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장애 교육을 넘어 보다 특화된 맞춤 교육과 지원책이 필요
앞 편에 이어서 평소 우주를 좋아하는 아스퍼거 아들이 ai 애니메이션 우주 편에 목소리가 또다시 캐스팅되는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https://youtu.be/1kMD-3hQS_A?si=aKuECjFrQAiQLr9L
그래서 오늘은 아스퍼거 아들과 'ai 애니메이션 녹음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써 보겠습니다.
사실 아이도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1편을 찍을 당시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스퍼거 아동들의 경우 언어적, 비언어적, 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때문에 일반 아역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비대면 녹음 작업은 난이도가 '하'임에도 불구하고 아들과의 녹음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대사 그대로 목소리만 녹음만 하면 되었기에 아스퍼거 아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표정 짓기, 제스처 사용하기, 눈 맞추며 대화하기, 상대방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기,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하기 등을 신경 쓰고 계산할 필요가 없다 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부담과 변수가 최소화된 작업임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ai 캐릭터랑 실제 아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잘 매치되는지, ai 캐릭터의 입모양과 아이 목소리 싱크가 얼마나 잘 맞을지, 목소리 외에 다른 잡소리가 녹음되지는 않았는지, 목소리에서 캐릭터의 감정이 느껴지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쉽다면 쉬운 작업이면서도 목소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은근히 까다로운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또 아이 나이가 6세이고, 남자아이이고, adhd 성향(집중력 부족, 산만함, 부주의함 등)을 가진 아이이다 보니 한 줄 녹음하고 집 안을 돌아다니거나, 한 줄 녹음하고 바닥에 드러눕거나, 녹음하면서 몸을 자꾸 앞뒤로 움직이거나,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 등을 계속해서 움직이다 보니 목소리 외에 다른 잡소리들이 녹음되는 경우가 많아 많은 파일들을 아깝지만 삭제하고 다시 녹음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또 너무 빨리 말하거나, 너무 느리게 말하거나, 발음이 꼬였거나, 말 끝을 흐렸거나, 사투리가 너무 심하거나
로봇 말투처럼 감정이 너무 안 느껴지는 녹음 파일들 또한 걸러내야 했습니다.
며칠 동안 연달아서 수십 번의 녹음을 했고, 그 녹음 파일들 중에 가장 녹음이 잘 된 파일만 골라서 제출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와 저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이 작업을 '아이에게 너무 스트레스와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세상엔 공짜가 없음을, 그리고 단점이 있다면 장점 또한 있음에 저는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작업이 아이에게 스트레스와 부담만 되었다면 아이는 다음 편 녹음을 거부했을 텐데 1편이 끝나자 '2편은 언제 녹음해요?', 2편이 끝나자 '다음 편은 언제 찍어요?'라면서 다음 녹음 작업을 기대하는 것을 보면서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을 더 크게 보기로 하였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아이도 물론 힘든 점이 많았겠지만 최종 결과물을 보고 아이가 뿌듯해하고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작업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또 아스퍼거 아동들 특성상 제한된 관심사 외의 영역에 '동기 부여'를 시키는 것이 매우 힘든데 평소 아들이 각종 버튼들(버스 하차벨, 엘리베이터 버튼, 리모컨 버튼, 각종 가전제품 버튼 등)을 누르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를 작업에 적용시켜서 녹음 시 녹음 버튼을 아이가 직접 누를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1. 녹음 버튼 누르기를 통한 동기유발
2. 스스로 녹음 준비가 되었을 때 누르도록 하여 사전 준비와 자기 점검을 유도.
3. 아이가 녹음 버튼을 누르고 바로 녹음을 하면 목소리 앞부분이 녹음 안 되는 경우가 있기에 내가 큐 사인을 보내면 그 사인에 맞춰서 녹음을 하도록 하여 규칙 따르기와 충동성 조절 등을 연습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작업은 아이에게 '경제관념'을 심어 줄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 영상이 나올 때마다 작가님께서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모바일 쿠폰을 보내주셨는데, 아이 스스로 키오스크 기계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보게끔 함으로써 주도성과 버튼 누르기에 대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과정을 통해 '이건 엄마, 아빠 돈으로 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모바일 쿠폰)임을, 이 모바일 쿠폰은 현금과 카드와 같이 '돈'의 또 다른 형태임을, 이 쿠폰으로 아이스크림을 몇 번 더 사 먹을 수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경제 관념'과 '노동의 가치와 댓가'를 느껴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세 번째로는 '약속 지키기'와 '책임감' 부여하기였습니댜.
녹음할 때 최대한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녹음하기는 하였지만 놀고 싶다고, 잠 온다고, 감기에 걸렸다고, 피곤하다고 안 하면 다음에는 이러한 기회가 없을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따라서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감사한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약속된 기한까지 최고의 결과물을 낼 필요가 있음도 알려주었습니다.
세 번에 걸친 녹음 작업을 통해 아스퍼거 '아동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해 보았고, 일상에서 또래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스퍼거 아동들은 이러한 상황별 대화를 녹음해 보거나 실제로 연기해 봄으로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처럼 영상을 반복적으로 듣고, 보면서 자신을 모니터링하고 상황별 대화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과정은 아스퍼거와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아동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장애를 가진 한 사람으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앞으로 나아감을 통해 한국에도 일론머스크처럼 우수한 아스퍼거인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이들의 독특함을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그 독특함을 이 세상을 발전시키는데 쓰일 수 있도록 보다 특화된 맞춤 교육과
지원책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호소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