를 얹히고 수평을 맞춘 후 물을 받아서 욕조의 무게를 이용하여 몰탈과 완전하게 접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미장하듯이 눌러서 평탄화 하지 않는다. 

욕조의 수평을 맞춘다. 욕조는 상하/좌우 모두 반듯하게 수평을 맞추면 된다. 욕조를 살펴보면 욕조 위의 팔걸이, 머리받이 등 테두리가 욕조 안으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살짝 경사가 나 있고, 욕조 안에는 배수구 쪽으로 기울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물 빠짐을 좋게 한다고 일부러 욕조의 기울기를 조정하면 어느 한쪽의 기울기가 틀어지므로 욕조 자체의 수평을 맞추면 된다. 

수평 맞추기 작업이 완료되었으면 욕조에 어느 정도의 물을 받아서 욕조가 틀어지지 않도록 고정해 준다. 그리고 몰탈을 이용하여 조금 빈 곳이나 옆면 등을 보강한다. 

욕조의 옆면은 보통 '에이프런'이라 불리는 평평한 판을 덧대어 마감하는데 남편이 타일로 마감하는 것이 더 예쁠 것 같다고 벽돌을 쌓고 있다. 집을 셀프 리모델링하기 전에는 저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에 욕조 옆면이 타일로 된 것을 못 봤는데 남편의 얘기를 듣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많이 하고 있었던 방식이었다. 타일을 붙이는 면이기 때문에 아주 반듯하게 쌓아야 하기에 수평계를 이용했다.

드디어 벽돌을 모두 쌓았다. 욕조의 내부가 반 사다리꼴 모양으로 아래쪽보다 위쪽이 넓어지므로 3단부터는 벽돌이 욕조 바깥 면에 닿아서 벽돌을 적당한 크기대로 깨 가면서 쌓아야 했다. 제일 위쪽 단의 벽돌은 눕히지 않고 세워서 욕조 날개 안으로 넣었다. 이렇게 해야 욕조 바깥으로 나오는 물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흘러내려서 나중에 문제가 없다.

이틀 정도 양생 한 후 타일을 붙인다. 타일을 붙일 때는 통일성 있는 줄눈이 깔끔하므로 벽과 바닥의 줄눈에 맞추어서 타일을 붙였다. 내수성이 강한 타일 접착제인 드라이 픽스를 이용했고, 좀 더 강한 접착을 위해 타일 뒷면에도 접착제를 발라주는 개량압착공법이라 불리는 방식을 이용했다. 

남편은 타일을 붙일 때 항상 개량압착공법을 이용하는데  시간은 좀 더 걸리고 번거롭지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결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 공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2~3일 지난 후에 욕조 옆면에 실리콘을 발랐다. 실리콘의 종류는 정말 많은데 아크릴 욕조에 최적화된 아크릴 욕조용 실리콘이 따로 있다.

처음에는 일반 바이오 실리콘으로 마감하려 했던 남편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다 아크릴 욕조용 실리콘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 철물점에서 구입하려 했으나 판매를 하지 않아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작업했는데 문제없이 오래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제 욕조용 수전을 설치할 차례이다. 그동안 물이 나오지 않도록 막아 놓은 '물 막음 부속(메꾸라)'을 해체한다. 수전 조절암의 나사산에 테프론 테이프를 20회 정도 감아서 물샘을 방지하고 손으로 최대한 돌려서 연결해 준 다음 스패너를 이용해서 단단하게 고정해준다. 조절암을 고정해 줄 때는 수전 몸통의 냉온수 연결구와 맞추어가면서 돌려주어야 한다. 방심해서 조금 더 돌리면 수전이 수평하지 않고 삐뚤어지게 장착된다.

설치된 수전에서 물이 나오면서 드디어 임시 공간이 아닌 '화장실'에서 물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딸, 우리 이제 욕조에 물 받아서 목욕할 수 있어"

"우와~정말요? 엄마, 저 물 받아주세요^^ 아. 입욕제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딸아이는 욕조가 설치되기 전부터 입욕제 이야기를 했었다. 거품 때문에 보는 즐거움도 있고, 피로도 없애준다며 사용해보고 싶은 이유를 전해왔지만 환경이나 사람에 좋을 리 없다는 고지식한 엄마의 대답을 듣고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놓고는 입욕제를 사놨었다. 그동안 불편한 집에서 씻기도 힘들었을 텐데 엄마, 아빠 생각하며 잘 참아온 아이를 떠올리며 한 번만 입욕제를 사 보기로 한 것이다. 


"짠~ 엄마가 준비해놨지"


생각지 못한 엄마의 선물에 기뻐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하지만...

입욕제의 거품을 위해 그렇게 많은 휘적임이 필요한지 그때는 몰랐다. 

거품입욕제를 넣었지만 기대했던 풍성한 거품이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저어 보기로 했다. 튼실한 팔로 원을 그리며 열심히 휘적이기 시작하니 조금씩 거품이 생겨났다.

힘들지 않냐는 아이의 물음에 "응... 엄마 팔을 봐~ 이거 다 근육이야~~" 라며 밀려오는 근육의 당김은 꾹 참았다. 팔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물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 어쩔 수 없이 기대와는 다른 거품에 만족해야 했다. 생각과는 다른 풍성함이지만 아이는 왜 사람들이 입욕제를 쓰는지 알겠다며 욕조 안에서 즐거워했다.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아이, 불편하고 힘들었을 텐데 엄마 아빠를 걱정하느라 내색하지 않던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속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풍성한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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