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의 중심이 되는 기운은 임수다. 임수의 특성으로 성적인 생명의 에너지가 넘친다. 자수는 순수한 성적 욕망의 힘이라면, 해수는 그 안에 다양한 요소로 사회적으로 잘 조율된 에로스의 힘이다. 느긋한 쾌락의 에너지다. 평소의 잠잠하다 어떤 조건이 되면 폭발적으로 분출한다.
총명하고 머리회전이 빠르며, 사회적인 성취와 곧바로 연결된다. 하지만, 자기주도적인 힘은 약해 동기부여가 있어야만 능력이 증가된다.
해수는 온순하고 느긋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잘 웃고, 여유 있으며, 베푼다. 금전관리에 취약하지만, 먹을 복은 타고났다. 음식에 관심이 많고, 먹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한다.
해수는 소리와 통한다. 해수가 강한 사람 중에 뛰어난 가수가 많다. 언변과 목소리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이나 예술가도 있다.
인신사해가 역마살로 이동과 연관이 있다. 해수는 지장간 임수로 해외와 유독 관련이 많다. 유학이나 여행, 이민과 어울린다.
해수는 넓은 대인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혼자만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가 창조를 시작한다. 현실 세계를 넘어선 독특한 역량을 발휘하는데, 음악.예술.문학.사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어둠 속에서 통찰과 예지력으로 세상을 관조한다.
해수는 음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이다. 사유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지겨운 과정을 견디고,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연구를 지속하는 힘이다. 해수가 음의 힘으로 극한까지 밀어 붙였을때 비로소 새로운 양을 형성하는 창조의 능력이 생긴다.
춥다. 초겨울이라 몸이 적응하려는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추워도 아침이고, 인간은 움직여야 산다. 오늘은 올해 마지막 성지순례의 날이다.
작년 겨울, 사주 수련반때 나의 명식풀이를 선생님과 도반들과 하고, 개운법으로 받은게 땅을 밟는 성지순례였다. 1년간 지속해보자고 한게 벌써 1년을 했다. 올 8월 미월, 너무 더워 못 나간 한달만 빼고 매달 했다. 그 마지막을 오늘 할 때다.
뉴스를 보니 마음이 어지럽다. 평화를 비는 이유는 도처에 무질서와 번잡함이 있어서이다. 쉬이 동요되는 인간의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땅을 밟고 기도를 한다.
오늘 갈 곳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에 있는 남양성모성지다. 교보문고 빌딩을 지은 마리오 보타 건축가가 지은 곳이라고 방송에 소개된 것을 봤다. 올해 건축상까지 받았다고 했다. 교보문고 빌딩은 어린시절 추억이 있는 곳이다. 교보생명을 평생 직장으로 다녔던 아버지 덕에 어릴 때 교보문고를 즐겨 찾았다.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의 본사라고 큰 건물을 자랑스러워 했던 기억도 있다. 그 건축가가 동일한 색채와 재질을 가지고 지은 성당이라 보고 싶었다.
미사시간에 맞춰 가면 대성당을 볼 수 있다 해서 지도검색을 해서 집을 나섰다. 사당역에서 타는 광역버스가 45분후에 도착한다니. 배차간격이 긴것은 계산을 못한거다. 결국 미사가 다 끝난 후에 도착했다.
병인박해때 순교한 분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성당이다. 화성시 남양읍. 남쪽 (남) 볕 (양)의 지명 덕분인지 햇빛은 잘 들고, 신선한 나무향이 났다. 너른 평야 초입에 초를 봉헌하는 건물이 따로 있었다. 유리창에 비친 성모상을 보며 기도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초들을 좋아하고, 널찍한 공간이 주는 넉넉함 때문에 초를 봉헌하고 고요히 기도 올리기 좋았다.
천천히 경내를 걸었다. 십자가의 길도 걷고, 묵주목걸이 테두리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 야외성당도 보았다. 피의 순교의 자리지만, 온화하고 안온한 햇살이 마음을 감싸안고 있었다.
성당 입구에 도착하니, 대성당은 정해진 미사시간만 연다고 써 있었다. 늦게 왔으니 2번째 방문을 기약한다. 원래 여행은 2번째가 진짜다. 처음은 얼떨결에, 두번째는 조금 알고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소성당에서 마침 미사를 마친 사람들이 나온다. 고요히 들어가 차분히 묵상을 했다. 한국 한지로 장식했다는 푸르른 오른쪽 벽이 아름다웠다. 간결한 천정과 단순한 십자가는 불필요한것들을 모두 버린 모습이었다. 인생이 복잡한건 움켜지고 놓치 못하는 것들 때문이다. 다 버리고 정수만 남기면 저런 아름다움일텐데.
성당을 다 둘러보고 화성시를 좀더 걸었다. 초겨울이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겨울이 시작되어 점점 더 음의 기운이 많아질것이다. 땅이 꽁꽁 얼고, 어둠은 깊어질 것이다. 그래서 온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질것이다. 인간은 잃어봐야 소중함을 안다. 이미 가진것들을 모르니, 모든걸 내려놓고 버리는 민둥나무 겨울이 존재하는것 같다. 보이는 물질이 줄어든 대신, 안으로 내면이 깊어질 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의 소중함에 집중할 것이고, 따뜻한 말 한마디의 가치가 더 드러날 것이다. 그것이 겨울의 존재 의미다.
* 나가며
사주상담공부를 하며 제일 마음에 둔 것은 진정성 이었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 그래서 불완전 상태를 겪으며, 불안과 두려움 등 수많은 상념에 휩싸여 사주를 본다. 상담가는 불완전의 이유를 짚어주며 개운법을 제시한다. 그 개운법이 설득이 있으려면 나 자신부터 내 불완전을 인식하고 내 개운법을 실천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의 개운법인 오래 걷기와 , 화의 개운법은 종교 갖기와 인터넷에 글쓰기를 실천했다. 일상에 치여 그 가치를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으며 성지순례처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에게 힘을 주기도 했다. 그때 걷던 공기와 반복된 걸음속에서 찾은 평온함이 기억 났다.
개운법을 실천한다고 갑자기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1년을 실천하며 느낀건 성지순례의 순간들이 활력이었고, 내안의 에너지를 바꾸는 시간이었다. 일상의 늘어짐에 활기를 불어넣고, 오만해서 간과하기 쉬운 축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12월의 성지순례를 끝났지만, 또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면 성지순례를 떠나려 한다. 그리고, 8월에 빼먹었던 미월의 성지순례도 내년에는 땀 뻘뻘 흘리며 채워보려고 한다.