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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Apr 07. 2024

뽕나무 수호여신 우리 엄마

식목권은 절대 양보 안 한다

봄이다. 지천으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우리 집 앞 담벼락 뒤에는 구옥 두 채 넓이의 빌라가 있다. 그 빌라를 지을 때. 건축주가 우리 집 쪽에 주차장을 만들고 내 방 앞에 벚꽃나무를 심어줬다. 덕분에 창문만 열어도 꽃구경이 가능하다. 이럴 땐 좀 더 다양한 꽃도 보고 싶다.

오늘은 외식 후 북한산 우이동 근처를 산책했다. 산책로 근처에 목련들을 발견하자 엄마는 우리 집 앞마당에 있던 목련나무 이야기를 하신다. 이 나무가 너무 커버려 지붕 위 크기로 자라자 꽃이 지고 나면 이파리와 꽃잎이 무성하게 마당을 어지럽혔다. 엄마는 순진한 마음에 이렇게 큰 꽃나무는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나무장수를 찾아갔단다.


나무를 본 후, 상품가치가 없어 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실망감이 커 당장 베어버렸다고 한다. 당시 명분은 나무가 집보다 크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지금은 뽕나무가 있다. 정식으로 심은 게 아니다. 엄마가 양주 어디께서 오디를 채취하려고 가지째 꺾어와 잎만 떼고 가지는 빈 화단에 버렸단다. 그런데, 용케 뽕나무가 뿌리를 내렸단다. 야생나무처럼 크게 자랐다. 문제는 60도로 기울어 자라 영 보기 안 좋다는 거다. 엄마는 못 생겨도 오디와 뽕잎을 준다고 좋아하신다.


내가 말끝에 목련을 베었듯 뽕나무를 베고 라일락을 심고 싶다 했다. 그랬더니 정색하고 반대하는 엄마. 뽕나무는 우리 집을 지켜준다고까지 하신다. 우연히 자란 것도 신통하다 하시고.


결국 나중에 내가 은퇴해 시골 가 내 맘대로 라일락 심겠다고 결론 내렸다. 엄마가 땅을, 본인 스스로 심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식목권이 엄마 삶의 낙인걸 인정한다.


좋아하는걸 뺏으면 병 나니 지켜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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